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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컬처리뷰

김연아, 클래스가 달랐던 피겨 여왕의 귀환

여왕이 돌아왔다.

2011 세계선수권 대회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경쟁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피겨여왕 김연아가 약 20개월 만에 경쟁 링크로 복귀했다. 김연아가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를 망론하고 과히 폭발적이었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향후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김연아는 2014 소치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연장하겠다고 선언한 후 그 첫 복귀 무대로 NRW 트로피 대회를 선택했다.

그러나 김연아가 선택한 NRW 트로피 대회는 피겨팬들에게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대회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랑프리파이널대회, 세계선수권대회 등과 비교했을 때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연아가 첫 복귀무대로 NRW 트로피 대회를 선택한 이유는 올 시즌부터 바뀐 규정 때문이었다. 2012 ~ 2013 시즌부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준이 변경되어 기술점수(TES)에서 최저 기준점을 넘어야 한다. 따라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28, 프리스케이팅에서 48점을 충족해야 세계선수권을 출전 할 수 있게 되어 세계선수권에 앞서 NRW 트로피 대회에 나서게 된 것이다.

 

사진출처 김연아 페이스북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NRW 트로피 대회는 김연아가 출전한다는 이유만으로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그랑프리파이널대회를 압도하는 주목을 받았다. 평소에는 현장 판매로만 진행되었던 티켓 예매를 팬들의 요청으로 온라인 예매로 전환하는가 하면 약 6시간 30분 만에 모든 티켓이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한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외신들 역시 그랑프리파이널 보다 김연아가 복귀하는 NRW 트로피 대회를 더욱 더 주목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연아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었다. 우선 약 20개월 만에 복귀하는 무대인 만큼 과연 잃어 버렸던 실전 감각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지, 기술적으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김연아지만 체력적인 부분을 얼마나 잘 커버할 수 있을 것인지, 세계의 엄청난 주목으로 인한 긴장감을 얼마만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의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또 그동안의 김연아의 실력으로 봤을 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긴 했지만 최저기술점을 충족해야 한다는 부분도 압박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타고난 강심장답게 준비를 잘 했으니 최대한 여유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겠다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췄다.

 

사진출처 http://www.yonhapnews.co.kr

뱀파이어의 키스 - 세계를 매혹하다

20개월 만에 복귀하는 김연아의 새 쇼트프로그램은 뱀파이어의 키스였다. 뱀파이어가 아닌 뱀파이어에 물린 여인은 표현할 것이라고 말한 김연아는 은은한 푸른 계통의 드레스에 붉은 비즈가 촘촘히 박힌 드레스를 입고 링크에 섰다. 첫 복귀 무대에서 약 3분여의 짧은 쇼트프로그램 연기는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만큼 김연아의 표정도 다시 상기되어 보였다.

그렇게 음악이 시작되자 다소 긴장되어 보였던 김연아의 표정은 어느새 음악 속 주인공으로 변해있었고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이자 고난위도 점프인 트리플-트리플 점프를 순식간에 해내버렸다. 점프와 스핀 스텝을 비롯한 모든 기술들은 물론이거니와 김연아의 강점인 표현력 역시 전성기 때 김연아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깨끗한 경기를 끝낸 후 김연아가 받은 점수는 72.27 점으로 올 시즌 여자 싱글 선수 중 유일하게 70점대를 돌파했다.

첫 복귀 무대에서 가뿐하게 70점대를 돌파하며 앞으로 프로그램이 더욱 더 완성도가 있어지면 본인이 세웠던 쇼트 최고 기록도 충분히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분좋은 전망을 하게 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을 끝마친 후 첫 경기라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많은 긴장을 했지만 경기를 잘 마무리해서 기쁘게 생각하고 프리스케이팅에 많은 정성을 쏟은 만큼 잘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사진출처 http://www.yonhapnews.co.kr

레미제라블 - 눈을 뗄 수 없는 연기의 향연

앞서 쇼트프로그램에서 기분 좋은 클린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많은 인터뷰에서 프리프로그램인 레미제라블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혀 왔다. 그래서인지 김연아의 의상에서부터 이미 레미제르블의 주인공이 된 듯했다. 김연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 제작된 드레스는 원작 레미제라블의 시대상을 반영해 카키색의 수수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쇼트프로그램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은 프리프로그램인 만큼 더욱더 집중해서 연기하겠다며 마음을 다잡고 빙판위에선 김연아의 레미제라블 연기는 눈을 뗄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레미제라블은 프로그램 구성 자체가 매우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과연 저 프로그램을 김연아가 아닌 다른 누가 소화할 수 있을 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할 만큼 매우 고난위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점프와 점프사이는 물론이고 스텝에서 스핀 사이사이 그냥 쉬어가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많은 체력적인 부담감과 기술적인 완성도를 요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김연아는 마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물 흐르듯 연기했다. 비록 중간 중간에 점프 실수가 있긴 했지만 마치 그 실수들 마저도 연기의 일부인 듯 느껴지는 것은 얼마만큼 김연아가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프리프로그램을 끝내고 김연아가 받은 점수는 129.34, 앞서 펼쳤던 쇼트프로그램의 점수와 합산하여 201.61의 최종 점수를 받게 되었다. 올 시즌 경기에서 200점을 돌파한 여자 싱글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그것도 첫 복귀 무대에서 가뿐하게 200점을 돌파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알린 김연아는 독보적인 클래스의 선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김연아의 경기가 끝난 후 다양한 외신들도 앞다투어 김연아의 경기내용을 보도했는데 김연아의 적수가 없음을 강조함은 물론 한동안 스타 플레이어가 없어 침체기를 겪고 있던 여자 싱글 에 새로운 활력의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여왕의 귀환을 환영했다.

이제 막 복귀의 첫걸음을 내딛은 김연아는 내년 3월에 열릴 세계선수권을 향해 다시 한 번 담금질에 들어간다. 첫 복귀 무대에서 이미 200점대를 돌파하며 기존 여자 싱글 선수들을 더욱 더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순식간에 여자 싱글 부분의 흐름을 바꿔버린 영향력을 입증한 김연아. 피겨라는 종목의 특성상 체력적인 부분의 소모가 매우 커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고 전성기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짧은 것을 감안한다면 김연아의 복귀는 성공적이라는 말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한번 정상에 섰던 선수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원점에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김연아 역시 현역 복귀를 선언하면서 마음가짐의 문제와 그 힘들었던 훈련, 경기 전 긴장감들을 다시 느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았었다. 때문에 김연아는 현역복귀를 선언함과 동시에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했다. 그 예로 어린 시절 자신을 지도했던 신혜숙, 류종현 코치와 손을 잡으며 초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와 자신의 초심을 돌아보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그것도 전성기 때나 다름없는 기량으로 말이다. 첫 복귀 무대에서부터 200점이 넘는 기록을 내기까지 그 뒤에는 얼마나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있었을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2014년 소치 올림픽을 최종 목표로 선수생활 제 2막을 시작한 김연아. 많은 관심에 본인을 컨트롤 하기도 힘들 텐데 앞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한명이라도 더 많은 후배선수들이 올림픽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은 출전권을 따내겠다고 말하는 김연아의 각오에서 왜 그녀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최고의 선수인지를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Ahn

대학생기자 김민정 / 건국대 경제학과

선택의 순간 나는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선의 선택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드는 것 역시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