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유령’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드라마 ‘유령’은 그 동안 드라마에서 전혀 다뤄 본 적 없는 ‘사이버 테러’라는 주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였다. 사실 그 동안 ‘사이버 테러’ 공격의 대상은 누구나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는 대중에게 낯선 주제였다.
유령은 대중에게 ‘사이버 테러’라는 주제를 친숙하게 해 줌과 동시에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각심 또한 일깨워 주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뒤에도 과학적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많은 이의 노력이 있었다. 생소할 수 있는 주제를 쉽게 전달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후(?)에는 안랩(구 안철수연구소)의 자문단이 있었다.
그 중 안랩 시큐리티대응센터(ASEC) 이상철 책임연구원과 차민석 책임연구원을 만나 자문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그들은 이 드라마가 국민의 보안의식을 고취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Q : 드라마에 ‘악성코드’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던데, 우리가 아는 ‘바이러스’와 ‘악성코드’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습니까?
이 : 쉽게 이야기하면 ‘악성코드’가 ‘바이러스’에 비해 더 넓은 범주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과거에는 흔히 ‘바이러스’라고 많이 이야기했는데, 최근에는 ‘바이러스’라는 단어대신에 ‘악성코드’라는 단어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Q :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백신 프로그램은 모든 악성코드를 감별해낼 수 있나요?
이 : 그건 사실상 어렵습니다. 물론 백신 프로그램이 모든 악성코드를 예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상 백신 프로그램은 사후 치료 기능이 강합니다. 우리가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 때에도 최근에 나온 악성코드를 분석해 그에 맞는 해결책을 백신 프로그램에 업데이트해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지, 백신 프로그램만으로 모든 악성코드로부터 안전할 수 는 없습니다. 또 악성코드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악성코드를 기존에 있는 백신 프로그램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저희 안랩에서는, 악성코드가 발견될 때마다 그에 맞는 해결책을 백신 프로그램에 업데이트해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자문을 하면서 조금 당황스러웠거나,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이 : 기본적으로 작가들과 저희는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악성코드’와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분을 이해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희야 ‘악성코드’에 관한 여러 기초지식과 실무경험이 있지만, 그 분들은 ‘악성코들’를 주로 뉴스나 신문을 통해 접하셨기 때문에 저희에 비해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 역시 사실이었습니다.
차 : 드라마의 시나리오의 허구성과 실제 현실과의 괴리감을 줄이는 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들의 상상력이 뛰어나 저희는 항상 배운 대로 ‘악성코드’에 접근해 가지만, 작가들의 생각지도 못한 접근 방법은 저에게 ‘아, 이렇게도 접근할 수가 있구나!’하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Q : 유령에서 사용된 해킹 방식은 주로 아이피를 외국으로 우회하는 방식인데, 실제도로 이런 방식이 가능합니까?
이 : 물론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스팸전화나 이메일 자체가 외국에서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IP에도 엄연한 국경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IP를 추적한다고 할지라도 외국 조사당국에서 협조해 주지 않는 다면 범인을 잡는 것은 드라마에서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사이버수사대가 외국IP를 침투경로를 그대로 따라가 범인의 위치를 파악하지만 현실에서는 해커들의 IP를 추적하다 외국의 IP로 밝혀지면 그 이상의 수사는 외국 조사당국의 협조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차민석 책임연구원(좌)과 이상철 책임연구원(우)
Q : 드라마를 보니까, 어느 고등학생이 압수된 다른 학생의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이메일을 발송하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인터넷 로그 기록과 SNS 사용 내역을 통해 어떤 가해학생이 어떤 기기에서 언제 누가 글을 올린 건지 밝혀내던데, 실제로 가능한 일입니까?
이 : 당연히 가능합니다. 우리가 포털사이트나 검색엔진에서 무엇을 검색했는지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에 고스란히 저장됩니다. 또한 SNS를 사용할 경우 우리가 어느 장소에서 어떤 기기를 통해 올렸는지 까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포털사이트에 만일 로그인을 하고 검색을 했다면 당연히, 그 검색기록역시 자신의 아이디 몫으로 저장됩니다. 실제로 이러한 검색내역은 범죄수사에 상당부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 유령에서 ‘스턱스넷’을 통해 대한전력을 해킹했는데, 실제로 개인 혹은 조직이 국가산업시설을 해킹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차 : 가능은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도 작가가 처음에 ‘스턱스넷’을 아이템으로 가져오셨을 때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면 우선 ‘스턱스넷’은 여러 분야를 걸쳐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대한전력을 통제하는 ‘스카다 시스템’은 윈도우 기반 시설이 아닙니다. 때문에 스턱스넷이 ‘스카다 시스템’ 속에서 작동해 ‘대한전력’을 마비 혹은 해킹한다는 것, 그것도 몇 명으로만 구성된 해킹조직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Q :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해커가 해킹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개인정보인 것 같습니다. 왜 개인정보의 유출이 이토록 위험한 것인가요?
이 : 사실 우리 개개인은 유명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한 개인을 노리고 해킹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때문에 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로 역시 대형 포털사이트 혹은 통신사 서버와 같은 많은 회원이 가입되어있는 서버의 해킹을 통해 유출됩니다. 이렇게 유출된 개인정보들은 새로운 범죄에 이용될 수 있도록 가공될 수 있습니다. 가령 어느 포털사이트의 해킹을 통해 수 만명의 개인정보, 예를 들어 이름, 주민등록번호, 핸드폰 번호, 주소 이 네 가지만으로도 다른 사이트에 회원가입이 가능하고 또한 각종 스팸 메일, 전화, 문자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소한 정보라도 해커들 혹은 범죄자들이 어떻게 가공해서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범죄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의 유출은 상당히 위험한 것입니다.
Q : 드라마 ‘유령’을 보다보니깐 CCTV에 찍힌 범인의 얼굴을 조작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가능한 일입니까?
차 : 그럼요, 이론적으로 모든 디지털 자료들은 조작이 가능합니다. 물론 실시간 CCTV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실시간 조작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녹화되었던 자료들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디지털 조작역시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위험의 무게가 달라지게 됩니다.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도 결국 이용하는 사람의 목적과 의지에 따라 충분히 조작될 수 있고, 무서운 범죄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Q : 드라마에서 ‘사이버 수사대’는 마치 모든 사이버 범죄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나요?
차 : 아니요, 실제로 새롭게 발견된 악성코드 하나를 분석하는 것만도 복잡할 경우 몇 주씩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물며 현장에서 발견된 악성코드를 그 자리에서 분석해서 대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드라마의 캐릭터상 사이버 수사대가 현실을 초월한 능력을 갖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외국에서 침투해오는 IP는 외국 수사당국의 허가가 없이는 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리 사이버 수사대라고 할지라도 그 역할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Q : 드라마 ‘유령’을 자문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은 무엇입니까?
차 : 저는 개인적으로 그 동안 중요하지만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사이버 테러’라는 분야를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국민들에게 그 위험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상당히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관심이 단지 드라마에서만 그치지 않고 많은 분들이 개인정보보호를 더욱 확실히 관리하실 수 있게 되는 계기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 저 역시도 이전에는 다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게 되신 것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이런 중요한 일에 저희 안랩이 자문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상당히 기쁩니다. 또한 그 동안 많은 분이 ‘해킹’에 대해 막연히는 알고 있었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는데, 드라마 ‘유령’이 ‘해킹’과 ‘사이버 테러’를 시각적으로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점은 상당히 좋더라고요. Ahn
대학생기자 류화영 /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지식의 섬이 크면 클수록 미지의 해안선은 더 길어진다. - John Donne
아는 만큼 모르는 것이 많아지겠지만 더 모르도록 정진하겠습니다.
대학생기자 성해윤 /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배우고 그 안에는 감동이 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경치 구경도 하고 자기 분야에서 정말 성실히 보람찬 삶을 살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지친 일상에 단비와 같은 감동을 주는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은 꿈 많은 20대 젊은이입니다.
사내기자 박정우 / 안랩 A-퍼스트팀
사람이지만 주로 '개구리'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재밌고 따뜻한 보안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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