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무의식에 대한 과학은 가능한가 …”
이런 질문들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를까. 대학원 철학과 수업의 한 장면?.. 철학사를 연구하는 학자의 박사학위 논문주제? 이러한 낯선 주제들이 일상의 담화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면 우리는 당혹스러워해야만 하는 걸까.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는 프랑스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논술고사의 문제와 예시답안을 여섯 가지 분야(인간, 인문학, 예술, 과학, 정치와 권리, 윤리)로 나누어 소개하는 다채로운 내용으로 압축되어 있다.
문제와 답안을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이를 고등학생이 제한된 시험시간 안에 써 내려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 장면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이러한 문제를 대답할 수 있으려면 평상시에 얼마나 많은 사고의 훈련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질문을 천천히 음미하면, 모든 질문은 ‘열려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객관식 문항처럼 확정된 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간파하고 답안의 골격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작업이 논술문제의 특징일 수 있지만, 바칼로레아 논술문제는 유난히도 ‘열려있다.’ 하나의 답안을 생각해 내기에는 문제가 내포하는 방향은 너무 다양했다(책에서 나온 답안은 모범답안인 것은 맞지만, 분명히 해당 답안이 제시한 방향성이 유일한 것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문제를 읽고 답안을 보기 전 스스로 답안의 구조를 구상해 보았는데, 철학사에서 유명한 논제들은 어느 정도 예시답안의 구성과 유사하게 접근할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필자가 생각한 답안과 실제의 예시답안이 많이 달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러한 당황스러움 때문에 문제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문제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 방향성을 스스로 정하는 것. 그리고 그 방향성에 대항 정당함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은 분명 쉽지 않지만, 사고의 능력을 더욱 키우는 과정인 것만은 분명하다.
책을 읽으면서 교양이라는 단어를 되새겨 보았다. 앞 부분에 나열한 예시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심오한 주제들이 단순히 교양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되기에는 그 깊은 함축적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사고의 운동을 강요하는 이러한 심오한 철학적 논의들이 현대인이라면 정말 누구나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이라는 것이 놀라웠고, 무엇보다도 이를 교양으로 당연시하는 프랑스 문화를 호기심과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실제로 문제를 곱씹어 보면 어려운 철학적 논제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이 지극히 우리의 일상사의 소소한 모습을 구석구석 담고 있다(단지 그러한 모습을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낯설게 느끼질 뿐이다). 우리의 일상.. 더 나아가서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모습을 바라볼 때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새로움을 마주친다는 마음으로 그 의미를 되새겨보면 어떨까. 이 책에 나오는 주제들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Ahn
사내기자 방지희 / 안랩 세일즈마케팅팀
지금 20대의 청춘을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으로 채우고 싶습니다.글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고,
글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자가 되고자 합니다.
'문화산책 >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앞만 보고 가는 이에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0) | 2012.10.06 |
---|---|
푸코의 이성-비이성 경계 허물기의 매력 (0) | 2012.09.12 |
지구 반대편 남미를 이해하는 키워드 '탱고' (1) | 2012.08.19 |
연인끼리 읽어보면 좋은, 연애 전문 작가 알랭드보통의 책 (0) | 2012.08.04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 (2) | 2012.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