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터넷 차정인 기자의 뉴스풀이 100회 특집 "시대의 지성에게 듣는다"(2)
세 번에 걸쳐 진행되는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의 멘토링. 그 둘째 주제는 2010년 화두인 '정의'와 '스마트폰'이다. 이 두 가지가 나타내는 바는 무엇일까. 단순히 ‘좋은 책’, ‘신기한 기술’이 아닌, 이것이 이 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두 멘토가 풀어냈다.
박경철 원장(이하 박): 세상 모든 구호는 콤플렉스의 반영이라 생각한다. 어떤 것이 뜨거운 화두가 되는 것은 그것이 가장 결핍돼 있다는 증거이다. '정의'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의가 가장 결핍돼 있다는 것의 반영, 표상이다. 정의라는 화두는 아무도 입 밖에 꺼내지 않았지만 누군가 꺼내고 싶은 단어였을 것이다. 그것이 책으로 정의라는 메시지가 드러나자 "그래, 저거야."라며 지지하는 모습, 호기심, 열망이 나타났고 거대 담론화가 시작된 것이다.
안철수 교수(이하 안): 많은 생각을 했다. 사실 마이클 센델의 책이 쉬운 책은 아니다. 읽으면 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다. 읽은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생각하는 데 써야 그게 좀더 구체화하고 각 개인마다 내재화하고, 그리고 다음에 선택하고 행동할 때 반영이 될 수 있다. 그게 모이면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데 한 발 다가가는 게 아니겠나.
그런데 그런 과정 없이도 어느 한 권 의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힌다는 건 큰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이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내가 보기에 쉬운 책이 아닌데 5년 이상 10위권 내에 베스트셀러로 유지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결국 한 권의 책을 많은 사람이 봤다는 것이고, 여러 사람의 관심사를 한 곳에 모아 의견을 응집하는, 거기서 나오는 힘은 놀랄 만하다. 그래서 선진국 베스트셀러를 매주 체크한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도 만만치 않은 책이 계속 베스트 셀러로 있는 것을 보고는 정의롭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해서 한 편으로는 착잡한 동시에, 생각이 한 곳에 결집이 되고-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공통의 관심사를 묶고 같은 용어로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질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차: 박원장님이 예전에 뉴스풀이(2009.12.11)에 출연해서 ‘대출을 많이 해서 집을 사는 사람에 대해 빚 내는 것은 악마와 계약한 것’이라고 했는데, 최근 부동산 대세 하락, 하우스푸어가 이슈인데 어떻게 보나?
박: 거주권(사람이 가옥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을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거주권 구현이 시장화했고, 시장 논리를 앞세워 거래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 사례를 들어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코리안 스탠다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사안에서 논의나 논리가 막히면 "일본은…, 유럽은…"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그들은 그들이고 우리의 스탠다드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우리가 모두가 행복하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할 떄가 됐고.
그런 맥락에서 주택 문제를 보면 거주권을 충족하는 데는 국가나 공공의 칼이 작동하고, 주택에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에게는 시장 기능에 완전히 맡기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요한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그 이상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금액이 크더라도 마음대로 거래하게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관점에서 주택 가격이 반드시 올라야 행복하고 떨어지면 불행하다가 아니라,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주택 가격 하락에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고, 다만 경제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안: 부동산 쪽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항상 사는 집만 살았다. 집 한 채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청문회에 나가도 문제될 게 없는데요.(웃음) 무엇보다 일에 몰입하다 보면 재테크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었다. 돈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돈은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려고 가면 돈이 멀리 도망간다는 어른들 말씀도 있지 않나. 그리고 돈에 신경을 쓰면 오히려 본연의 일을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내 스타일이라고 마음을
차: 안교수님은 총리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는데, 공직에 대한 생각은?
안: 사실 여름방학기이도 해서 외국 대학에 단기 연수를 떠났다. 복잡한 상황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갔는데 그럼에도 휘말린 감이 없지 않은데 사실 정식으로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 그러니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웃음) 오히려 다른 분들이 더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40대는 아직 전문성을 쌓고 거대한 흐름을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어설프게 잘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 능력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하면 결국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회자됐던 그 정도의 공직이라면 내 능력에 벅차다. 아직도 할 게 많고 지금도 모르는 영역이 많은데 섣불리 남들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
박: 내가 보기엔 감당할 능력은 된다. 다만 본인의 가치관이나 자기 검열이 엄격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 역시 얼마 전 (공직) 비슷한 제안이 있었다. 그 즉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딱 망하는 전의 징후가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살다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나, 거울 앞에 서서 내가 잘할 수 없는 일인데 '잘할 수 있을 거야.' 하는 순간이 멸망이 문을 열기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 비슷한 생각이다. 어떤 이는 시간이 갈수록 잘되는데, 어떤 이는 누구 부러울 것 없을 정도록 높이 올라갔다 급격히 추락한다. 추락하는 사람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기가 최고라고 스스로 느끼는 순간, 그 다음부터 내리막길인 것 같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남의 단점이 자신의 단점보다 커 보이기 시작할 떄. 그떄가 자기 검열을 시작할 시간이 아닌가 싶다. 남 탓을 더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내리막길로 갈 수밖에 없다.
안: 사실 많이 늦었다. 애플 아이폰이 나온 게 3년 전인데 우리나라에는 늦게 도입됐다. 이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파급 효과나 속도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좋은 점도 많지만 고쳐야 할 몇 가지 중 하나가 기득권이 과보호된다는 점인 것 같다. 인류 역사상 기득권이 어느 정도 보호되는 것은 당연한 논리, 질서이다. 그러나 과보호되면 스스로 혁신과 노력이 부족해지고 외부 영향으로부터 취약하게 되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된다. 기득권이 과보호되면 결국 기득권에게도 독이 된다. 그게 역사가 증명하는 건데, 우리나라가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한 것 같다.
스마트폰, 아이폰이 같은 시기에 도입됐다면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노력해서 지금쯤 아이폰도 물리칠 정도의 제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다방면에서 증명을 했으니. 그런데 기존 제품, 통신사 보호 위해 차단하다보니 갈라파고스 섬처럼 외국 거대 흐름에서 독립돼 있다가 한꺼번에 그 영향을 받으며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 관계자, 기업인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 현재 4개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시장 전체에 관심 있고 전체 시장의 주류, 트렌드의 변화를 지켜보는 관찰자이다보니 이를 이해하기 위해 망, 기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열심히 써본다. 요즘 안 교수님한테 질문하는 것 중 한 70%도 이에 관련한 것이다. 안 교수님과 대화하며 지식과 지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많은 정보를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건 지식을 얻는 것이다. 지식을 가지고 통합해서 방향성을 결정하는 지혜가 없는 거다. 지식은 배우는 거지만 지혜는 깨우치는 것이다. 그래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배운 지식과 영향 받아 얻은 지혜, 스스로 활용해보며 지혜를 얻는 것이다.
안: 4대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 전자파 효과가…나중에 연구대상이 되실 것 같아요..(웃음)
차: 박 원장님이 4대라면 안 교수님은 10대 정도 갖고 다녀야 이미지에 맞지 않을까?
박: 원래 전문가나 리더는 굳이 활용할 필요가 없고, 소비자 관점에서 보는 사람은 10대씩 갖고 다녀야 이해가 된다.
안: 사실 전화 때문에 지장을 많이 받는다. 예전에 거의 5분 간격으로 전화가 왔는데, 거의 부탁 전화였다. 그러다보니 해야 할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생활이 망가졌다. 트렌드 읽기 위해 스마트폰을 쓰고는 있지만 통화 기능은 없앴다.
차: 스마트폰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가?
박: 거대 담론으로 보면 보통 60년 주기로 산업 사이클이 새로 생긴다.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서 버블이 생기고 투자가 일어나고 일자리와 기회를 만들고 과잉중복투자로 절멸해가고 동력이 떨어지면 새로운 산업이 일어난다는 게 슘페터가 말한 경기 변동, 산업 투자 변동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새로운 산업 사이클의 등장인가 아니면 IT 혁명이 일어난 이제까지 기반을 다지다가 본격적으로 발화하는 것인가 궁금했다. 안 교수님과 대화하며 많은 영감을 얻어 현재 본격적으로 발화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관찰자로서 가슴이 떨린다.
안: 현재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IT 분야갸 굉장히 역동적이다. 기발한 아이디어, 새로운 창업이 생격난다. 더 이상 IT가 생겨날까 싶었는데도 지금은 사업 아이템의 수가 너무 많아서 골라야 할 정도이다. 사실 창업에 뛰어들기는 너무 위험이 많다. 실리콘밸리조차 그렇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는 창업이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고 세계적 흐름에서 동떨어져 갈라파고스처럼 있는가. 그 이유가 여러 가지일 텐데,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의 크기를 사회가 분담하기 때문이다. 창업에 뛰어들 만큼 위험도가 작게 줄어드니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든다. 새싹이 나올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그것이 결국 장기적으로 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새싹이 자라지 않고 거대한 나무만 있으면 말라 죽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창업자 개인이 모든 위험을 짊어지는 구조이다. 정부나 관련된 곳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문제 해결은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다.
또 다른 측면으로 그렇다면 여러 가지 위험에도 창업을 한 사람이 왜 많이 망하느냐. 첫째, 의욕은 앞서지만 능력은 부족하다. 둘째, 기업을 지원하는 사회 구조적 인프라가 부족하다. 셋째,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로 중소기업이 크지 못하고 말라 죽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문제가 풀려야, 우리나라도 세계적 조류에 참여해 많은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hn
*동영상 바로 가기 :
‘멘토’에게 듣는다! - 안철수 · 박경철
안철수 · 박경철 “공직 생각 없다”
안철수 · 박경철 “이제 남은 꿈은…”
대학생기자 오정현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
주위가 어두워질수록 별빛은 거세게 흔들립니다. 그러나 그 만큼 더욱 밝게 빛나죠. 여러 기사와 소식이 당신의 세상을 어둡게 비출지라도 더욱 밝게 빛나고, 그리고 그 빛들로 그 세상을 더욱 밝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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