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근무하는 동료와 절친한 짝꿍으로 가능할까? 사실 학창시절과 달리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남녀 이성 짝꿍이란 더욱 만나기 힘들 것이다. 남자 동료끼리, 여자 동료끼리 단짝은 직장에서도 흔히 볼 수도 있겠지만 서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지만 업무 동료로서 남여 단짝 짝꿍으로 지낸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안철수연구소 여기저기, 소문난 환상의 짝꿍이 있다고 하여 인터뷰를 부탁했다.
첫번째 타자는 기반 기술팀의 김경희 책임연구원과 양용철 책임 연구원이다. 이들은 V3의 엔진 개발 파트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원들이다.
김경희 책임과 양용철 책임은 4년 동안 한 과제를 담당했다.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자정이 넘어서 집에 가는 일도 허다하다. 프로젝트를 맡으면서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빠져 가족보다 회사 사람들의 얼굴을 더 많이 보면서 그만큼 정도 많이 들었다.
양용철 책임(좌)과 김경희 책임(우)
팀원끼리 정도 많이 들었지만 업무에 관해서는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프로젝트에 대해 팀원들 각자 고민을 많이 하니, 회의를 하더라도 나름의 논리적인 근거로 서로 주장을 해 타협이 금방 되질 않아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싸워도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진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팀원들 모두 성격이 선해 업무로 다툼이 많아도 5년을 내리 함께 일해도 유지가 된다고. “애증의 관계죠” 김경희 책임이 웃으며 말했다.
함께 긴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를 매우 잘 파악하고 있는 그들. 양용철 책임은 김경희 책임의 장점을 ‘체계성’이라고 말한다. 말을 시원시원하고 유쾌하게 하고, 또 때로는 천방지축 같지만 일정이나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을 체계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매우 탁월하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김경희 책임도 자신의 메이트를 박학다식하며,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업무도 도와주고, 이를 바탕으로 팀에 조언, 제안도 많이 한다고 칭찬했다.
동료로서 서로에게 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김경희 책임은 “팀을 생각하면 멤버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다들 좀 더 컸으면 좋겠다”며 양용철 책임이 하루 빨리 학위를 따기를 제안했다. 양용철 책임 또한 바쁜 프로젝트와 함께 가정 돌보기가 힘들 테지만, 앞으로도 좋은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전했다.
두번째 인터뷰 대상 짝꿍은 전상수 차장, 권문자 대리. 이들은 제품기획팀에서 활약 중이다.
환상의 짝꿍으로 추천을 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말에 전상수 차장은 “음모입니다”라며 딱딱한 인터뷰 분위기를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권문자 대리와 제가 맡은 제품이 부분적으로 겹치면서 업무적으로도 관계가 있고, 집도 가까워 카풀을 하기에 자주 차도 같이 타고, 테이블도 바로 옆자리니까 그래서 음모론에 휘말린 게 아닐까요?” 전상수 차장이 재치있게 말했다.
전상수 차장(좌)과 권문자 대리(우)
함께 같은 차로 왔다 갔다 할 때는 주로 음악 감상을 한다. 권문자 대리는 전 차장이 여러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들어서 덕분에 잘 모르고 있었던 음악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퇴근 시간도 짧게 느껴지고 더 친해질 수 있었다고.
이렇게 친한 그들. 아직 함께 한 신제품 프로젝트는 없지만 일을 하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차장(대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하며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다. 같이 기획을 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에서 동료애가 더욱 다져질 수 있었던 것.
음악 외에 함께하는 취미는 없지만, 집이 가까우니 가끔 마트에 장을 함께 보러 갈 때가 있다. “여자들은 여기저기 쭉- 훑어보는 걸 좋아하잖아요. 근데 차장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그런 면에서는 쇼핑할 때 잘 맞는 것 같아요”라며 권문자 대리가 웃으며 말했다. 마케터 본능 때문이라며 옆에서 전상수 차장도 거들었다.
권 대리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정말 많이 배려를 해줘요”라며 전상수 차장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사소한 것까지 배려를 해줄 때가 있어서 가끔 놀랍다고. 하지만 너무 다른 사람을 많이 도와주다보니 살짝 걱정이 될 때도 있다고 한다. 전상수 차장은 권문자 대리는 부탁하는 것을 굉장히 빨리, 그리고 또 정확하게 잘 처리를 해준다며 칭찬했다. 또 그가 보았을 때 그녀는 다소 엉뚱한 면도 있다고. “가끔 뜬금없이 주어 목적어 없이 말을 던질 때가 있어요. 전 오래 같이 생활을 했으니 ‘아, 이 얘기구나’라고 이해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좀 엉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전 듣고 있으면 재밌어요.”
전상수 차장이 권문자 대리에게 바라는 것은 회사 활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다소 일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경향이 있어 걱정이 된다고. 권문자 대리는 얼른 전상수 차장이 좋은 분을 만나 결혼하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 인터뷰의 주인공은 남남 짝꿍으로 어플라이언스팀에 있었다. 바로 최창희 선임 연구원과 이광우 선임 연구원. 남남 짝꿍은 많이 있지만 한 커플만 인터뷰를 시도한다.
그들의 인연은 꽤 끈끈하다. 최창희 선임 연구원이 2000년, 이광우 선임 연구원이 2004년에 안철수연구소에 입사하면서, 그 둘의 본격적인 ‘환상의 플레이’는 2004년부터 시작된다. 초창기 어플라이언스팀 멤버들 중 다른 멤버들은 다른 부서로 가거나 퇴사했지만, 최 선임과 이 선임은 끝까지 어플라이언스팀을 지켰다.
최창희 선임(좌)과 이광우 선임(우)
이렇게 2004년부터 지금까지 5년 남짓 함께 일하면서 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그들은 AhnLab Security Tower를 꼽았다. AhnLab Security Tower는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에 들어가는 보안 엔진과 시그니처를 업데이트하는 서버이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짧은 기간에도 둘이 함께 회사의 프로세스에 맞게 깔끔하게 잘 마무리한 업무 같아 제일 애착이 간다. 다른 프로젝트들을 다시 떠올려보아도 처음부터 끝까지 둘이서 일을 벌이고 마무리한 건 AST가 유일해, 가장 애정이 가는 시스템이라고.
이렇게 성공적으로 끝마쳤던 업무가 있다면, 당연 성공적이지 못했던 프로젝트도 있는 법. 하지만 그 힘든 시간들은 그들의 동료애를 더 단단히 다지는 역할을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함께 고민을 공유하고, 일이 끝난 후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둘 다 내심 ‘이 사람은 나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
업무적으로도 죽이 척척 맞는 그들. 업무 외 취미활동에서도 역시 ‘환상의 짝꿍’이다. 둘 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지라, 운동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도 한다. 탁구와 축구 등 포지션도 같이 하고 동호회를 한 지도 꽤 오래 됐다고. 탁구 대회에서 팀 대항으로 준 우승까지 차지했다고 하니, 운동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직접 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더욱이 이광우 선임은 최창희 선임을 통해 평생의 짝을 만났다. 공통된 업무, 뛰어난 팀워크, 운동에 대한 넘치는 사랑, 그리고 평생의 인연을 맺어주기까지. 그들의 인연은 자타공인 찰떡궁합이다.
세 팀을 인터뷰하는 동안 유쾌, 통쾌, 상쾌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한 우물을 함께 판 동료가 있어 이들의 내일은 오늘과 같이 든든할 것이다. 함께 일하며 웃음과 눈물을 나눈 그들을 보고 있자니 기자의 마음의 한 구석도 따뜻하게 물들어 오는 듯하다. 그들의 우정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길 빌어본다. Ahn
대학생기자 전아름 / 서울여대 미디어학부
남들이 보기에 취업과 무관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불리는 나, 대학생 CEO를 꿈꾸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도전을 사랑하는 여대생이다. 일을 할 때는 쿨한 모습을 유지하려 하지만 밴드, 바텐더, 미술 활동 등 예술적 생활을 일상으로 삼고 있다. 안랩을 통해서 많은 영감을 받길 바란다!
취미와 특기를 '공상'으로 꼽을 만큼 생각이 많다. 이에 가끔은 엉뚱한 글과 말로 사람들을 당혹시킬 때가 있지만, 이사람,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mp3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만 있다면 어디에 처하든 지루하지 않다는 그녀. 오늘도 색다르고 독특하며 그녀만의 색이 있는 행복한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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