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되는 미래. 커피 1잔.. 4분, 권총 1정.. 3년, 스포츠카 1대.. 59년..
그리고 돈으로 이러한 시간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 부자들은 돈으로 시간을 매입하여 몇 세대에 걸쳐 영생을 누릴 있지만, 가난한 자들은 하루를 겨우 버틸 수 있는 시간으로 노동을 하며 산다…
<출처: 다음 영화>
영화 In Time의 줄거리이다. 다분히 허구성으로 가득한 이 영화를 보면서 허구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한 것은 필자 혼자만은 아닐 듯하다. 교환의 필요성으로 인간이 발명한 도구인 ‘돈’이 이제는 역으로 인간의 삶 곳곳을 지배하려는 시장중심주의인 사회를 만들면서, 현대인은 점점 비대해져 가는 돈의 위력에 불편함과 허망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돈을 열망하게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선보인 마이클 샌델 교수는 시장과 도덕이라는 상이한 영역 간의 긴장감을 신랄하게 파헤치면서 돈으로 살 수 있는 영역과 그럴 수 없는 영역에 대한 경계를 보여준다. 아니.. 정확하게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영역과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영역’에 대한 경계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을 우리에게 당부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풍부한 현실 사례를 통해 도덕, 공공선, 시민의식이라는 추상적이고 무거운 개념을 독자로 하여금 쉽고 현실감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을 어김없이 발휘한다. 그는 시장이 도덕의 영역을 침범해 가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역이 무엇인지,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끔 우리에게 쉽지 않는 사고의 노동을 부추긴다. 돈이라면 삶과 죽음도 거래의 대상으로 치부해버리는 현대사회에서 과연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는가, 혹은 존재해야만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책에서는 경제영역이 아닌 인간의 삶까지도 파고드는 돈의 위력에 반대하는 의견의 근거로 ‘공정성’과 ‘부패’를 제시한다. 우선적으로 자유시장이 실질적으로는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강압이 없는 자유를 공정한 거래의 전제로 규정하는 의견을 소개한다. 빈부격차는 하위계층에게 자유의지가 아닌 물질적 결핍에 기인하는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한다. 이로써 돈으로 사전에 유리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상위계층과 약자인 빈곤층 간에 ‘공정성’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미약한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빈부격차가 제거된, 자유에 기반한 공정성이 보장된다면 모든 거래는 정당화 되는가. 샌델은 아니라고 답한다. 공정성이라는 거래의 형식적 조건이 충족됐다고 하더라고 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그것은 도덕이라는 가치를 하찮게 만드는 ‘부패’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의 가치보다 낮게 평가된 것을 부패라고 정의한 그는 인간의 존엄성을 비롯하여 시장이 넘볼 수 없는 고귀한 규범이 변질되지 말아야 함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모든 것이 거래의 수단이 되는 현실에서, 심지어 인간의 감정, 죽음과 같은 고유한 인간의 삶 조차도 돈 앞에서는 하나의 교환대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굳이 들추어 내어 이를 돈의 힘으로부터 변호하는 것은 어찌 보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돈이 현실에서 모든 것을 매수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곧 돈에 의한 사회의 잠식화와 몰(沒)인간화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 구성원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시민의식, 도덕이라는 고유한 규범적 영역이 시장영역과 어떻게 다른지를 함께 고민하고, 그렇게 심사 숙고하여 정립한 기준을 갖고 건강한 공공 담론에 참여하여 도덕적, 정신적 실체를 살려내는 것이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를 지켜내는 원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Ahn
사내기자 방지희 / 안랩 세일즈마케팅팀
지금 20대의 청춘을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으로 채우고 싶습니다.글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고,
글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자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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