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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명사 인터뷰

오케스트라의 강마에와 기업 CEO의 공통점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음악감독이었던 서희태는 연주자, 지휘자, 교수, 공연 연출자 등 다양한 직업을 넘나든다. 그 중에는 음악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작가라는 직업도 있다. 2008년 12월 ‘베토벤 바이러스: 서희태의 클래식 토크’를 낸 데 이어 얼마 전 또 한 권의 책 ‘클래식 경영 콘서트’를 냈다. 이번에는 클래식이 아닌 경영이 주제이다. 그에게 여러 칭호가 붙지만 경영자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

“작년 2009년 9월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CEO 450명을 대상으로 경영과 예술과의 연관관계를 설문조사했어요. 첫 질문이 “CEO의 예술적 감각이 경영에 도움이 되는가?”였는데, 놀랍게도 96%가 “그렇다”라고 답했어요. 또 “인재를 선발할 때 예술적 감각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느냐?”라는 질문에도 86%가 “그렇다”고 답했거든요. 그걸 보고 참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옛날에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의 시대였는데, 이제는 예술적 감각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구나.’

그래서 음악가로서 이분들에게 길을 좀더 제시해보자고 생각했어요. 클래식의 어떤 부분이 왜 경영에 도움이 되는지. 기업은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는데, 섬세함과 유연한 사고를 가진, 즉 예술성을 지닌 사람에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잠재되어 있어요. 그래서 CEO와 직원이 예술적인 감각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좀더 논리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10개월 간 조사하고 연구해 썻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이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나는 밝은 미래를 본다. 이렇게 시대적으로 보아 ‘클래식 경영 콘서트’는 필요한 책이고, 이러한 책 출판을 내가 가장 먼저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안의 CEO

서희태의 지론을 들으면 음악가가 경영 도서를 썼다는 점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는 각 연주자의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고 위기 상황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CEO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지휘자의 악기는 바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에요. 그러므로 지휘자의 가장 큰 임무는 오케스트라 내의 소통이지요. 공연이 끝난 후 어떤 분이 말해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휘자님을 잘 안 봐요.’ 그래서 제가 답했습니다. ‘단원들이 지휘자를 계속 보고 있으면 악보는 언제 보나요?’ 오케스트라는 시종일관 지휘자만 바라보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에요. 오케스트라는 박자가 변하지 않는 한 지휘자 없이도 훌륭하게 연주해 냅니다. 하지만 연주를 하다보면 박자가 변하는 등 악상에 변화가 생겨요. 그러면 ‘점점 빠르게’ 혹은 ‘점점 느리게’를 악상을 살려 연주를 해야 하는데, 이것을 어느 정도로 빠르게 연주할지 얼마나 느려지며 연주할지 단원 한 명 한 명마다 그 기준이 달라요. 그것을 하나로 통일해주는 것이 지휘자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그렇다면 오케스트라에서 위기 상황을 조정한다는 것은 의미일까.
“오케스트라에 들어올 정도면 개인적인 기교는 제 각각 훌륭해요. 하지만 각자 자리에서 연주할 때는 본인 소리가 얼마나 다른 소리와 악상에 맞춰 흘러가는지 알기 어려워요. 따라서 지휘자가 때로는 반주 악기의 소리를 자제시키기도 하고, 주인공 소리인 제1바이올린의 소리가 작을 때는 끌어올리기도 하는 등 전반적인 톤 조절을 합니다.”

이어서 소통과 위기 상황을 조정하는 데 필요한 카리스마에 대해 그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주었다.  “카리스마를 무서운 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진정한 카리스마란 ‘자기가 해내야 할 일을 정확하게 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오케스트라의 CEO이자 한 조직의 리더인 '지휘자 서희태'를 그 자신은 어떤 리더라고 생각할까. “대단히 뛰어나지도, 머리가 명석하지도, 음악적으로 완벽함을 갖춘 사람도 아닌 매우 평범한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저를 시기하는 사람은 '나는 서희태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했는데 왜 서희태가 더 잘나가느냐'라고 해요. 저도 그 이유는 몰라요. 그런데 저는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기 좋아하고 또 그것을 실천에 옮겨봐요. 실패도 많이 하지만 성공도 많이 했어요. 이러한 모습이 지휘자 서희태로서, 리더로서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요.”

음악의 세계 공용어는 오케스트라, 우리 악기로 세계화

대중 음악에 비하면 여전히 거리감이 있는 클래식 음악을 오래 해온 사람으로서 제도나 관행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터.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간 문화예술 행사 참여 비율은 62.7%, 그 중 클래식/오페라 부분은 4.8%로 지극히 저조하다. 이에 대해 응답자들은 높은 비용을 가장 큰 문제점(비용, 위치, 행사 빈도 순)으로 꼽았다. 하지만 문광부는 예술 부분에 관광 일반 부분의 6배에 달하는 13,226억 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희태 감독은 예술 부분 예산은 국악, 오페라, 연극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하는 것 같다며, 실제로 서양 음악에 배정되는 예산은 그리 많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고 4년 전부터 추진해온 ‘다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우리 음악을 세계화하기 위해 음악의 세계 공용어인 오케스트라에 우리 음악과 악기를 접목하는 뜻 깊은 작업이다.

“언어에 세계 공용어가 있듯이 음악에도 공용어가 있어요. 바로 오케스트라죠. 오케스트라는 어느 나라에 가도 찾을 수 있어요. 오케스트라를 우리 악기로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음악의 세계화 방법이에요. 우리 나라의 여러 악기를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세계인이 읽을 수 있는 악보를 만들면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인 없이도 (우리가 이탈리아인 없이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나라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요. 이 프로젝트에 사비 3억 5천만 원 이상을 투자했어요.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간 이유는 한국인의 틀에서 벗어나 세계적 화성에 맞추기 위해 세계 여러 사람에게 편곡을 부탁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예산을 조금이라도 지원 받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서약 음악 전공자에게 필수이다시피한 유학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다. 우리나라는 클래식 음악의 근원지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어서인지 음악 공부를 하는 이들은 큰 돈을 들여서라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서양 음악의 본고장에서 수학하려는 경우가 많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에서 성공적 유학기를 보낸 서희태 감독은 유학을 하든 국내에서 하든 테크닉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국내에서 서양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국제 콩쿨에서 당당하게 입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의 경우 유럽에서 유학을 한 이유는 공부를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생활을 하기 위해서였다.
“베토벤의 음악을 하려니 그가 쓴 언어도 써보고, 베토벤과 친구는 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의 후손과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베토벤이 거닐며 전원교향곡을 작곡한 시냇물 곁을 걸어보고 싶고, 그가 마신 와인을 마셔보고 싶고, 또 베토벤이 숨 쉰 공기는 여기와 다를까 알고, 느끼고 싶었죠.”

덧붙여 남들이 가니까, 유명하니까 하는 이유 때문에 가는 것은 너무 재미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저는 세계 최고의 지휘자가 되려는 목표를 가져본 적도 없어요. 나만의 목표를 가지고 즐겨왔고, 그렇기에 지금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어떤 선택을 하든 즐기고 행복할 수 있으면 된다는 뜻이리라.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양하게 변주할 줄 아는 서희태 감독의 이후 행보가 보는 이에게도 행복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Ahn
 

대학생기자 김혜수 / 숙명여대 경제학과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이 시대에
이렇게 먼저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합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부디 제 손을 맞잡아 주시길!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대학생기자 박해리 /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대학생기자 오정현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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