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한 지 10년이 넘기는 했지만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 컨퍼런스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강의 내용을 온전히 따라가는 것은 고사하고외국 연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어려워하니 말이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은 ICISTS에서 많은 것을 얻는 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첫 차로 도착한 대전의 모습은 미하엘엔데의모모가 사는 곳을 연상시키는 도시였다. 길게 이어진 가로수들 양 옆으로 도시와 자연의 풍경이 고즈넉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 여름 비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서울과는 다르게 조용하기만 한 이 곳이, 마치 다른 나라의 도시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KAIST 곳곳에서 백로가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대전과 KAIST 모두 첫 방문인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KEYNOTE SPEECH
아침 9시. 참가자들이 연사진의 연설을 듣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3일째에는 TED에서도 연설한 바 있는 사이보그 인류학자 Amber Case의 생생한 프레젠테이션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인류학자로서 그녀의 나이는 25세!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는 그녀의 진취적인 이야기는 오직 취업만을 현재와 앞으로의 목표라고 여기는 한국의 또래들에게 자극이 되었으리라.
TED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공유한다.
Amber case 씨는 좋은 기술이란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현재 우리가 우려하는 것처럼 기술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들려주었다.
COFFEE BREAK
기조연설이 끝난 후에는 잠깐의 간식 시간이 있는데, 다른 조 참가자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다. 미국 중국은 물론 아르헨티나, 가나, 코스타리카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도 이 시간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또한 연사들도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개인적으로 묻고 싶었던 질문을 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PANEL DISCUSSION
사회자로 Charles Tsai(저널리스트, 사회적 기업가를 위한 컨설턴트) , 패널로는 김현진(Rain.D CEO), 김태우(Moglue CEO), 류정희(올라웍스 CSO)씨가 참여하였다. IT분야에서 대학생의 신분으로 신생기업을 이끌어 낸 것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모든 토론은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참가자들이 패널들에게 궁금한 사항을 바로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장이었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 기업가들에게 대부분 한국 초기 투자가 미비하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좋은 투자자를 만나는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미국에서조차 대학 이름으로 투자를 받느냐 마느냐의 판가름이 나는 실정에서 한국인으로서 그들이 맺은 결실은 차기의 창업인들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다.
EXPERIENCE TECHNOLOGY
직접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Experience Technology 시간에는 현 서울대학교 이상묵 교수의 강의로 시작되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어떤 것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유일한 방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며 자신이 사용하는 시스템을 설명해 주었다. 손으로 타이핑을 칠 수 없는 자신과 더불어 그러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목소리가 곧 키보드가 되는 것이다. 어떤 문장을 읽어주면 스스로 인식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시스템을 보여주었을 때 모든 참가자가 탄성을 자아냈다. 또한 참가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쉽게만 보이던 음성을 통한 문서작성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음성과 다르게 엉뚱한 단어가 나올 때마다 보는 이들의 웃음이 터졌다. 이 체험에서는 가장 정확한 발음으로 문서를 작성한 한 적극적인 학생이 일등을 차지하였다.
PARALLEL SESSION
또 한 차례의 Coffee Break로 휴식을 취하고 나서 Charles Tsai(저널리스트)의 강연을 참관하였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청중의 이목을 강하게 끌었다. 그는 CNN 기자 외에도 사회적 기업가를 위한 컨설턴트, 젊은 체인지메이커(변혁자)를 위한 교육 전문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큰 꿈을 가진 이들에게 사이버 공간이란 Connect(연결)을 넘어서 그 속에 포함된 사람들이 'To do the right thing(더 나은 것을 하도록)' 만드는 확장자 역할을 의미한다는 모토와 함께 What makes game fun? (무엇이 게임을 더 재미있는 놀이로 만드는가?) 이라는 질문으로 청중들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참가자에게 학교에서 재활용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 등 10가지 과제를 조별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곧 그들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그 중에서 10번째 과제였던 버스나 전철 등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의 해결책을 맡았던 마지막 조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Charles Tsai씨를 비롯해 참가자들을 폭소케 했다. 그 방안은 두 개로 연결된 버스 손잡이를 만드는 것! 흔들리는 버스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며 말을 건네는 모습을 재현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 외에도 농구처럼 재활용품을 재밌게 골인해 버리는 방법 등 우리 일상에서 재미있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엿볼 수 있었다.
PANALLEL SESSION
뉴로사이언스(신경과학) 분야에서 명성이 있는 Theva Nithy 씨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21세기 학습자들을 위한 교육 변화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재의 기술 설명 더불어, 뇌 인식을 통한 기술발전의 사례를 설명해 주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졸음운전 사고를 뇌 인식을 통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있다. 이 강연에서 Theva Nithy 씨는 어떠한 손가락의 조정도 없이 오직 머릿 속의 생각을 통해 움직이는 게임을 선보였고 참가자들 또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초청된 연사들이 살고있는 지금이 매우 특별하다고 볼 수 있어도, 이 특별함을 시작했을 당시는 힘든 것을 이겨내는 열정이 조금 더 남달랐고, 조금 더 다른 시각을 깨우쳤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또한 참가자들의 열정을 통해 앞으로의 ICISTS의 발전을 엿볼 수 있었다.
나에게 언어라는 제약보다 더 크게 다가온 장애물은 바로 실패가 무서워서 시도조차 안한 마음가짐에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디지털 매체에서는 느끼지 못한 감동이 이 곳 ICISTS에 있을 것이다. 5일 동안 자신감을 충전해갈 수 있는 이 좋은 컨퍼런스를 발판삼아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외국에 나가기만 하면 언어가 유창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잠시 접어두고 말이다. Ahn
시간만이 올바른 사람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안랩인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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