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내게 작은 희망을 준 사람이 있다. 바로, 안철수연구소의 창립자 안철수 교수이다. 안랩 블로그 기자단과 안 교수의 간담회가 열린다고 했을 때 나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교수님처럼 의대생도 아니고, IT 분야에는 기초 지식조차 별로 없는 여대생이기 때문이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안철수연구소의 가장 두드러진 이미지 중 하나인 '정직, 투명성'이라는 게 진실일지, 과장된 것은 아닐지, 이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에 대해 그가 한 대답은 단순한 궁금증 해결이 아니라, 감동까지 전해주었다.
Q: 정직함과 투명성은 안철수연구소를 잘 나타내주는 단어들로 여겨지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한 조직 내에, 혹은 조직 간의 신뢰를 구축,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비용 절감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는데, 이를 직접 실천하신 CEO로서 교수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학생의 말대로 투명성이 기반한 조직 내의 신뢰는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을 감소시켜 굉장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옵니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니 현실에서는 이를 조직 간에 실현하기는 어렵더군요. 죄수의 딜레마라고 하죠? 아무리 서로 정직해지려고 해도 자신에게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고의 상황까지 놓치게 되는 이 딜레마는 피해가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안철수연구소는 조직 내부에서 이를 최대한 실천하고 있어요. 직원 간 관계도 수직적이기보다는 수평적으로 유지하려 하고, 회계도 정직하게 하려고 하죠.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래요(웃음).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요. 이게 사회 전반으로도 확장되면 좋겠죠?
안철수 교수가 답변을 할 때 자리에 있던 사내 직원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모두가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내가 인터뷰한, 다른 직장에 다니다 이직한 몇몇 안랩인은 안철수연구소에 계속 머무르게 되는 이유로 "윗 사람들이 투명하다.", "그 '윗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편이고 그들과의 관계도 자유롭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안철수 교수의 창립 당시 바람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혹자는 위 질문과 대답을 보고 '그래서 뭐? 그게 뭐 어떻다고?' 하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나는 내 상상 속 이상 사회가 바로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더욱이 이상 사회의 실현은 노력만 하면 무조건 가능하다는 교과서적 답변이 아닌, 그의 솔직한 생각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간담회 이상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생기자는 그에게 학문적 지식이 아닌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순백색의 안철수연구소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그 인생 선배로부터 용기와 감동을 얻어갔다. 평소에는 말을 아끼고 결과로 보여준다던, 오늘이 살면서 말을 가장 많이 한 날 중 하나라던, 우리의 인생 선배 안철수. 그에게서 받은 벅찬 감동을 독자들과도 나눌 수 있길 바란다. Ahn
대학생기자 오정현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
주위가 어두워질수록 별빛은 거세게 흔들립니다. 그러나 그 만큼 더욱 밝게 빛나죠. 여러 기사와 소식이 당신의 세상을 어둡게 비출지라도 더욱 밝게 빛나고, 그리고 그 빛들로 그 세상을 더욱 밝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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