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1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경쟁에 지쳐 2012년은 많은 사람에게 힘든 한 해였다. 올해는 갈수록 좁아지는 성공의 문에서 그야말로 ‘푸어(Poor)’의 전성시대였다. 대학생의 스펙푸어부터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베이비푸어, 에듀푸어, 실버푸어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에 거치는 관문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는 사람이 넘쳐난다.
이로써 우리의 행복지수는 더욱 낮아졌으며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지쳐만 갔다. 그 속에서 우리는 힐링을 열망했다. 힐링에 중심에는 혜민스님의 소통이 있었다. 올 한 해 스님은 SNS와 방송, 토크 콘서트 등 많은 매체로 우리와 소통했다.
'스님' 하면 일반적으로 장삼을 갖춰 입고 합장하는 모습을 생각하기 쉽다. 근엄하고, 말씀도 없고, 왠지 산사에 머물며 세상과 담을 쌓는 그런 모습을. 혜민스님은 그 틀을 과감히 깬 분이다. 스스로 뽀로로 분장을 하고 유머있고 친근감있게 다가와 주었다. 또한 우리 이야기를 경청하며 우리 마음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많은 사람이 스님과 소통함으로써 위로 받고 스님을 시대의 멘토로 생각한다.
"삶은 경쟁이 아닌 자신과 벌이는 장기 레이스입니다"
<출처: 네이버 책>
올해에는 힐링을 테마로 한 서적의 인기가 대단했다. 그 중에서 2012년 최고의 베스트 셀러는 혜민스임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길지 않은 글들을 모아 만든 이 책은 읽기도 편안하지만 가슴에 와닿는 글들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책에서 새롭고 특별한 지식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들에 대한 대처법이 매우 잘 나와있다. 관계, 사랑, 마음과 인생 등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꾸밈없는 지혜로운 대답을 준다.
이로써 마음을 힐링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사랑할 수 있게 만든다. 경쟁이라는 힘든 사회에서 성공과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잠시 멈추고 나 자신을 생각하게 만드는 스님의 글귀는 종교와 가치관을 넘어 나를 위로하고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젊은 그대여,
잠깐의 뒤쳐짐에 열등감으로 가슴 아파하지 마세요.
삶은 당신 친구들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 벌이는 장기 레이스입니다.
친구들을 무조건 앞지르려고만 하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나만의 아름다운 색깔과 열정을 찾으세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中
힘든 일이 있는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대신에 이 책을 선물하는 것이 어떨까? 우울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끝까지 정독하지 않더라도 한 구절을 읽으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좌절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그리고 무기력하고 답답함이 내 안을 지배할 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유머와 여유가 남을 끄는 힘입니다"
대중친화적 행보를 보이는 혜민스님은 올 한 해 SNS 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혼자서 도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트위터가 놀라운 속도로 리트윗되어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으로 손꼽힌다. 트위터로 많은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며 따뜻한 글로 삶의 지혜와 감동을 전파하고 있다.
<출처: 혜민스님 트위터>
사회의 양극화 속에서 늘 타인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우리에게 행복은 늘 조건이 따른다. 좋은 대학에 취직하면 행복할 것 같다,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행복 할 것 같다, 누구만큼 돈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등...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늘 밖에서 행복을 찾으려고만 한다.
얼마 전 모 예능 방송에 출현한 혜민스님은 “허락하세요”라는 말을 반복해서 당부했다. 그는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일 자체가 괴롭히는지 혹은 현실을 부정하려는 마음이 더 괴롭히는지 살펴봐라. '이런 상황이 닥쳤구나' 생각하고 힘든 상황, 힘든 마음을 나 안에서 그대로 허락해라. 저항하지 않기 때문에 꽉 붙잡았던 게 놓아지고, 그 순간 치유가 된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마음을 미래의 성공을 위해 구속하고 불안하게 하기보다는 현재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허락을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새해가 다가오는 2012년 끝자락에서 스님의 좋은 글을 음미하고,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허락하고 사랑하는 시간을 갖기를 기도한다. Ahn
대학생기자 허우진 / 수원대 컴퓨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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