앞으로 3년 간 우리나라가 황금 시대를 맞는다고 하는데, 이 때문인지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절반 이상인 53.8%가 해외 여행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여행의 목적은 휴양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나 아직은 관광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발리는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당황스러울 정도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발리가 어디에 있는 거야?" 라는 질문을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정답부터 말하면 인도네시아는 5개의 큰 섬-수마트라, 칼리만탄, 자바, 술라웨시, 이리안 자야-으로 구성된 나라이고, 발리 섬은 자바 섬 바로 밑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나는 시험 삼아 주변 사람 10명에게 발리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10명 중 3명만 정확하게 대답했다. 발리 섬이 인도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마치 아직까지 삼성을 일본 브랜드로, 노키아를 영국 기업으로 착각하는 외국인처럼. 약간 이해가 가는 것이 인도에 발리(Bally)라는 도시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인도네시아를 인도로 착각하는 경우이다.
자카르타에는 우리 교포가 많아서 한인 학교도 있다. 국제 학교 학비가 워낙 비싸서 좀더 저렴한 국제 학교나 한인 학교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 한인 학교 건물은 매우 깨끗했고 학생들을 보니 자카르타가 아닌 한국 같았다.
자카르타는 발리 섬처럼 휴양과 관광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다. 우선 싸고 고급스럽고 한국인 입맛에 꼭 맞는 음식이 매우 많다. 일식집에서 스시세트, 우동, 튀김을 4인이 실컷 먹었는데도 10만원이 채 안 되었다.
스나얀 플라자(Senayan Plaza) 3층에 위치한 푸드 코트에서 먹은 치킨 스테이크는 1개에 약 2500원. 시키면 바로 부글부글 끊는 소스를 얹어준다. 그렇게 바로 튀겨져 나와서 우리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맛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카르타에는 한국 음식점이 매우 많이 있다. 요즘 대세인 구미호가 들으면 좋은 소식 한 가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이슬람교라서 소를 먹지 않는다. 따라서 소가 돼지와 가격이 비슷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도 사치스러워서 엄두도 못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화려한 쇼핑몰과 백화점. 왼쪽은 명품관처럼 여성의 눈을 사로잡는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쇼핑몰, 오른쪽은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 백화점에서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다. 8층까지 올라왔는데 배 위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매우 우아해보였다.
영화관이야말로 대박 중에 대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관에 가면 옆에 모르는 사람이 팔을 올려 신경을 쓰이게 한다든지 뒤에서 발로 계속 차서 집중이 안 된다든지 불편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VIP 영화관을 가자니 영화표 한 장이 3만원을 넘는다. 알뜰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5배나 주고 그런 영화관을 찾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2배라면? 괜찮다! 라고 외칠 것이다. 자카르타는 일반 영화관은 5천원, 프리미어(VIP) 영화관은 1만원이다.
그렇다면 프리미어 영화관은 어떤 해택을 줄 것인가? 의자가 내 몸이 두 개 들어갈 정도로 넓고 170도까지 뒤로 의자를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안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고 사람을 부르면 종업원이 영화 관람을 방해하지 않게 요령껏 와서 주문을 받는다. 거의 재벌이라도 된 기분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또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차별되는 사파리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인도네시아산 커피루왁. Kopi는 인도네시아어로 coffee, Luwak은 사향고양이라는 뜻이다. 사향고양이 배설물로 만드는 커피인 것이다. 산지(産地)이니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었으나, 배설물이라는 생각에 시도하기가 무서웠다.
이 커피는 영화 '버킷 리스트'에도 등장한다. 병으로 임종을 앞둔 갑부 잭 니콜슨은 가진 돈만큼 무엇이든 최고급을 사용한다. 가장 비싼 커피루왁을 즐기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같은 병실에 입원한, 가진 건 없지만 항상 공부를 멈추지 않아 다방면에 박식한 모건 프리먼이 커피루왁의 재료가 고양이 배설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두 사람은 배가 아프도록 웃는다. 한바탕 시원하게 웃는 것은 모건 프리먼이 적은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할 일의 목록)의 마지막 남은 하나였다.
자카르타에 있으면서 “이것이 휴가다”라고 느낄 정도로 평온하고 조용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모든 시설, 서비스, 음식 등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고 우리 가족이 항상 어디를 가나 주인공이 되어 생활했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보다는 볼거리가 적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을 얻어올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Ahn
학창시절 때 녹화된 나의 연기와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내가 쓴 일기장은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자료다. 하지만 그 자료에 대한 부끄러움이 나의 발전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쌓아갈 미흡한 자료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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