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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컬처

스카이블루 만년필에서 시작된 한국 보안의 역사

“저기요, 선물 받으러 왔는데요.”

88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이던 1988년 어느 날 오후,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편집실의 적막을 깨우며 한 남자가 파티션 너머로 꺼낸 첫 마디. 늘 스카이블루 색 만년필로 독자 의견을 성심성의껏 채워 가장 돋보이는 독자엽서의 주인공이었던 그가 바로 훗날 국내 최고의 보안 기업 안철수연구소의 설립자인 안철수이다.

한국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인 V3는 이렇게 꼼꼼하고 성실한 어느 잡지 애독자이자, 막 등장하는 바이러스의 퇴치에 집념을 보인 그의 인사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의과대학의 교수로서, 지도학생을 받아야 할 때 사람의 병이 아닌 컴퓨터의 병을 치료하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보안에 대한 집념은 오늘날 국내 최고의 보안전문기업 안철수연구소가 되었다. 

지난 4월 1~2일 간에 걸쳐 남산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단 7기의 워크숍 중 보안서비스본부 본부장 임영선 상무의 특강을 따라 V3의 탄생에서 오늘날 최고의 종합 보안 서비스 회사로 거듭난 안철수연구소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초창기 - 시작과 탄생 

1988년 최초의 바이러스 ‘브레인’ 퇴치용 프로그램 백신을 개발한 안철수는 그후 2년여 간 매달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독자들이 보내온 바이러스를 가져다 분석한 후 퇴치법을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무료 제공했다.

이렇게 처음에는 혼자서 바이러스와 씨름하고 퇴치법을 찾아내 왔지만 점점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과 바이러스의 도전은 거세져만 갔으며, 결국 1994년 안철수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브레인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온갖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백신을 개발한 경험과 기술을 이제 공익을 위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이전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보안에 대한 인식 부족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유로 인해 여러 정부기관과 기업들로부터 번번이 거절당하고 만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굴하지 않은 안철수는 이에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찾아낸 돌파구가 바로 한글과컴퓨터사의 지분 참여였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의 보안업체라 할 수 있는 '안철수연구소'가 창립된다.

태동기의 백신시장을 형성하고 주도하며 안철수연구소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는 작은 회사였음에도 크고 작은 상들을 수상하며 일약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별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상용제품 출시에도 박차를 가했다.

발전기 - 시련과 발전

1997년에는 독자생존을 위한 활발한 도전이 많았던 시기였다. 새로이 파트너로서 삼성 SDS 투자를 유치하였고, 한글과 컴퓨터의 독점판매를 체결하였다. 이 시기, 한국 보안 시장에 눈독을 들이던 미국 보안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인수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안철수 사장은 이를 단호히 거절한다. 이 당시의 이런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나라 보안시장을 외국기업에 오롯이 의존하게 되는 끔찍한 상황에 치달아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철수의 인수 제의 거절은 우리나라 보안의 역사와 미래를 있게 한 큰 연결고리인 셈이다.

다사다난했던 이전의 역경을 모두 씻어내 줄 계기가 1999년에 찾아온다. CIH 바이러스의 대 공습으로 국내 PC 100만 대가 하루아침에 먹통이 되는 큰 재앙이 닥친 것이다. 어려움을 겪던 많은 사람은 국내 보안업계의 터줏대감인 안철수연구소를 찾았고, 안철수연구소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게 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안철수연구소는 이름을 날리게 되고 하루아침에 백신시장의 규모는 4배 이상으로 성장한다. CIH 바이러스는 안철수연구소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중흥기 - 도전과 도약

21세기 2000년을 맞아 안철수연구소도 많은 변신을 꾀했다. 백신 기업에서 통합보안 기업으로, 국내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을 시작했고, CI 또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안철수연구소로 바뀌었다. 당시 회사 이미지 교체와 함께 낸 기업 이미지 광고에서, 안철수는 기존의 범생이 이미지를 깨는 삐죽삐죽한 염색머리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염색머리는 종합보안업체로서의 도약을 꾀하는 안철수연구소의 새로운 도전 정신과 패기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편,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그동안 지켜왔던 핵심 가치가 조금씩 흐려짐을 걱정하던 안철수는, 2000년 9월 스탠포드 대학에서 <Built to Last>의 공동 저자 제리 로라스의 강연을 들으며 영속하는 기업의 조건을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는 기업의 내제되어 있는 문화를 찾아내는 작업을 시작하고, 그 결과 ‘자기개발, 존중과 신뢰, 고객만족’이라는 핵심가치를 정립하게 되었다.

이듬해 2001년에는 통합보안업체 선언과 함께 보안 컨설팅 사업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였고, 2002년에는 벤처회사의 최고 영예인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한다.

2005년 3월 창립기념식, 안철수는 또 한 번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안철수연구소가 딱 10년째 되던 해에 모든 직원들 앞에서 안철수는 CEO직 사임을 발표한다.

그 이후 2008년 김홍선 CEO가 취임하게 되고 현재 2011년까지 꾸준한 신제품 출시와 7.7 디도스 대란의 성공적 방어 등으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굴지의 국내 최고의 보안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여 년 간 우리나라 IT 산업 발전의 산 증인이 되어준 안철수연구소의 지난 역사는 이렇게 새로운 도전과 창조, 패기로 가득 차 있다. 격변하는 오늘날의 기술과 시장 상황에서도 안철수연구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양소진 / 서울여대 콘텐츠디자인-언론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