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미래포럼'에 참석해 '벤처기업 성공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중소벤처기업이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이유 세 가지를 진단하고, 그러한 문제가 있음에도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세 가지 처방전을 내놓았다.
안 교수는 창업이 안 되고 실패 확률이 높은 이유로는 경영진 스스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것, 산업적·사회적 지원 인프라의 허약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관행을 들었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가 상존함에도 이를 극복해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모아서 팀을 이루고,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한꺼번에 올인하는 것보다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통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지난 3년 간 IT 쪽 발전 속도는 정말 놀랄 만하다. 2007년에 나온 애플의 아이폰이 결국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세계적 변화의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블릿 PC가 등장했고, 새로운 창업 열기도 엄청나다. 2007년 창업한 ‘징가’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단 시간인 3년 만에 매출 1조를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불과 2년 전에 창업한 '그루폰'은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단 시간에 가장 영업이익률이 높은 회사로 자리잡았다. 1년 전 창업한 포스퀘어는 가입자가 500만 정도로 위치기반 서비스로는 최고다. 신규 창업 속도를 보면 엄청나다. 그런데 우니나라나 아시아 쪽을 보면, 이런 세계적 전체 흐름에서 고립된 듯하다. 우리나라가 가장 심한 것 같다. 이런 거대한 흐름에서 완전히 소외된 갈라파고스 섬처럼 돼버린 현실이다. 왜 그럴까 문제를 짚어보고,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뤄보겠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왜 실패 확률이 높은가.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첫째,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창업하는 사람, 중소벤처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의 실력이 부족하다. 여전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견주면 모자라다. 둘째, 기업은 사회경제구조 안의 종속변수이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잘 발달돼 있어야 기업이 힘을 덜고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프라가 굉장히 부실하다. 셋째, 이제서야 이슈가 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다.
첫째, 모르면 잘 안 보이는 법인 것 같다. 중소벤처기업 경영자가 게으름을 피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열심히 시간을 더 많이 들여서 노력하는데도 한계점에 부딪쳐서 결국 좌초하는 것 같다. 비행기를 조종할 때도, 아무리 작은 비행기라도 기장과 부기장 두 사람이 타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한 사람은 한계가 있어 리스크를 실수로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같이 비행기를 조종하면, 평범한 두 사람이라 해도 동시에 같은 리스크를 지나칠 확률은 수학적으로 굉장히 낮다. 기장과 부기장이 함께 타는 이유 중 하나다.
경영도 같다. 한 사람이 하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리스크에 취약하다. 가능하면 두 명 이상의 창업자가 같이 힘을 맞추고 보조를 맞춰서 경영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에 정부 이니셔티브 가운데 하나가 1인 창조기업이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경영학 쪽에서 이미 결론을 낸 결과와 반대다. 한 사람이 창업하는 것보다 두 사람 이상이 창업할 때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1인 창조기업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
둘째,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인프라는 다섯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 투자뿐 아니라 적절한 조언과 인맥, 평판(reputation)을 제공해줘야 하는 벤처캐피털,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권, 기업의 특정한 기능을 대행해주는 아웃소싱 산업군, 정부의 여러가지 정책 등이 대표적인 지원적 인프라다.
아웃소싱 산업군의 한 예인 콜센터를 생각해 보자. 만약 어떤 콜센터 전문업체가 개별 기업이 직접 콜센터를 운영할 때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고객만족도 높은 운영을 한다면, 창업하는 모든 기업마다 콜센터를 가질 필요 없이 그쪽에 다 넘겨주고 본연의 일에 집중하면 된다. 이것이 지원적 인프라의 역할이다. 이런 것들이 강력할수록 기업은 인력을 분산하지 않고 모든 인력을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데, 하나같이 부실하다.
벤처캐피털은 네 가지가 기본적 기능이다. 자금 제공, 적절한 경영상의 조언, 인맥을 활용해서 고객을 연결해주거나 필요한 인력을 공급해주는 역할,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부족한 사회적 평판 제공. 그러나 대부분 돈만 제공해주고 나머지 세 가지 기능을 못하는 곳이 많은 게 현 상황이다.
금융권의 경우 진정한 실력은 위기 진단과 관리인데, 이런 실력이 부족하면 책임이 기업가에게 전가된다. 대표이사 연대보증이 대표적 예다. 위기 진단이 제대로 안 되고 관리도 안 되니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정부의 여러 가지 역할 가운데 현재 환율이 과연 적정한가의 논의도 있을 수 있겠다. 환율 정책에 따라 양극화가 가속되기도 한다. 연구개발을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 불공정 거래 관행을 어느 선까지 해결할지 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신생기업일수록 불리한 게 우리나라 산업 구조다.
셋째, 불공정 거래 관행이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그룹이 아니며 독자적으로 창업한 회사 가운데 매출 1조원이 넘은 회사는 웅진과 NHN밖에 없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B2C 회사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대기업에 납품할 필요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 실력으로 승부한 회사는 그나마 두 개가 살아남았는데,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 가운데는 살아남은 회사가 없는 셈이다.
또 다른 지표로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자. 전체적으로 중소기업이 숫적으로도 규모로도 더 많이 존재하고, 그 위에 숫적으로는 더 적지만 규모는 더 큰 중견기업이 존재하고, 그 위에 대기업이 존재하는 피라미드형이 정상적인 구조다. 우리나라는 호리병 구조다. 중소기업은 많은데 중견기업은 거의 없다. 통계를 보면 0.5%다. 다른 선진국에서 중견기업 비중은 가장 낮은 나라도 4% 가량이고, 높은 곳은 12% 수준이다. 중견기업의 씨가 마른 아주 비정상적인 구조가 나타난 이유는, 대기업의 발전이 국가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핵심적인 사항이라는 공감대 아래서 정부가 무법천지를 방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공정 거래 관행도 그냥 눈감아주고 넘어가기를 반복하다보니 큰 문제가 됐고, 이제야 사회적 이슈가 됐다. 새롭게 창업도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이미 창업한 회사도 실패하게 만드는 산업 구조인 셈이다.
지금까지 문제점을 언급했는데, 사실 이런 구조가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당장 열심히 노력해서 시작하더라도 사회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심지어 모든 구성원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흐름을 멈출 수 없다. 지금부터 바꾸려 해도 사회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테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요원할 뿐이다.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사회 구조가 이대로 유지되는 아래서도 어떻게 하면 새롭게 창업하는 사람들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굉장히 상식적인 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중소기업이 성공하는 요소는 세 가지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팀을 이루고,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점진적인 실행을 한다. 매우 상식적이고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세부 사항으로 가면 결코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좋은 사람이 모여서 팀을 만들면 좋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자. 우선 상호보완적인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가장 안 좋은 게, 성격도 비슷한 같은 과 학생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드는 경우다. 그러다 보면 똑같은 사람들만 모인다. 그게 제일 안 좋은 모델이다. 가능하면 핵심이 되는 팀은 서로 전공 분야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야 한다. 한 사람은 모험적이고 한 사람은 중립적이거나 보수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브레이크와 가속기가 둘다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듯이, 성격이 상호보완적인 사람들이 모인 기업이 조직으로서 경쟁력이 있다.
단, 한 가지 예외는 가치관이다. 가치관이 다른 걸 서로 이야기 안 하고 창업을 한 경우, 잘될 때임에도 오히려 기업이 깨지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기업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다. 예컨대, 수익 창출이 기업의 목적인지 아니면 본연의 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인지, 내가 여기에 얼마의 인생을 투입할 것인지, 주주 중심 경영이 맞는지 또는 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이 더 맞는지, 이사회에 대한 시각은 어떤지 같은 여러 가지가 모두 중요한 가치관이다. 이런 것이 최소한 비슷하거나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에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아니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실패한다.
사람들은 가치관이 다르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가치관이 같은데 방법론이 다르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것 같다. 헌신 측면을 보면, 어떤 창업자는 대기업에서 나와 자기 인생을 거는데, 어떤 창업자는 양다리를 걸친다. 투자자가, 자기 인생을 걸지 않은 회사에 자금을 투입할 리는 만무하다.
다음으로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미국 벤처캐피털인 와이컴비네이터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에게 “사람 뽑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I may be wrong)"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 뽑는다고 했다. 자기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자기 실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그 말을 할 수가 없으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많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이스트에서 새 학기 시작할 때마다 작은 게임을 하나 한다. 약간 헷갈리는 산수 문제를 내고 3분을 준다. 3분 뒤 1번은 저쪽 구석, 2번은 저쪽 구석 하는 식으로 분산시킨다. 학생들은 긴가민가 하면서도 갈라선다. 그 다음 다시 3분을 더 주고 검산할 사람은 하고 옆사람과 토의도 허용한다고 한다. 다섯 학기 동안 했는데, 자기 그룹 안에서 열심히 맞춰볼 뿐, 한 명도 다른 그룹과 맞춰보는 학생이 없다. 상식적으로 자기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답을 낸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는 건데, 자기 그룹 안에서만 맞춰보더라. 결국 사람은 자기가 맞다는 증거를 수집하는 데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경영 판단도 그렇다. 100% 정답은 없고, 항상 A와 B 사이에서 어떤 트레이드오프(대가)가 결국 더 좋은 결정을 이끌어내는가를 고민한다. 한번 결정을 하면, 설령 정답이 아니라 해도, 그에 맞는 증거를 수집하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통계 자료도 마찬가지다. 자기 생각이 맞다는 통계를 수집하려다 보면 굉장히 많이 나온다. 그러니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기 발전에 중요한 것이다.
폴 그레이엄은 또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다른 분야의 전문가, 즉 프로그래머와 세일즈맨이 협업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오늘날 세상은 상식이 겹치지 않는 세상이다. 프로그래밍하는 사람의 상식과 마케팅하는 사람의 상식은 겹치지 않는다. 상식이란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도 상식이 겹치지 않는 시대에 살다 보니, ‘내가 틀릴 수 있다’, 곧 ‘나에게는 상식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상식인데 나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런 오픈 마인드를 갖춘 그룹이 모이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의사결정 과정(프로세스)도 아주 중요하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패는 그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만 보면 대강은 예측 가능하다. 안 좋은 형태 가운데 하나가 독재다. 한 사람이 결정하고 나아가면 효율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 관계는 상대적이다. 한 사람이 적극적이면 다른 사람은 원래 적극적이었던 사람조차 그런 관계 아래서는 수동적이 된다. 한 사람이 결정해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면 다른 사람들은 각각 능력 80%밖에 발휘할 수 없다. 처음에 10명 조직인데 한 사람 빼놓고 각자 80%씩이면 치명적이다. 또 안 좋은 것은 민주적 결정방식이다. 여러 사람이 합의가 되지 않아, 거수 및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도 결국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다. 전략적 자원 분배를 막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결정 방식이다.
가장 중요한 건, 처음에 시작할 땐 만장일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장일치가 되면 스스로 결정했다는 주인의식을 느끼고 모든 사람이 120%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앞서의 80%와 지금 120%는 성패가 좌우되는 규모다. 의사결정론을 보면 다섯명 이상은 만장일치가 잘 안 된다. 또 한 명은 두 명에 견줘 실패 확률이 높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2~4명의 핵심 창업자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이상이 좋은 사람들이 모여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각론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힘들지만, 저렇게만 구성하면 성공 확률을 10배 정도 높일 수 있다.
좋은 제품으로 넘어가보자. 많은 창업자와 중소기업인이 갖는 오류로, 자기가 만들고 싶거나 만들 수 있는 제품만 만들다 실패한다. 시장과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혼동이 있는 것 같다. 또 하나의 오류는 처음부터 큰 시장을 놓고 공략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쫓겨난 뒤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존 스컬리가 낸 PDA ‘뉴튼’의 실패 사례나, 반대로 팜파일럿이 어떻게 PDA 사업에 성공했는지를 잘 살펴보면, 처음부터 큰 시장으로 접근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다.
좋은 제품인지 구분할 방법은 많다. 현업에 적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경영학의 여러 가지 프레임워크(틀) 가운데 하나가 콘셉트 테스트이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어느 정도 결과를 알아볼 수 있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위해 투자 받아서 만들어보니 결국 시장에서 안 먹힌다는 걸 알게 돼서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전에 알아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제초제를 가정에서 쓰자니 대량 구입해야 하고 손에 묻고 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살충제처럼 스프레이 방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자. 아이디어만 가지고 연구개발비 투자해서 바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제품이 있는 것처럼 브로셔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브로셔를 주면서 ‘이거 사시겠어요?’하고 물었다. 이것만으로 산다 안 산다 의견을 직접 받을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만들기 전에 이미 성패는 알 수 있다. 이런 간단한 팁으로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다. 역시 경영학은 학문이라기보다는 실질적인 팁의 모음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점진적인 접근 방식이다. 대부분 대기업의 접근 방식을 써서 많이 망한다. 곧, 대기업은 사업계획서를 만들면 99%를 사업계획서대로 완수하는 게 잘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은 그렇게 될 확률이 1%밖에 안 된다. 최근에 ‘노리타운스튜디오’라는 회사를 차렸다. 3년 동안 비즈니스 모델을 네 차례 바꿨다. 아무리 자신있게 사업계획서 전망 하에서 만들었다 해도 결국은 시장이 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계속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기업가(entrepreneur)에게 꼭 필요한 덕목 가운데 유연성, 융통성 등이 전략 기획 능력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20명 뽑고 5억 투자해서 ‘올인’했다가 안 되면 망하는 식이 아니라 단계별 접근이어야 한다. 세부적으로 나눠서, 1단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을 뽑고 최소한의 돈을 투자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1단계 검증을 거친 뒤, 2단계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과 자금으로 검증을 받는 식의 과정을 거치면, 시장에서 배울 수 있다. 그야말로 ‘비용 효율이 높은 학습’이다. 학습이 어떻게 비용 효율이 높을 수 있을까 묻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계획을 세워서 학습하면 실수로부터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설령 2단계에서 실패해도 나머지 인원을 더 뽑을 수 있는 여력도 있고 자금도 남아있으므로, 두 번째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위의 세 가지만 지켜도 우리나라에서도 실패 확률을 굉장히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세 가지 함정 가운데 하나, 어떤 경우엔 세 가지 모두에 빠져서 실패하는 게 대부분이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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