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불안, 공항에서의 일주일,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등 어느 순간 그의 작품들은 국내에서 커다란 인기를 모았고, 이로 인해 ‘알랭 드 보통’ 붐이 일어났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읽어보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를 한 번 쯤은 들었거나, 그의 작품을 한번쯤 스쳐지나 가 본 적은 있을 것이다. 도대체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뭐가 다르기에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일까?
아주 지적으로 풀어낸 연애소설 ‘우리는 사랑일까?' |
대부분의 연애소설들은 아주 통속적이고 뻔하다. 물론 중간 중간 예상치 못할 뻔 했으나, 충분히 예상 가능한 약간의 슬롯들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이다. 읽은 뒤에도, 마치 친구의 연애상담을 해준 것 같이 한번 읽고 잠깐 생각을 하면 끝이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인 ‘우리는 사랑일까?’는 통속적인 연애소설을 아주 지적이고 유식하게 해석해놓았다. 아주 평범한 소설이 될 수도 있는 엘리스와 에릭의 연애를 다룬 소설을 알랭 드 보통이 어떤 이유로 엘리스는 에릭을 사랑하는지, 아니 사랑하는 척하는지, 그리고 에릭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엘리스를 옆에 두고자 하는지를 풀어놓았다.
기본적으로 소설은 엘리스와 에릭의 연애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라인에 따라 흘러가지만, 어떤 중요한 사건이나 사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알랭 드 보통의 깊이 있는 지식과 인용구가 삽입되어 해당 사건과 주인공들의 행동의 이유를 철학적으로 분석해놓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은 아주 지적이고 철학적인 소설이라고 불리운다.
소설의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엘리스와 에릭의 연애는 항상 엘리스가 에릭을 더 많이 사랑하는 관계이다. 이를 알랭 드 보통은 아래와 같이 관계라는 철학적 요소로 풀어 설명해놓았다.
관계란 스스로 균형을 잡고자 하는 원초적이고 잔혹한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방정식으로 나타냈을 때, 두 사람이 함께하려면 양쪽에서 40단위에 이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자.
엘리스 20 단위 + 에릭 20 단위 = 관계 40 단위
40 단위라는 값은 관계가 지속된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잔인한 점은 총량을 양쪽이 똑같이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양쪽이 20단위씩 노력을 내놓는 관계가 가장 합리적이겠지만, 원래 한쪽이 상대방보다 더 많이 노력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떻게, 또는 왜 그럴까? 덜 노력하는 편은 어떻게 정해질까? 상대가 얼마나 신경 쓰느냐를 측정하는 몹시 냉소적인 감각에 따라서 그렇게 된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상대의 감정을 재고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은 얼마일까?’ 상대가 거부하고 사랑이 끝나기 직전까지 얼마만큼 밀어붙일 수 있을까?
알랭 드 보통과 정이현 작가가 나눠 쓴 책, 사랑의 기초 |
혹시 책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어봤는가? 이 책은 남자의 입장과 여자의 입장에서 각각 서로 다른 책으로 쓰여져 있다. 필자는 알랭 드 보통과 정이현 작가가 공동 집필한 책 사랑의 기초도 이와 비슷한 모티브로 쓰여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대신 사랑의 기초는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가 아닌,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게 된 젊은 연인과 이미 아이가 있는 오랫동안 같이 산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우리나라의 작가인 정이현 작가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알랭 드 보통은 오랫동안 같이 산 부부 중 남편의 입장에서 책을 썼다.
그래서 사랑의 기초는 결국 두 권의 책이 한 세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연인들에게 추천하면서도 안타까운 점은 책의 결말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즉 연애 소설을 읽으면서 꿈꾸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참 단 몇줄의 글로써는 결론짓기 힘든 결말이어서 필자도 연인과 서로 나눠가며 읽으면서 “이 책 결말이 이상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로가 상대방에게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그동안 어떤 부분이 부족했나를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여름 카페에 앉아 연인끼리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시간을 죽이기 보다는 서로 책을 사서 나눠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Ahn
안랩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가고 있듯이,
저, 최시준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 길을 향해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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