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 인맥은 별개일까?
요즈음 온라인 게임이나 소셜 네트워크들이 더욱 다양해지고 사용자도 늘어남에 따라 이를 통해 친구를 사귀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는 인연을 결혼까지 이어가 많은 이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도 있다. 상대를 잘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면 소셜 네트워크는 인맥을 넓히는 데 무엇보다 유용한 수단이다.
IT 회사인 안랩에도 물론 이렇게 온라인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이들이 있다. 트위터에서 관심 분야인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다가 아내를 맞은 전상수 차장과, 인터넷 카페 활동을 하다 배우자를 만난 차민석 책임이 바로 그들.
날씨가 좋은 어느 날, 그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판교에 있는 안랩 사옥을 찾았다. 이들은 "세상은 변하고 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와 같은 온라인을 통한 만남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을 통해서라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방법보다는 어떻게 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 아내와는 처음에 어떻게 만났나요?
전상수 차장: 저는 와이프를 트위터에서 팔로잉(트위터에서 내가 다른 사람을 친구로 추가하는 것)과 팔로워(트위터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친구로 추가하는 것)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와이프가 책의 인용구나 책을 읽은 후의 느낀점들을 굉장히 많이 올렸기 때문에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어서 팔로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1월에 회사에서 와이프가 사는 창원에 갈 일이 생겼을 때 처음 보게 되었고 12월에 청혼했고, 3월에 상견례를 하고 4월에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차민석 책임: 저는 엄밀히 말하면 SNS가 아니라 인터넷 카페에서 제 와이프를 만났습니다. 저는처음에 와이프가 마음에 들어서 제가 먼저 접근했습니다. 인터넷 카페의 종류는 20,30대의 싱글들이 함께 맛집과 멋집을 찾아다니는 카페였고 저는 운영진이었습니다.
- 온라인에서 기대했던 모습과 오프라인에서 처음 본 모습이 다르진 않았나요?
전상수 차장: 저나 와이프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이 자기 자신의 사진이었습니다. 실제로 처음 만났을 때 와이프가 저는 사진과 비슷하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트위터에서 몇 달 동안 이미 많은 이야기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프로필 사진이 주는 이미지와 말해왔던 상대의 느낌과 실제로 만났던 사람의 느낌이 모두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나기로 했었기 때문에 많이 떨리지는 않았습니다.
차민석 책임: 저는 사실 오프라인에서 먼저 보고 온라인으로 연락처를 교환한 경우이기 때문에 이 질문과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선 제 와이프는 글도 별로 남기지 않았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 카페에서 크게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반면에 저는 카페 운영진도 했었고 카페에 글도 많이 쓰고 사진까지 공개를 해 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오프라인 자리에서 와이프를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저는 와이프에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 후에 메신저를 하면서 연락처를 교환했습니다. 그렇게 결혼 준비기간까지 모두 다 포함해서 1년 정도 만났습니다.
- 최근 게임이나 메신저 같은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상수 차장: 트위터는 그 사람이 오랫동안 써온 글을 모두 볼 수 있는 타임라인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 사람을 굉장히 오랫동안 볼 수 있습니다. 제 와이프가 책 이야기를 꾸준히 올렸던 것처럼 그 사람이 꾸준히 올리는 글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가령 남들이 보기에는 이렇게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 단순한 만남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저희는 처음 만날 때까지 서로 나이도 알지 못했고 그저 저와 관심사가 같아서 만난 것뿐이었습니다.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방법은 아주 다양한 여러 방법들이 있는 것이고 그 중에 한 방법이 소셜 네트워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나 차민석 책임 같은 만남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차민석 책임: 저는 사람이 어떻게 만나느냐보다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기가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모님들은 인터넷에서의 만남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실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수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상수 차장(좌)과 차민석 책임연구원(우)
전상수 차장: ‘그렇게도 만날 수 있구나’, ‘네가 트위터를 열심히 하더니 거기서 결국 만났구나’, ‘나도 트위터 할 껄 그랬다’, ‘나도 하는데 나는 왜 여자친구가 없느냐’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트위터는 굉장히 작은 세계지만 그곳에 투자한 시간이나 노력을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받아들여졌습니다.
차민석 책임: ‘마침내 그 곳에서 만나는구나’ 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습니다. 저도 전상수 차장과 비슷하게 pc통신으로 20년 넘게 온라인 모임을 즐겨 했었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이 가장 많았던 것 같습니다.
- 트위터와 같은 매체는 다소 익명성이 있는데, 이러한 매체는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요?
전상수 차장: 만나는 방법은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이고, 그 사람을 알아가는 방법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그 사람이 올리는 글을 다 읽어봐야 합니다. 또한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아는 척 하거나 거짓임을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서로 관심분야로 처음 만나서 어디에 사는지, 나이가 몇인지 같은 개인적인 것들을 묻는다면 이러한 방법이 오히려 소개팅과 같은 만남보다는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차민석 책임: 물론, 이성을 만나기 위해 카페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그런 분들은 초반에만 활동을 하다가 금방 나가버리십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몇 년씩 남아계십니다. 예를 들면, 저는 인터넷 카페에 30회까지 연재한 글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모두 다 찾아서 읽어 본 분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 같은 경우에는 굳이 소개팅처럼 호구조사를 하지 않아도 제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입니다. 믈론 머릿속의 모습과 실제 모습과의 괴리감은 있겠지만 글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 수가 있습니다.
- SNS를 통한 만남에서 가장 조심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상수 차장: 저는 어떤 사람을 팔로잉하기 전에 상대가 쓴 한 달 동안 정도의 글을 모두 읽습니다. 그 결과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관심이 무엇이고, 그 사람의 또 다른 팔로워가 누구인지 까지도 본 후에 괜찮으면 팔로잉을 합니다. 만약 그 사람의 평판이 별로라면 팔로워가 없거나 매우 적겠죠.
차민석 책임: 인터넷 카페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쓴 글들을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도 현실에서처럼 위험한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글을 보면 어느 정도의 평판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위험한 사람들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소셜을 통한 만남에 대한 생각은?
전상수 차장: 제 결혼식에서 축하 연주를 해 주신 분도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분이었습니다. 이것도 제가 얻은 소셜 네트워크의 소중한 인맥 중 하나입니다. 15년전에는 이러한 것들은 ‘접속’과 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신기합니다.
차민석 책임: 제 결혼식에 참석한 친구들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이나 pc통신에서부터 만난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온라인에만 갇혀있는 친구들이 아니고 지금도 자주 만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소셜을 통한 만남은 어떻게 보면 수단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알게 된 친구들인지 보다는 ‘어떻게’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만남이야말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절묘한 조화라고 할 수 있겠죠? Ahn
사내기자 장은별 / 안랩 UX/TW팀
대학생기자 김소정 / 숙명여대 멀티미디어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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