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와 사위의 갈등과 화해 담은 연극 '에이미'

문화산책/컬처리뷰 2013.03.03 07:00

봄을 시샘하는 마지막 한파로 손과 발이 꽁꽁 언 2월 15, 연극<에이미>를 보기 위해 명동으로 달려갔다. 영국작가 데이비드 해어의 <에이미> 2010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첫선을 보여 그해 '한국연극 베스트7'에 선정된 작품이다. '연극의 정석'이자 '빼어난 수작'으로 호평받은 작품이라는 소문을 들어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 연극<에이미> 포스터

 

전체 4막에 걸쳐 15년의 세월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연극은 딸 에이미를 중심으로 에이미의 남편 도미닉과 어머니 에스메, 할머니 이블린, 그리고 엄마의 재산관리인이자 연인인 프랭크가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에스메와 도미닉, 즉 장모와 사위 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메인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에이미>는 전통 연극은 사라지고 TV, 영상매체 등 미디어의 발전과 부흥을 통한 동시대의 문화적 변화와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라는 큰 주제를 담고 있다. 신구 세대의 갈등, 사랑과 배신, 용서와 화해 등 삶의 여러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연극을 보며 딸 에이미와 엄마 에스메의 인물이 흥미로웠다. 최근 들어 연극을 보러 극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정통 연극을 고집하는 에스메가 윤소정씨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연극이라는 장르는 유효 기간이 끝났다'라고 잘라 말하며 자신이 옮음을 주장하는 사위 도미닉과는 달리 연극을 사랑하는 고집스런 마음으로 끝까지 연극 무대에 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또한 사랑스러운 딸인 에이미가 남편인 도미닉과 어머니인 에스메의 중심에서 모든 갈등을 겪지만 두 가치관을 인정하고 끝까지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가족이기에 이해하고 또 이해해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 연극<에이미>의 무대

 

첫 공연이라 배우들의 대사 실수도 간혹 있었지만 4막으로 된 빠른 전개가 연극을 몰입하게 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3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계속된다 하니 꼭 관람하길 추천한다. Ahn

 

사내기자 장은별 / 안랩 UX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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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전달하는 연극, 죽은 남자의 핸드폰

문화산책/컬처리뷰 2012.08.11 07:00

우리는 점점 더 완벽히, 혼자가 되어가고 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 안. 앉아있는 모든 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제각각의 휴대폰들을 두 손에 꼭 쥔 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양쪽 귀에는 핸드폰에 연결된 이어폰을 낀 채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사람들. 이 날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온 나는 이 공간 속에서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 채 손 안의 네모난 세상에만 푹 빠져있는 모습이라니, 그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묘하게 무섭기까지 하다. 이미 핸드폰은 소유되는 물건이라는 개념을 뛰어 넘어 그들의 너무 중요한 일부가 되어버렸다.

아침에 눈 뜬 그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핸드폰을 손에서 잠시도 떼지 못한다. 아니, 핸드폰이 없는 생활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핸드폰은 이미 우리의 모든 일상을 잠식해 버렸다. 낯선 타인들만 가득한 공간에 있을 때면 불편하고 불안하다. 습관적으로 주머니 속 핸드폰을 찾기 시작한다. 액정을 키고 내가 속해 있던 세계의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전화기 속의 음성들과 대화한다. 그렇게 주위의 현실 공간은 점차 의미를 잃은 채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철저히 우리 자신을 혼자로 내몰아 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관계의 단절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죽은 남자의 핸드폰>    이 극은 우리들에게 무언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기계를 통해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들. 그 대화들은 모두 실존하고 있는 것들인가? 형체를 알 수 없이 허공을 떠돌고 있는 수많은 대화들. 이 연극이 말하는 진정한 인간관계란 과연 무엇일까. 

 

연극 <죽은 남자의 핸드폰(Dead Man's Cell Phone)> 

당신이 어느 카페에 앉아 있는데 바로 옆 테이블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다. 끊임없이 핸드폰이 울리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 그. 그를 대신하여 전화를 받고 보니... ... 

...그 남자는 이미 죽어 있었다.’


연극 <죽은 남자의 핸드폰>은 죽은 남자(고든)의 핸드폰이 울리면서 시작된다. 조용한 카페에 끊임없이 울리는 남자의 핸드폰. 허나 그 핸드폰의 주인인 남자는 미동조차 없다. 옆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진은 계속해서 울려대는 벨소리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 결국 그녀는 남자에게 전화를 좀 받아 달라 부탁하게 된다. 계속되는 그녀의 말에도 묵묵부답인 그를 살짝 건드리자, 힘없이 옆으로 무너진다. 휴대폰이 울리기 한참 전부터, 그는 이미 죽어있었다.

그렇게 <죽은 남자의 핸드폰>은 죽은 남자 고든을 대신하여 그의 핸드폰으로 오는 수많은 연락들에 답신하는 이라는 여자를 통해 전개된다. 그녀는 죽은 고든의 핸드폰을 통해, 그의 불행한 결혼생활과 오해로 가득한 가족관계, 곁에 있던 이들과 소통하지 못한 채로 살았었던 그의 삶을 알아 간다. ‘은 일면도 없던 죽은 남자의 인생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죽은 그의 대변인으로서 그의 삶을 확장시킨다.

고든은 카페에서 자신의 죽음이 눈앞에 왔음을 직감했을 때, 자신의 죽음을 누구에게 알릴지 고민했다. 한 명 한 명 떠올려보던 그는 결국,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수많은 연락처들 중 단 한 곳에도 연락하지 못한다. 그를 사랑했던 내연녀부터, 수 십 년을 한 집에서 함께 살아왔던 아내와 남동생, 어머니조차도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그가 건네는 작별인사를 들을 수 없었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그가 풀지 못했던 가족 간에 엉켜있던 오해와 원망을 은 진심을 다해 풀어가기 시작한다. 그녀는 가슴 속에 오랜 원망, 미안함, 그리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들을 품고 있던 가족들 한 명 한 명을 만나 진심어린 위로를 전달한다. 그녀가 위로를 전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죽은 남자의 핸드폰> 작품은 진정성 어린 소통만이 잘못된 인간관계가 제대로 된 인간관계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핸드폰이라는 차가운 기계에서 전달되는 허공에 떠도는 이야기가 아닌 얼굴을 마주하여 눈빛을 전하며 나누는 진심이 담긴 커뮤니케이션, 이것만이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있으며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이며 직접 마음을 다해 이야기를 전하는 관계가 제대로 된 진짜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출 감독 박근형이 말하는 <죽은 남자의 핸드폰>

디지털 시대의 단절과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담은 블랙코미디 작품, <죽은 남자의 핸드폰> 

이 작품을 만든 연출가 박근형은 극단 골목길 대표로서 햄릿’, ‘청춘예찬’, ‘경숙이 경숙 아버지등 많은 문제적 작품을 선보여 온 대학로 대표 연출가이다. 그는 극단 맨씨어터가 창단 5주년을 맞이해 완성해낸 이번 작품 <죽은 남자의 핸드폰>을 통해, 현대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소통 방식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언제 어느 순간 원한다면 이미 알고 있는 이들과 연락할 수 있어 모르는 사람들과 애기를 나눌 필요가 전혀 없어져버린 요즘, 휴대폰이란 기계를 통해 전해지는 대화들은 다 어디로 전해지는 것들인가

그렇게 형체를 알 수 없는 대화들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지속되는 인간관계는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인가? 전화기가 울리지 않으면 불안해하며 습관이 되어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는 우리들. 박근형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이기로 인해 오히려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잃어, 급기야 그 물건의 노예가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작품 설명 때 나온 그의 말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는 것이 아닌 전화기 속의 음성들과 만나 대화하고 그 존재를 확인한다. 직접 만나 함께하는 공간 속에서 대화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전화로 해결한다. 전철 안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전화기를 붙들고 그 작은 화면 속에 얼굴을 묻고 보이지 않는 상대와 교신을 하거나 그 작은 기계가 선물하는 세계 속에 파묻혀 주위를 돌아보지 못한다. 혼자 미친 사람처럼 크게 중얼거리는 사람이 있어 돌아보면 그 사람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다. 

가끔 난 그 안에서 나 혼자만 동 떨어져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와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저들이 보는 저 안의 세상은 존재하는 것인가? 저들이 통화하는 사람은 과연 살아있는 사람일까? 서로의 눈을 보며 진심으로 대화하던 느린 아날로그의 시대 속에서 다들 뛰쳐나왔는데 나 혼자만 멈춰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던진 의문들은 결국 나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난 대답하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빙빙 도는 세상에서 귓속의 달팽이관이 고장이 나버린 사람처럼 허우적거린다.

내가 죽을듯한 어지러움에 비명을 지르는데 사람들은 모두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아니, 그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내 목소리를 모른 척하고 있다.'

 

인간은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평생을 살아간다. 어릴 적 소꿉친구부터 시작하여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 중고등학교 동창, 대학 동기, 배우자, 그리고 일적으로 얽힌 수많은 사람들까지... 서로 복잡하게 얽힌 그 관계 한가운데 존재하는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손 안의 작고 네모난 기계를 통해 나누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

혼자인 것이 두렵고 외로운 우리는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발버둥을 치지만 이런 방식의 대화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전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들은 전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정작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게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과연 누구와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까. 

우리, 오늘만큼은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을 잠시 내려두자. 그리고 더 이상 핸드폰 액정화면 속에 있는 이들이 아닌, 우리가 있는 이 공간에 서 있는 사람들, 내가 눈앞에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고 그들에게 집중하자. 진짜 나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전해질 수 있게. Ahn 

 


대학생기자 윤덕인/ 경희대 영미어학부


따뜻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안랩인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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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화진 2012.08.11 11:33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요즘 젊은사람들 대부분은 걸을때 모두들 고개를 떨구고 다닌다. 손에놓여있는 핸드폰을 보기때문. 지금걷고있는 내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모르고걷는 우리의 모습.한번쯤생각하게 하는글이네요.

  2. 신윤희 2012.08.11 12:47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여행가서도 스마트폰을 놓지않는 내모습을 반성하게 되네요 ~(^0^)~

  3. 허성미 2012.08.11 13:07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낯선 타인들만가득한공간에서 자신이 속한 세계의 사람들을 찾는다는 말이 어무나 공감이 간다 ㅎㅎ 잠시도 폰을 비롯한 '기계'들과 떨어져살수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몸이 기계가 아니더라도 모두 사이보그라고 한 '도나 헤러웨이'가 떠오르네 !ㅎ 좋은글 잘보고간다 자꾸 곰곰이 생각해보게되네^^ 앞으로도 좋은글 자주보여줘 ㅎㅎ

  4. 백은희 2012.08.11 13:36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습관처럼 무의미하게 메시지를 보내는 요즘, 핸드폰에게 우리생활을 내준것같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핸드폰이 우리몸의 일부분이 된건 아닌지 성찰하게 되네요~죽은 남자의 핸드폰 연극에 대한 신선한 의견 좋네요! 잘봤습니당~^.^

  5. 김봉철 2012.08.11 13:44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많은걸 생각하게됩니다

  6. 윤희동 2012.08.11 14:43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사회가 공정하고 평등하게 되도록 안정된 시스템이 만드는것이 중요힌것 같아요

  7. 이수경 2012.08.11 15:10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감동적이네요. 뭔가 인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8. 이성재 2012.08.11 15:15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공감함니다^^ 씁쓸한 웃음이 지어지는 군여. 글을 읽고..우리네 삶을 돌아보며..,

  9. 조성명 2012.08.11 15:43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IT기술의발달이덜인간적이게만들고삶을건조하게만드는것같습니다
    가족간에대화보다는,독서보다는스마트폰에서제한된소통과단편적인지식이나사실들을검색하며혼자만의만족감을찾을려는모습이대세인것같아씁쓸합니다

  10. 이연우 2012.08.12 17:57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핸드폰 바보가 되고 있는듯...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닌 핸드폰을 통해야 소통이 가능한 세상. 옆사람. 앞사람. 함께 누운이 조차들도 대화없이 끊임없이 핸드폰에게 말을 건네는 나람들...우리들은 호모 스마트들...쩝쩝...웬지 서글퍼 진다는...

  11. 박서진 2012.08.12 23:38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기사 잘읽었습니다^^ 연극을 이렇게 색다른 각도에서보니 저도 참 많이 느끼고갑니다.

대학로 소극장서 즐기는 인도 여행, 인디아 블로그

문화산책/컬처리뷰 2012.02.11 07:00

긴 방학이 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나라로의 여행이 간절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훌쩍 떠나기에는 밀린 업무나 가사, 취업 준비, 공부 등이 마음에 걸리고, 주머니 사정 또한 만만치 않아 그 꿈은 좌절되기 일쑤일 것이다. 위 글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분들을 위해, 단 100분의 투자로 인도에 다녀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연극을 소개해 본다.


신선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인디아 블로그' 




<출처: 플레이DB>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두 남자의 인도 여행기를 담고 있다. 연극을 보고 있는 내내 여행 블로그의 포스팅을 읽고 있는 것 같은 편안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글을 읽고 있는 것처럼 지루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두 배우가 무대뿐만 아니라 객석과 통로까지 뛰어다니며 다이나믹한 무대를 보여주고, 인도에서 공수한 소품장식들과, 직접 찍은 영상, 사진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객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테니까. 

가고 싶은 여행지로 유럽 못지않게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 인도일 것이다. ‘김종욱 찾기’ 와 같이 인도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과 영화의 등장도 ‘인도 붐’에 한 몫을 했겠지만,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한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갠지스 강을 거닐며 몇 시간씩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직접 발로 뛴 생생함

사람들은 허구보다는 사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보다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에 열광한다. 사필귀정. 진심은 통한다는 옛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연극이 관객들에게 보다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직접 인도를 여행하며 흘린 땀방울이 스며있기 때문이 아닐까? 직접 발로 뛰어 얻은 생생함이기에 그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 스러운 연극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들이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마음으로 느낀 감정들을 관객에게 전하려는 노력의 몸짓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연극을 본 뒤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고 느낀 것 만 으로도 연극의 메시지 전달에 성공한 것이라 생각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관객 참여

대학로 연극 하면 ‘관객들의 참여’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나 뮤지컬과 달리 대학로 연극은 상대적으로 작고 열악한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관객들과의 공간적 거리 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까지 가깝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 도 관객 참여를 연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내어 무대 울렁증이 있는 사람이라도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인도에 가본적이 있냐’는 물음에 답하는 것을 시작으로 관객들은 주인공 혁진의 여자 친구 성은이 되기도 하고, 기차역 안내원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관광 온 외국인 커플이 되기도 하면서 배우들과 호흡을 함께 한다.

마지막에는 ‘디아’ 라 불리는 작은 불꽃이 담긴 접시를 갠지스 강에 함께 띄우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배우들이 직접 관객이 앉아 있는 객석과 무대를 오가며 이 모든 참여를 이끌어내니 객석 또한 훌륭한 무대가 된 셈이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배우들이 직접 나눠주는 인도차 ‘짜이’를 한 모금 마시며, 인도를 조금이나마 맛보았다 생각했는데, 이것은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 연극이 끝나자 마치 인도에 다녀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뿐 아니라 인생은 결코 100m 달리기가 아니며, 가끔씩은 자신을 돌아보고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5월 20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2관 공연. Ahn 

 

대학생기자 윤수경 /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Whether you think you can or can't, you're Right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스스로에게 무한한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보안세상'에서 긍정 에너지로 소통하는 모습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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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통통이21 2012.02.11 10:31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인도여행은 예전부터 꼭 한번 가고 싶었는데 시간도 여유도 없어서 못가고 있네요.
    진짜 인도는 못가니깐 대학로 인도로 대신해야겠어요~

예술하는 습관, 예술가보다 작품에 집중하는 것

문화산책/컬처리뷰 2011.07.23 06:30

"난 매일 글을 써. 예술하는 습관이 있거든."

젊은 나이에 '최고의 영국 시인'이 된 '위스턴 휴 오든'을 연기하는 배우의 명대사이다.


<출처: 플레이DB>

이 연극은 극중의 극이다. 중학교 때 배웠던 지식을 다시 되새김질 하자면 '액자식 구성'이란 것이다. 노시인 위스턴 휴 오든과 노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의 삶을 다룬 연극인 '칼리반의 날'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예술하는 습관'이 상영한 명동예술극장

 

즉, 오든 역을 맡은 배우가 대사를 하다가도 "아, 근데 작가 양반. 이건 좀 뭐뭐하지 않나?" 라고 하기도 하고 "난 배우입니까? 장치입니까?"라며 연기를 하다 회의를 느끼는 험프리 카펜터 역의 배우가 연기하다가 무대에서 뛰쳐나가기도 한다. 중간중간 무대감독과 그 스태프는 징징거리는 배우를 달래며 대본리딩 연습을 끝마친다. 대본리딩의 시작부터 끝이 곧 이 연극의 시작이고 끝이다.  

어려운 소재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연극

제목만 보면 뭔가 어렵다. '예술하는 습관'

일단 예술이란 단어가 들어간다. 대충 줄거리를 읽어보니 실제 인물이었던 대시인과 대작곡가의 삶을 다룬 연극을 연기하는 연극이란다. 그 연극 이름도 '칼리반의 날'이다. 무슨 말인지 당최 알수 없다.

나름 책 쫌 읽었다고 자부했어도 그 읽었던 책 장르가 괴팍하게도 한 쪽으로 치우쳐진 관계로 어디서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오든이란 시인과 브리튼이란 작곡가에 대해 조명한 연극은 겁부터 줄지 모른다. 하지만 까놓고 이야기해보면 이 연극은 "어려운 소재를 쉽게 풀어낸 연극"이다.


<출처: 플레이DB>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알고 가면 알고갈수록 재밌는 연극이고, 모르고 가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무난한 연극이란 것이다.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라고 염려됐었다. 전날 밤도 샌 상태였고 다크써클이 역려한 상태여서 약간은 피곤했다. 하지만 이 연극은 유쾌했고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의 반전을 꾀했다.

 

굳이 이 연극을 100% 이해해서 보고 싶다면 이 연극에서 다루는 인물인 오든과 브리튼에 대해 조사를 해보거나 관련 서적을 읽어보면 좋을 듯싶다. 이 연극을 보기 전에 읽어가면 좋을 책으로는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엘런 베넷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토마스 만의 <베니스의 죽음>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대중은 더 이상 날 좋아하지 않아" - 오든과 그를 연기하는 '피츠'

오든은 상당히 괴팍한 인물이다. 아니, 약해진 자신을 감추기 위해 괴팍한 성미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승승장구하던 젊은 시절, 영국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던 거는 이제 그저 시간에 맞추어 '성욕'을 해소하는, 씽크대에 오줌이나 지리는 쭈글탱이 노시인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그를 시를 읽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 썼던 시를 읽었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대학강의를 부탁하거나 인터뷰를 종종 요청한다. 오든은 그러한 것들을 몸서리치며 거부한다. 실제 오든의 전기 작가였던 카펜터가 오든을 인터뷰 하는 과정도 우습게 묘사해놨다.

나름 '많이 배운 사람'이라는 가방끈 긴 카펜터는 오든을 인터뷰하게 되는데 오든은 계속해서 동문서답만 하다가 난데없이 바지벗어! 라고 요구를 하게된다. 알고보니 오든은 험프리 카펜터를 자신이 시간에 맞춰 산 'Call boy'로 오인을 하게 된 것이다. 서로 옥신각신 하던 끝에 빨간 모자 쓴 Call boy인 스튜어트가 등장하게 됨으로써 인터뷰가 급하게 마무리된다. 


<출처: 플레이DB>

 

여기까지는 일단 배우들이 연기하는 '칼리반의 날'의 장면 일부분이다. 오든을 연기하는 배우 피츠는 이러한 장면을 연기 하면서 최연장자이면서 중년 배우를 포스로, 연습장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래서 작가에게도 끊임없이 요구하다 마찰을 일으키고 계속해서 철부지 같은 발언을 하게 된다. 이러한 피츠가 그가 연기하는 오든 캐릭터와 닮았다. 대본리딩 다음 스케줄인 CF 스케줄을 위해 연습을 빨리 끝내야 하는 그였다. 그래서 해결되지 않은 장면도 미루고 스텝에게 시계만 가리키는 모습은 유독 "시계가 없다면 그는 식욕도, 성욕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라는 오든과 겹쳐진다.

반면, 계속해서 "내가 이런 것을 연기한다고 하며 청중들은 날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대본의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떼쓰는 그는, 대중들의 외면을 맞이한 오든과는 대조된다. 

"난 유혹당했지, 유혹한 것이 아니야" - 브리튼과 그를 연기하는 헨리

'오든과 브리튼'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다. 동시에 두 사람은 동성애자다. 같은 동성애자라도 오든은 싱크대에 오줌 싸고 소리나 떽떽 지르는 성질 더러운 동성애자였다면 브리튼은 우아하고 조용하면서 어린 남자아이에게 성욕을 느끼는 동성애자였다. 한때 과거 두 사람이 합작한 오페라의 실패로 헤어졌던 이 둘은 브리튼이 오든의 집에 방문하게 되면서 서로의 예술적 가치관과 고뇌 등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출처: 플레이DB>

 

브리튼은 자신이 현재 쓰는 오페라가 자신의 성적 취향과 연결돼 대중의 비난을 받게 될까 봐 작품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오든을 찾아온 것이다. 오랜 친구로서, 그리고 최고의 작사가였던 오든의 거침없는 격려를 받기 위해서.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정한 지적과, "내가 가사를 붙여줄게. 우리 다시 한번 뭉치면 크게 성공할 거야"라는 말뿐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오든이 냉정하고 거침없이 브리튼의 소아성애를 지적하고 브리튼은 끝끝내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그 애가 자신을 유혹한 것이라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이윽고 자신은 새 오페라를 위해 격려를 받기 위해 찾아온 것인데 잘못 찾아온 것 같다며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오든은 한참 생각한 끝에 외친다. "브리튼! 계속 해! 그들이 뭐라 하건 간에! 니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라고 말이다.  

분명 오든과 브리튼의 삶을 다룬 '칼리반의 날'이지만 인물의 비중은 오든에 70% 이상 기울어져있다. 이것을 연기하는 헨리 역시 피츠에 밀려 2인자의 역할을 톡톡히 보여준다. 연극 내내 자신의 주장을 어필하고 작가와 대립하는 피츠와 달리, 헨리는 중간중간 연극에 대한 조언을 해도 금방 묵살당하고 만다. 

예술은 심오한 영감이 아닌, 일상 삶에서 나오는 것

두 예술가의 삶을 다루고 그들의 대화를 연극의 소재로 다뤘다고 해서 예술과 관련된 심오함이 대화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속한 단어들로 가득하다. 심지어 위대한 두 예술가를 동성애자로 등치시켜 '사회적 소수자'에 불과함을 보여줬다. 

시대 최고의 예술가라고 불리는 그들이지만 '동성애자'인 이상 영원한 비주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예술적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고 난 뒤 휴지처럼 버려버린 콜보이와 어린 소년들은 그들 자신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다.    

두 예술가가 주인공이었지만 극의 마무리는 결국 그들의 대화에서 소외당했던 콜보이인 스튜어트다. 즉, 궁극적으로 '칼리반의 날'에서 '칼리반'을 가리킨 것은 스튜어트란 말이 된다.


<출처: 플레이DB>

전체적인 맥락으로 봤을 때 극중극
'칼리반의 날'이라는 제목은 세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밀려난 인물 '칼리반'과 이어지며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더욱 명백하게 말해준다. 극중극의 인물들도, 그 극중극을 만들어가는 배우들과 스태프도 조금씩 자신의 자리에서 밀려나있다 

 

"기념비로 기억되는 대가들을 뚫고 자라나는 무화과 나무처럼." 

콜보이는 끝끝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던 '칼리반'이라는 존재를 부각시키며 끝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콜보이를 통해 자신의 섬을 빼앗긴 칼리반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고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대해 논하면서 주인공 프로스페로의 노예이자 돌연변이인 칼리반을 내세웠던 오든의 장시 바다와 거울'을 환기시키는 극적 장치다. 작품 속에서 항상 주변부적 존재에 관심을 기울였던 예술가들이 정작 삶에선 왜 그토록 냉정했던 걸까. 영국이 자랑하는 두 거장의 삶을 파고들면서 작가 베닛이 아프게 박아놓은 쐐기다 


<출처: 플레이DB>

 

연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예술가의 작품보다 그 명성이나 사생활에 더 탐닉하는 우리 시대 예술에 대한 우아한 풍자를 펼친다. 사람들은 예술가의 명성을 소비할 뿐 그들이 생산하는 예술은 제대로 음미하지 않는다. 어쩌면 '진짜 예술'을 음미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어느 작가를 좋아하세요?"란 질문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진짜 예술을 음미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책을 좋아하세요", "어느 음악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야 하는 것이 어쩌면 예술을 하는 궁극적인 스타트가 아닐까. Ahn

대학생기자 김마야 / 아주대 경제학과


'삐뚤어질 수 있으니 청춘이지'라고 항상 스스로 되새기곤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이란 인식이 사회에 맞춰가는 바른 상(像)이라면
저는 아직까지는 사회를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청춘'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제 청춘을 버라이어티하게 디자인하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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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볼매^ㅠ^ 2011.07.25 13:36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왠지 연극 내용이 어려울 것 같아요ㅠㅠ 소설속에서만 보던 액자식구성이라.. ㅎㅎㅎㅎㅎ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 할 단 하나의 연극

문화산책/컬처리뷰 2011.06.18 06:30


<출처 : 플레이DB>

6월 5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연극 <산불>. 실은 그동안 TV에서만 봤던 강부자, 조민기, 장영남 같은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하고 많은 연극 중 <산불>을 택했다. 

사실 <산불>은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최고봉인 고 차범석의 대표작이고, 이번 공연이 그의 5주기 추모 특별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전후 문학의 1세대였다. 전통적 사실주의에 입각한 희곡 작품을 발표했으며 한국적 개성을 살린 사실주의 극을 확립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의 작품은 전쟁과 이데올로기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의 중심을 시대 상황이 아닌 인간 실존에 두었기 때문에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한다.

 

과부촌에서 생긴 비극

살을 에는 추위에 으스스 온몸을 떨며 쌀을 모으는 산골 아낙들. 쌀이 없어 못 내겠다는 아낙과, 죽지 않으려면 군대에 보내야 하니 쌀을 내라는 반장 할머니의 다툼이 벌어진다.
그렇다. 연극 <산불>의 배경은 6·25 전쟁이다. 전쟁으로 남자라곤 노망 든 늙은이 한 사람뿐인 과부촌에 ‘규복’이라는 한 젊은 남자가 숨어 들어온다. 공비로 쫓기는 규복을 발견한 과부 점례는 규복의 위협에 어쩔 수 없이 숨겨주고 밥도 준다. 그러다가 점례는 동정심이 싹트면서 두 사람 사이에 애욕이 싹튼다.

이때 과부병에 걸리다시피한 이웃집 사월이가 이를 목격하고 점례에게 규복을 공유하자고 제의한다. 거절하면 신고하겠다는 사월의 협박에 못 이겨 점례는 규복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이를 시발점으로 세 사람 간에 갈등이 생긴다.

처참한 전쟁과 상반되는 따스한 봄날, 사월이는 결국 규복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이를 안 규복은 자수도 못 하고 도망도 못 치는 사면초가의 상태에서 국군의 소탕작전으로 숨어 들어간 대나무 밭 속에서 불에 타 죽는다. 동일한 시각에 임신을 한 사월이도 양잿물을 마시고 자살을 한다. 그렇게 산불 속에서 한 쪽은 자살한 딸을 놓고 다른 한 쪽은 불타는 논밭을 보고 다른 한 여자는 죽은 남자 앞에서 통곡을 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출처 : 플레이DB>

 

전쟁 속에 터져버린 인간의 욕망

 
이 작품은 2년 동안 욕망에 굶주린 과부들과 공비로 쫓기면서 성욕에 허기진 한 남자의 본능을 충실히 보여줬다. 점례와 사월, 그리고 규복이 욕망에 의해 처참히 무너진 것은 오랜 전쟁에 때문이다. 전쟁과 이데올로기 싸움이 인간을 얼마나,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중점으로 다루었다는 점에 이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작품 속의 인물들이 자신의 본능과 욕망을 표현하는 방식은 각각 달랐다. 사월이는 점례에게 규복을 나눠 갖자고 적극적으로 제안할 만큼 자신의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반면 점례가 규복과 그런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점례의 주변 인물로선 놀라운 일이다. 점례는 딸린 가족 때문에 다시 시집을 못 간다는 참한 과부이기 때문이다. 즉, 점례도 마찬가지로 내면에 숨은 본능과 욕망이 있었으며 자신도 모르는 새에 나왔던 것이다.

극의 마지막에 보여준 산불은 욕망과 본능 때문에 무너진 세 사람의 상태를 나타낸 것이 아닌가 한다. 사월이가 점례에게 제의하기 전에 규복은 자수하겠다고 점례와 약속했다. 자수를 하면 살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사월이가 모른 체했다면 점례와 규복은 자수를 하든가 도망갔을 테고, 사월이 또한 임신을 하지 않아 자살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규복도 마찬가지로 사월이를 탐하지 않았더라면 자수를 해서 살 수는 있었을 것이다. 물론 세 사람 모두 이를 잘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오랫동안 꾹꾹 누른 욕망이 터져 나와 결국은 산불과 함께 욕망도 사람도 다 같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출처 : 플레이DB>

 

극을 살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산불>은 정통 연극이라 다소 지루할 것 같았으나, 배우들의 연기가 그 우려를 말끔히 사라지게 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관객들이 특별히 환호하고 찬사를 보낸 배우 두 명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냈다.

사월이 역의 장영남은 역시 기대치보다 더한 만족을 줬다. 사월이의 욕망을 온몸으로 표현해 내는 것하며 기가 막혀 헛웃음을 치는 것하며 약간의 철없는 모습, 실성한 듯한 표정과 몸짓까지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다.

규복의 존재를 알았을 때는 "점례에게 소중한 남자는 내게도 소중한 거요."라며 억제해온 욕망을 웃음 포인트도 함께 살려냈다. 또한 규복의 존재를 알았을 때, 굶주린 욕정이 스멀스멀 올라와 있는 상태를 반짝이는 눈빛과 팔딱거리는 표정으로 나타냈다. 임신을 해 절망에 빠졌을 때는 초점 잃은 눈빛과 모든 의욕이 빠져나간 몸짓으로 표현했다. 

조연으로는 바보 귀덕이 역의 이태린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바보 역을 훌륭히 소화해 지루할 수도 있는 연극에 재미를 더하고 몰입을 이끌었다. "저건 뒈졌어야 해!" 하는 어머니의 독설에 웃다가 우는 잠깐 사이의 표정 변화와 바보만의 몸짓과 목소리까지 생생함을 전했다. 어머니가 군인에게 끌려가는 위기 상황에도 혼자 명절날인 양 들뜬 몸짓과 목소리로 바보만의 순수함을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눈을 번뜩 뜨고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크게 웃는 바보만의 모습에 관객들은 귀엽다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극 <산불>은 한국 사실주의 극의 대표작이라는 의미도 있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최고였다. 하지만 공감대가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아마도 인물 간 갈등 상황을 너무 간결하게 그려서인 듯하다. 사월이와 규복이가 서로 대화를 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을 관객에게 맡긴 것 같다. 6·25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던 젊은이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인물들의 갈등 관계와 심리 상태를 좀더 섬세하게 표현했다면 세대 불문하고 함께 공감대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Ahn

 

대학생기자 류하은 / 강남대 경영학과 
 
거거거중지(去去去中知),  행행행리각(行行行裏覺)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또 행하면서 깨닫게 된다.
- 노자의  <도덕경> -
제 글이 조금이나마 당신이 가는 그 길에 빛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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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나뿐인지구 2011.06.18 11:18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한국 민족간 전쟁 소재인 작품들이...
    6월에 유독 많이 나오네요...
    ...
    이런 민족 상쟁은...앞으로 한번 더 생긴다면...한민족은 중국이나 일본에 병탄될 수도...

국내 최초 수상뮤지컬 '갑천'을 보았더니

문화산책/현장속으로 2009.08.23 13:51




대전광역시에서 국내 최초로 수상뮤지컬 '갑천'이 8월 13일부터 4일동안 펼쳐 졌다. 갑천의 주 내용은 '망이, 망소의 난'을 다루고 있으며 총 8장으로 구성되었있다. 1장은 대전의 역사를 알리는 내용을, 2장~4장은 명학소 사람들의 무인시대와 생활상을, 5장~6장은 고려 군사들의 학정에 봉기하는 내용을, 7장~8장은 망이의 서글픈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무대 구성은 갑천 둔치에 가로200m, 세로15m의 고려성곽과  돛단배, 대나무 뗏목 100여 척등과 기타 특수효과들이 사용되어 졌다. 이 뮤지컬이 주목 받는 이유는 총 1000여명의 극중 인물이 등장하는데, 일부는 시민들로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필자가 도착 하였을때는 공연시작(PM8시) 1시간 20분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위해 모여있었다. 공연 첫날은 평일에도 불구하고 2만명의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저 날은 토요일이였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왔으리라 생각된다.  공연 시작 전 사회자가 멀리에서 온 사람한테 선물을 주겠다고 하여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으나... '제주도' 한마디에 모두들 침묵을 지켰다. 자리에는 외국인들도 상당 수 있었으나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였는지, 참여를 못하는 눈치였다.



공연 시작 전의 고려성곽 모습이다. 관람을 하며 나중에 느낀 거지만, 사람들이 일찍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시계가 오후 8시를 가르키자, 무대의 막이 올랐다. 성곽의 조명들이 불이 들어 오기 시작하자,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였다.





공연이 진행 될 수록 무대는 점점 화려해 졌다. 고려성곽 앞에는 땟목 위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갑자기 관람객들 위에 나타난 연기자들. 사람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성벽 앞에 보면 하얀 색 옷을 입은 선녀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찍고 싶었지만, 관람객들은 앞으로 다가서는 것을 통제하였다. 방송관계자분들도 모두 관람객 뒤에서 촬영을 하였다. 일부 방송 장비들만 성벽 끝 부분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봉기를 하는 장면은 이렇게 폭죽으로 효과를 나타냈다. 대포와 총알을 형상화 하기 위해 일부 폭죽만 사용 한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본격적인, 폭죽 쇼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마지막 엔딩 장면이다. 구슬픈 망이의 노래와 함께 하늘로 타 올라가는 등불들의 모습이 마치 서민의 마음을 나타내 주는 것 같아, 약간은 찡 하기도 하였다. 국내 최초의 수상 뮤지컬이 선보였지만 앞으로도 멋진 작품이 많이 제작되었으면 한다. Ahn





 대학생기자 전호균 / 배재대 미디어정보·사회학과


인생에 있어서 디딤돌인지, 걸림돌인지는 자기에게 달려있다고 한다.
   행운은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간다는 정신으로 열심히 산다.
   안랩 대학생기자 활동이 인생의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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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시 2009.08.23 14:50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와우 ;; 수상뮤지컬이라니
    보고싶군요~

  2. 도라에몽 2009.08.26 15:28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갑천에서..갑천을 한거군용.

  3. Freddie Mercury 2009.08.27 08:59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헛. 스케일이 장난아니군요...
    호균친구 이런데 나도 좀 데려가~ ㅎㅎ

이공계 여대생, 에쿠니가오리를 만나다 - 2009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속으로/세미나 2009.05.16 14:07
책의 확장, 책의 상상력... 다시, 책에서 시작한다

부재중 통화 3통 + 문자 7통 = 총 10통의 미확인 기록. 보안 세미나 취재하느라 미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캔디폰을 열심히 울려준 이는 뉘신고 했더니..맞다, 오늘은 너와 나의 문화Day였드랬지.

다행히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는 밝다. 코엑스에서 5월 13일 ~ 17일까지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데, 나의 천사같은 친구님께선 그동안 시험이니 과제니 뭐니 해서 텍스트에 찌든 심신은 다시 텍스트로 정화하는게 진리라며 나에게 초대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참 생산적인 스트레스 해소가 될 듯 싶어 덥썩 물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첫 날인데도 외국인,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포함하여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번 행사의 주빈국은 일본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여류 작가! 에쿠니가오리씨의 사인회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렘과 흥분이 한껏 부풀었다.   




사전 신청을 못해서 사인은 받지 못해 아쉬웠지만 아무렴 어떤가~ 책의 프로필 사진으로만 접했던 에쿠니가오리씨를 실제로 보았는데 :) 평소 청아하고 섬세한 그녀의 필체는 따뜻한 감수성을 전달해 주었기 때문에 이공계생인 나로서는 일확천금의 순간이였다. 헤어 스타일때문인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그녀의 책과 똑 닮은 오로라가 느껴졌다.





흑백대비 명확한 네모난 책 외에도 알록달록 선명한 예쁘고 재미난 책, 귀엽도 아기자기한 책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책들이 전시되 있기때문에 넓은 전시장을 몇 시간 둘러보아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에게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직접 책을 만들어 보거나 인쇄해 볼 수 있는 이벤트도 제공하기 때문에 서울국제도서전은 훌륭한 체험장이 되주었다.

 


내가 특히 관심있게 본 곳은 북아트관이다. 책인지 하나의 예술품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유독 눈에 띄는 것 같다.
 
'전공 서적도 이렇게 재미있고 독특하게 생겼다면 좋으련만..'
중,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의 명을 교묘하게 바꾸어 개성있게 탈바꿈하는 친구들이 생각나서 잠시 웃음이 나왔다^^

북아트 세미나를 비롯하여 도서전 기간동안 주빈국관에서 일본 서예가 기노시타 마리코의 서예 시연, 일본문화 체험, 그림 연극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으니 꼭 한번 가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Ahn
    

대학생기자 정은화 / 동덕여대 데이터정보학과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소녀 감성의 소유자. 정신 세계 코드 불일치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당신도 곧 말랑말랑 봄바람처럼 마음이 두-웅 해버리는 엄청난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른다. 나와 함께 있는 바람안에 온통 따스한 향이 스밀 때까지. 안철수연구소 대학생 기자 활동의 시작, 그리고 종결의 메타포는 내 안에서 꿈틀거리며 튀어나온 나의 의지와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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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시 2009.05.16 16:39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책이 정말 이쁘네요 ㅋㅋㅋ
    저렇게 된 책이 있다면 매일매일 읽을텐데-,-
    2009도 00이 책으로 표시되있어서 짱 귀엽게 느껴져요ㅋㅋㅋ
    감사히 잘 보았어요!!!

    • 대학생기자 2009.05.16 20:14  Address |  Modify / Delete

      직접 보면 신기한 책들이 정말 많았답니다:)
      요시님도 책을 좋아하시나봐요~
      내일이 마지막 날인데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세요~*

  2. 달팽가족 2009.05.16 19:41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부럽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씨를 직접 만났군요. ^^
    트랙백 하나 걸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대학생기자 2009.05.16 20:29  Address |  Modify / Delete

      저도 좋아하는 작가를 직접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좋은 경험이였던 것 같아요^^
      달팽가족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3. 꼬마 2009.05.17 20:22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글잘읽고 갑니다^^
    에쿠니가오리 정말 훌륭한 작가죠^^ 도쿄타워를 비롯해서 냉정과열정사이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까지.. 정말 그 훌륭한 작가를 직접 뵈었다니 부러울따름입니다^^

    • 대학생기자 2009.05.18 23:07  Address |  Modify / Delete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지만 저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이번에 나온 '좌안'도 기대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