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일본 도쿄의 롯본기 힐즈에서는 구글맵 사용자와 파트너가 모여 구글맵 5주년 기념 행사를 열었다. 행사의 핵심 순서는 시공간의 개념을 영화에 접목한, 일본 영화계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押井守 監督)의 강연이었다.
지도(Map)와 공간 감각
필자는 많은 일본인이 여행을 하든 국내에서 생활하든,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지도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들과 같이 다니면 자주 듣는 소리가 "지금 우리가 어디쯤에 있나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나요?"이다.
하지만 오시이 감독은 지도에 능숙하지 않다고 서두를 던지며, 사람이 공간 감각을 느끼는 것에 이렇게 메시지를 던졌다.
"사람이 혼자 살면 공간 감각이 필요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 사랑, 일, 싸움 등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랑과 일은 약속이라는 개념이 필요한 것이고, 싸움은 곧 전쟁을 뜻하여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것이다."
지도는 약속 장소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제 시각에 갈 수 있게 하며, 전쟁에서는 이기기 위한 전술에 필수가 되었다. 오시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가 지도를 통해 다른 누군가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생활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의 시간 감각
"애니메이션 속에 시간이란 개념은 없다.
있다면 캐릭터가 움직이는 액션 타임만 있을 뿐이다."
오시이 감독은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사건을 현실에서 일어나게 만들려면, 영화 대비 3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고 밥을 먹고 출근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고, 사무실에 도착하여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는 상황을 영화 속에서는 아무런 변수 없이 잘 나타내지만, 현실적으로는 주차장에서 나와 길막히는 출근 길 속에 카페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올라가고... 당연히 일어나는 시간 요소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제 지역에서 제작된 내용을 각종 CG와 스토리를 합친 뒤 구글맵을 통해 시간 요소와 공간 요소를 체크하며 사실성을 높렸다고 한다.
"인간은 자신만의 척도로 시간과 공간을 측정한다. 10명의 사람이 있으면 각자의 시공간적 척도가 있다는 이야기다."
오시이 감독이 도쿄의 1990년대 분위기 속에 전쟁의 요소를 넣어 큰 호평을 받은 '파트레이버2'는 오시이 감독이 직접 발로 뛰며 애니메이션 속에 실제로 일어나는 시공간적 상황을 반영한 첫 작품이다. 특히 날씨에 따라 극중 도쿄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지하철을 타고 날씨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과 분위기를 관찰하여 영화에 반영했다고 한다.
극 중 도쿄 도청의 경우 실제 구글맵을 이용하여 그 정교함을 더했다고 하니 IT 기술이 콘텐츠 산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IT 기술은 오시이 감독이 시공간의 개념을 영화에 깊숙이 적용하도록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IT 기술이 공간 감각에 들어왔고 이제 시간 부분까지 들어와 인간에게 영향을 끼쳐가는 이 시점에, 가상 현실과 현실의 차이는 뭘까 생각하게 된다. 이미 스마트폰, SNS를 통해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 우리 삶의 모습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오시이 감독처럼 우리나라에도 이런 변화를 포착해 콘텐츠에 연결하는 시도가 있으면 좋겠다. Ahn
*사진을 흥쾌히 제공해 주신 Masakiishitani(@masakiishitani)씨 감사합니다.
*写真を喜んで提供してくださった正樹石谷さん、誠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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