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1일은 V3가 23세 생일을 맞은 날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우리나라 IT 보안을 지켜온 V3가 외국 기업에 팔릴 운명에 처했었다면 어떤가? 역사에 가정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거의 진리인 터에 웬말? 하지만 놀랍게도 그건 그저 가정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내게 영혼을 파십시오
1997년, 안철수연구소에 글로벌 백신 업체인 M사에서 인수 제의가 들어왔다.
“동양에서 요트는 부를 상징한다죠?"
라며 1천만 달러를 거론한 M사에 당시 직원들도 술렁술렁거렸다. 돈벌이, 비즈니스로만 생각하는 이가 경영자였다면 당연히 V3는 팔렸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CEO 안철수는 단번에 “NO"를 외치며 이를 거부했다. 그에게는 영혼을 팔라는 말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가 회사를 설립한 목적은 돈이 아니었다. 안철수에게 안철수연구소의 의미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혼잣말로 되뇌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충분히 희망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셨네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희망을, 우리 회사의 영혼을 단순히 돈으로 계산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그에게 수익은 기업이 한 행위에 대한 결과였기에, 가만히 앉아서 1천만 달러를 버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다. 수익은 기업의 목적이 아닌 결과란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그의 행동이다.
그러니, 최근 한 마케팅 관련 수업에서 “기업의 최종 목적은 최대 판매를 통한 이윤 추구가 아닌, 고객만족을 통한 이윤 추구이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안철수 박사의 “수익은 기업의 목적이 아닌 결과”라는 경영 이념이 떠오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었다.
유독 사회적 기업, 윤리 경영 등의 말이 차츰 거론되는 요즘이다. 이윤보다는 공익을 추구한다는 이러한 기업들은 물론 ‘착한’ 기업임에 틀림없지만, 여전히 인식은 'They 이론'에 기반해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며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돈벌이가 되지 않는 기업으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경영을 하느냐고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품는다. 최근 대기업에서 트렌드로 내세우는 ▲봉사활동 ▲환경보호 캠페인 등은 그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좋은 쪽으로 구축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왜 ‘착한 기업’은 일반적인 기업이 될 수 없 것일까. 윤리 경영은 결국 이미지 포장을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인가. 사실 이 책을 읽기까지 안철수연구소의 윤리 경영을 그리 잘 알지 못 했다.
“에이, 설마. 그래도 사람이 한 치 흔들림 없이 대나무처럼 곧바른 경영만을 했을까.”
나 같은 사람이 지금, 이 시점에 있다면 꼭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안철수연구소'를 읽어보기 바란다. 단순한 ‘기업 역사’ 책이 아닌 ‘경영 지침서’로 소설처럼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마케팅은 Market+-ing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영업 전략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켜 평생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란 가르침을 수업 시간에 받은 적이 있다. 괜한 되새김질이 아니라, 안철수연구소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그 교수님의 말씀이 안철수연구소 경영과 일맥상통한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저 이론은 이론일 뿐, 현실과는 괴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처럼 이상적인 기업이 있을까. 그저 기계랑만 친해 경영과는 전혀 거리가 멀 것 같은 사람이 경영의 표본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었다.
책에는 “고객만족센터는 인재사관학교”라는 장이 있다. 고객만족센터를 만족시키라는 것이 그 핵심 주제다. 고객과 맞상대를 하는 직원이 만족스러워야 고객 만족도도 덩달아 오를 거란 믿음으로 사무실을 옮길 때마다 로열석(창가, 휴게실이 가까운 곳)은 당연 고객만족센터 차지라고 한다.
또한 고객만족센터 주관으로 마련한 역할 연극도 고객 중심의 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역할 연극은 고객만족센터 직원뿐 아니라 전 직원이 고객의 목소리를 더욱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이벤트다. 제품 기획에서부터 개발까지, 개발자가 아닌 고객 중심 마인드로 참여해야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온다는 발상에서였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면 고객이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란 생각을 뒤집어 고객과의 간극을 좁혀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마인드가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호감 이미지를 형성한 것이다.
365일 스탠바이, 민간 사이버수사대
3.4 디도스 공격이 있었다. 처음에는 알파팀이 출동했고 그리고 베타팀, 결국 전 사원이 출동하는 대응 체계가 가동됐다. 안철수연구소의 ASEC(시큐리티대응센터), CERT(침해사고대응센터)에는 밤이 없다. 국경을 초월해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해킹 및 악성 프로그램의 피해를 최단 시간 내에 차단하기 위해서 언제나 두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지켜보는 것이다. 덕분에 이번 3.4 디도스 공격에도 비교적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고 많은 국민은 “역시 안철수연구소”하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직원의 입장에선 웬만한 애사심이 없다면 참 힘든 직장이다. 비상 경보가 울리면 휴일 반납은 기본이고 야근은 거의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번 3.4 디도스 공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술과 관련된 부서가 아니라 전혀 관련이 없는 홍보 업무를 맡고있는 커뮤니케이션팀까지 전직원 모두 안철수연구소에 집합하는 것이다. 모두들 밤 늦은 시각, 귀찮을 법도 한데 다들 국민의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위해 모두 모인 것이다.
민간 기업이지만 그 업무는 공익을 위한 것이다. 그 존재가 참 남다르다. 민간 기업이지만 기업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목적이 더 강하며, 직원들도 회사를 위함에서 나아가 국가를 위함이란 마인드로 이 곳을 다닌다.
“빠른 길보다 바른 길을 가라”
기업은 영속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수명은 날로 짧아지고 있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바로 이웃인 일본은 1천년 이상 된 기업이 8개이고 그 외 100년 이상의 기업은 22,219개이다. 즉, 경영만 제대로 한다면 기업은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다. 영속체가 되기 위해선 충분한 매출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내면 된다. 이익이란 한 기업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시장의 인정이다.
평생 갈 것만 같은 대기업도 무너지고, 벤처 거품 등의 말이 유독 자주 거론되는 대한민국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그만큼 ‘바른 경영’이 필수적이다. 평생 날고 길 것만 같은 대기업이 활개치는 가운데, 조용히 바른 길을 고수하는 안철수연구소에서 그 희망을 기대해본다. Ahn
'삐뚤어질 수 있으니 청춘이지'라고 항상 스스로 되새기곤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이란 인식이 사회에 맞춰가는 바른 상(像)이라면
저는 아직까지는 사회를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청춘'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제 청춘을 버라이어티하게 디자인하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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