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한국대학생 IT 경영학회에서 주관하는 ‘2010 자기계발포럼’이 광운대 문화관에서 열렸다. 강연자 여러 명 중 김정훈씨는 단연 눈에 띄었다. 그의 경력에는 대부분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홍보정책 담당, 제 17대 대통령인수위원회 언론 담당을 거쳐 현재 맡고 있는 G20 대외무상원조홍보단 기획단장, 외교통상부 산하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홍보관에 이르기까지 그는 최연소로 중책을 수행했다. 1981년생인 그는 어떻게 이런 다양한 경력을 쌓을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최선을 다했던 그의 20대에 있었다. 다음은 강연 요약.
나는 집을 떠나 대학교 생활을 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1학년 때는 내성적인 성격의 기숙사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는 평범한 생활을 했다. 그 친구들과 함께 ROTC를 지원했지만, 나만 떨어졌다. 그래서 ROTC보다 어려워 보이는 해병대를 지원해 다녀왔다.
전역을 한 후에는 꼭 장학금을 타고 싶었다. 그 때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국제 정치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했다. 기말고사는 ‘이라크 1차 파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것으로 치러졌다. 그래서 토론 전날 공부를 많이 했지만, 시험 당일엔 말을 한 마디도 못 했다. 타당한 근거를 기반으로 토론하기보단 단순히 찬성 혹은 반대로만 나뉘어 논쟁만 벌였기 때문에 참여하기 어려웠다. 시험이 끝난 다음, 이것을 누군가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외교통상부, 주한 미국대사, 미군 사령부에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를 쓸 때는 ‘설마 이 사람들이 이걸 볼까?’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미국대사관에서 전화가 왔고, 토머스 하워드 전 미국 대사를 만날 수 있었다. 또 주한미군 사령부에서 전화가 와 판문점에도 방문했다. 판문점으로 가는 길에 기자와 동행했는데 그때 기자가 나에게 한국의 분단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한 마디도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외교에 관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는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후원을 해 줄 곳이 필요했다. 재정적인 후원이 아닌 외교 관련 행사와 경험을 하도록 도움을 줄 곳이 필요했다. 며칠을 찾은 끝에 한미협회라는 단체를 알았고 판문점과 주한미대사관을 방문한 이야기와 함께 나를 소개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몇 분이 지나고 전화가 왔다. 주한미군과 미국대사관에 통화를 했더니 두 곳 모두 나를 똑똑하고 패기있는 학생이라고 소개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 협회의 회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협회에서 당시 반기문 신임 외교부장관 조찬 강연에 참가할 수 있었다. 반기문 장관과 어떻게든 면담하고 싶어서 질문도 제일 먼저 해서 눈에 띄려 했다. 강연 전날 자기 소개 준비도 철저히 하고, 내가 만든 단체를 설명하는 홍보물도 안주머니에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반기문 장관과 만날 수 있었다. 면담 시간은 40분이었지만, 실제로는 3시간 넘게 대학생의 시각으로 본 외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나는 그의 자서전 <마이라이프>의 한국어판 출판 기념 강연회에 대학생 대표로 참가했다. 나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정말 하고 싶은 질문이 있었는데 할 수가 없었다. 멀리서 구경만 하는 동안, 사인회도 끝나고 그는 퇴장하려 하고 있었다. 클링턴 대통령이 나가려고 할 때 한국 기업의 회장 한 분이 그에게 인사를 했고, 둘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다가갔다. 경호원들은 제지했지만 다행히 회장께서 나를 알아보고는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묻고 싶었던 한 가지 질문을 물어봤다.
“저는 국제문제와 여러 정치적 내용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대학생인 지금 나이에서 어떤 일들을 해서, 제 꿈을 구체화할 수 있을까요?”
클린턴 대통령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선거 캠페인 참여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떤 선거든지 직접 참여해보면 모든 문제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말을 듣고 그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정말 2년 후에 나는 선거 캠프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0대로는 유일했다. 지금 자신의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운을 믿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고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김정훈씨의 강연은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시간이 부족해 선거 캠프에서 있었던 일을 더 많이 듣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가 20대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삶의 자세나 노력의 중요성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노력만을 강조한 것은 아쉬웠다. 그는 말했다.
“20대 때는 옷을 거의 산 적이 없으며, 친구 한번 제대로 만난 적도 없다.”
물론 자신의 꿈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것은 멋있어 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주변 상황이 안 좋아도 본인만 열심히 하면 모두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자칫 모든 문제의 원인이 20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는 그가 쓴 책 ‘세계의 리더와 어깨를 맞대라’에서 “현재 사회는 20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노력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사회가 20대에게 지나치게 요구하는 점도 말해주었다면 강연을 듣는 20대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Ahn
대학생기자 양희은 / 성신여대 컴퓨터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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