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5시간이 소요되는 북경에서 라싸까지 4000km의 여정, 이 기나긴 여정 끝에서 불운의 역사 속에서 아직까지 자신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티벳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티벳의 중심인 라싸는 동티벳과는 또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유행하는 광고 카피를 인용하자면, 동티벳이 그냥 커피이면, 라싸는 T.O.P라고 할까?
화려하면서도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포탈라궁
포탈라는 1200년 전에 세워졌는데, 그때부터 대대로 달라이 라마의 겨울 거처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달라이 라마 14세가 인도로 망명했기 때문에, 달라이 라마가 살지는 않는다. 비록 달라이 라마가 있진 않지만 티벳인에게는 포탈라 자체가 달라이 라마와 동일시되는 숭배의 대상. 매일 많은 티벳인이 집에서부터 포탈라까지, 그리고 포탈라 주변을 도는 성지순례를 한다. (보통 약 5~6시간 소요)
입장료를 내면 포탈라 내부를 볼 수 있다. 포탈라 내부는 홍궁과 백궁으로 나눠져 있는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붉은 부분이 홍궁, 흰 부분이 백궁이다. 특히 홍궁에는 역대 달라이 라마의 유해가 안치된 영탑이 있어 꼭 들려, 티벳인들의 달라이 라마에 대한 숭배심을 직접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
겨울철이면 모든 티벳인이 모여드는 바코르 |
티벳인에게 꿈은 무엇일까? 바로 라싸에 와서 오체투지로 성지순례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경에서 라싸에 오는 기차 안에서부터 길을 따라 오체투지로 라싸로 가는 티벳인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의 마지막 목적지가 바로 조캉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광장인 바코르이다. 그들에게 바코르를 도는 것은 일상이자 가장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에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수많은 티벳인이 이 바코르를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돈다.
바코르에서 본 그들의 모습은 가지각색인데, 오체투지로 하루 종일 바코르를 돌며 참배를 하는 티벳인에서부터 전통 복장을 하고 기도를 하며 도는 티벳인, 그리고 그 사이이에서 넋을 놓고 그들을 보는 관광객까지, 그들을 따라 바코르를 몇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이미 티벳의 중심에 와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농사가 끝난 겨울철에는 티벳 전국 각지에서 순례자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겨울이야말로 순례자로 넘쳐나는 바코르를 볼 수 있는 최적기이다.
새벽부터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조캉사원 |
라싸에 도착한 첫 날 계획한 것이 바로 다음날 새벽 일찍 티벳에서 가장 성스러운 사원이자 종교의 중심인 조캉사원에 가서 줄을 서서 공짜로 조캉사원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새벽부터 줄을 서면 순례자들과 함께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새벽에 가보니, 줄의 길이와 순례자 인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새벽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가량 줄을 섰지만, 도중에 포기하였다. 관광객이 공짜로 들어가려는 생각에 순례자 사이에 줄을 선다는 것 자체가 그들을 모욕하는 것만 같아서 도저히 줄을 계속 설 수가 없었다. 바코르를 한 바퀴 둘러싸는 그 긴 순례자의 줄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은 새벽 1시에 왔다고 하니, 종교에 대한 이들의 신념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하지만 중국의 탄압과 억압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500m마다 총을 든 군인들이 24시간 라싸 거리를 장악하고 있었고, 바코르 상주하는 군인과 경찰의 수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많은 사람이 티벳의 태초의 자연과, 그들의 종교적 신념에 대한 호기심으로 티벳에 가고자 하지만, 지금 티벳의 현실을 볼 때,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방문하기보다는 티벳 역사와 정치적 현실,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 등을 한 번쯤 생각해본 뒤 방문하길 권하고 싶다. Ahn
안철수연구소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가고 있듯이,
저, 최시준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 길을 향해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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