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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철수 창업자

대학 3년, 졸업 꼭 해야 하냐는 질문에 안철수의 답은

8월의 마지막주 금요일, 안철수연구소 블로그 사보 '보안세상'의 대학생 기자단은 20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바로 안철수 KAIST 교수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온화함 속에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안 의장의 아우라 속에 기자단은 일동 차렷의 자세가 되었다. 서먹함도 잠시. 웃음과 함께 학생 기자들의 자기 소개와 평소 안고 있었던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그의 경험과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나는 대학교를 꼭 졸업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대학을 간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남들이 가서?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대졸이 고졸보다 평균 연봉이 높아서? 대학생들의 일반적인 말들을 빌리자면, 좀 더 큰 배움을 찾아 대학을 가야 한다고 한다. 
내가
4년제 대학의 2년까지 마친 상황에서 대학 교육의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다 아는 건데 저걸 왜 대학에서 비싼 돈 내고 배워야 하나?"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전공이 경영학이라 배우는 과목은 마케팅, 경영조직, 금융, 재무관리 등이다. 회사에 들어가면 이런 거 쓰니까 배워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어느 정도 경제 신문을 보면서 성장한 학생이라면 신문에서 알 수 있는 상식을 왜 비싼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배우나 회의를 품게 마련이다. 새롭게 지식을 깨우쳐 주는 것도 없고, 강의 시간은 시간대로 길고, 강의의 질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교수의 지도 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어 내서 큰 성취감을 맛볼 것을 꿈꾸는 것이 무리였던 것일까?

이 질문에 안철수 의장은 좋은 말씀을 해주었다.
"주어진 임무를 얼만큼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수행했는가의 척도가 바로 대학의 학점이다."

미국 명문 MBA 수료 과정을 예로 들며, 교육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의 차별화는 수료까지 가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하고 힘드냐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번쯤 말해봤을, "제가 좋아하는 일은 깊게 자세히 연구하고 배웁니다."라는 표현을 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치 않고 내키지 않는 분야일지라도 자기가 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성실성과 책임감을 갖고 이뤄내는지가 주요 포인트라는 말이다.

평소 사보기자 활동을 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현장 중심의 소리들만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가, 너무 IT에만 몰두한 나머지 문학이나 예술 등을 등한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언젠가 안철수연구소의 김홍선 대표가 IT와 인문학의 만남은 뛰어난 컨텐츠(SW) 생산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고등 교육의 경우 인문, 이공 계열로 나뉘어 수능 성적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얻고 명문대에 합격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인문, 이공계의 구분이 없을 뿐더러 다양한 분야에 걸쳐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추도록 한다. 이런 차이가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의 창의력과 능력이 지금의 SW 산업의 현실을 나타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누구나 원치 않고 싫어하는 분야가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누군가는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수행하여 미션을 완수해낼 것이다. 그 속에 인문학 + IT 혹은 다른 것(예술, 철학 등)이 결합(convergence)되어 해당 국가의 SW 산업 발전에 영향을 준다고 믿고 싶다. 대학 생활에 회의가 들지라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책임감이라는 키워드로 후회없는 안랩 학생 기자가 되어보련다.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