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일, 만우절에 일어났던 일이다. 회사 내에서 미모의 여사원으로 뭇 총각 사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J모 양이 깜짝 발표를 했다. J양의 소속 부서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J양은 부서 사람들에게 "저, 5월에 결혼해요."라고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처음에 어리둥절하던 직원들이 금새 안정을 되찾았다. "오늘이 만우절이잖아."라고 한 직원이 말했다. 이내 직원들은 "맞아. J양이 만우절에 거짓말로 웃길 줄도 아네요."라며 맞장구를 치며 웃음꽃을 피웠다. J양은 멋적은 표정을 짓고 그만 말문을 닫아버렸다. 거짓말이길 바라는 직원들을 위한 배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J양의 만우절 발표가 끝나지 않았다. J양은 사내 팬클럽까지 있을 정도로 많은 총각 사원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아니던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사내 CSI 수사대가 그녀의 오늘 이야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솔직담백하던 J양이 만우절이라고 결혼 발표로 속일 리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J양을 흠모해 온 총각 사원들에게는 사실이라면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니던가.
사내 CSI의 조사가 시작될 무렵, 사내 소식통인 커뮤니케이션팀의 이 과장이 소문을 듣고 별도로 탐문 수사에 들어갔다. J양이 얼마 전 신촌에서 영업부서의 신입사원 K군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 과장은 영업부서 직원들을 각개격파로 J양과 K군의 동태를 수소문했다.
이 과장은 K군이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을 직감하고 K군을 심문했으나 자백하지 않았다. 이 과장은 J양에게 발길을 돌려 그간 탐문의 실타래를 풀며 K군과의 관계를 집중 추궁했다. J양은 결국 K군과 CC(Company Couple 사내 커플)라고 자백했다.
즉시 이 과장은 사내 인트라넷 자유게시판에 J양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사내 총각들의 심적 충격과 동요를 감안해 J양의 CC가 K군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안랩의 대표 미녀이자 커뮤니케이션팀의 든든한 용병인 OO팀 J 사우가 오늘, 전격 결혼 발표를 했습니다.
평소 안랩의 뭇 남성들에게 인기짱~!! 이었던 J 사우의 결혼발표 소식에 6층이 한동안 패닉상태에 빠져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는데요.
왜?? 하필 만우절인 오늘~!! 결혼발표를 했는지, 더구나 결혼상대가 사내에 있다는 쇼킹~쇼킹~ 한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들려 "과연 이 결혼 발표가 정말인지, 만우절 거짓말은 아닌지" 사실 취재를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J 사우가 5월의 신부가 된다고 합니다. 이미 청첩장까지 만들어 놓았다고 하네요... 상대는... 제가 아직 취재중인 관계로 (물론, 아는 사람들은 다 아시겠지만~) 확인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내 게시판에 J양 결혼 발표 소식의 글이 올라가자, 신랑이 누군지 문의하는 댓글과 전화가 빗발쳤다. 패닉상태의 총각들을 물론 전직원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 동안 은밀하게 수사를 하고 있던 사내 CSI가 결국 K군의 존재를 사내에 알리고 말았다.
K군은 얼굴이 빨개친 채로 지나가는 직원 마다 질투의 눈빛과 축하의 인사를 동시에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K군도 사내에서 여직원들로부터 멋진 총각으로 인정받던 시절이었으니 사내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사내에서 촉망받던 선남선녀의 결혼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결혼식과 함께 J양 팬클럽도 자진 해산했다. J양은 미모 뿐만 아니라 운동이나 주량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사내 마라톤 대회에서 J양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1위를 하는가 하면 사내 주당클럽과의 소주 대결에서도 주당들을 모두 녹다운시킬 정도였다. 숫적 열세의 주당 대결이 벌어지면 커뮤니케이션팀에 용병(?)으로 참전해 상대팀을 제압하던 J양이었다.
J양의 결혼 발표 후 총각 사원들은 밤마다 쓰디 쓴 소주만 들이켰다는 후문이다. 아름답고 찬란한 5월의 신부를 바라보는 총각들의 심정이 오죽했으랴. 지금은 평화로운 사무실 풍경이다. J양과 K군은 결혼 1주년에 맞춰 2세를 선적했다. 배려심깊고 성실한 K군과 밝고 싱그러운 J양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
다시 찾아 온 만우절.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은 작년에 있었던 J양 결혼 발표와 공황 상태를 추억하며 다시 한번 웃음을 짓는다. 큰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준 J양의 만우절 이벤트를 생각하니 한편으로 고맙기도 하다.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만우절이기 때문이다. <박팀장>
'안랩人side > 안랩!안랩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업에도 남녀 단짝, 환상의 짝꿍이 있다? (2) | 2009.04.20 |
---|---|
보안회사 다니는 아내 내조하는 남편의 꿈 (27) | 2009.04.10 |
알바생도 기업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8) | 2009.03.30 |
회사 단체사진 촬영 중 경찰 검문에 '당황'한 사연 (10) | 2009.03.27 |
눈빛만 봐도 아는 ‘환상의 짝꿍’ 직장에도 있다 (7) | 2009.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