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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여행

미얀마 바간에서 신과 인간세상의 경계에 머물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얀마' 혹은 '버마'라는 나라 이름을 들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내는 단어가 '아웅산 수지'와 전두환 대통령 일행이 참사를 당한 '폭탄 테러사건' 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달, 이명박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미얀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미얀마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

 불교가 생활인 나라, 미얀마

 미얀마의 종교는 불교이지만, 필자가 한 달동안 미얀마 각지를 여행하며 느낀 것은 미얀마에서는 불교가 종교가 아니라 그들의 생활이라는 것이다. 꼭 특별한 곳에 가지 않아도, 아침에 일어나 머물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오면 위의 사진처럼 스님들의 탁발 행렬을 볼 수 있다. 매일 아침 스님들이 탁발을 하러 마을을 한차례 돌면, 주민들은 그들의 경제적 여유에 상관없이 스님들의 탁발 행렬에게 보시를 한다. 이들에게는 스님에게 매일 아침 이렇게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이나 정성껏 만든 반찬을 주는 것으로 그들의 복을 기원하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필자가, 스님들의 뒤를 쫓아가보았다.

 어린 스님들을 따라가보니, 어느새 스님들의 숙소에 다다랐고, 시간이 되자, 동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왔다. 바로 이곳이 이 동네의 초등학교인 것이다. 큰스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학교는 우연히 필자처럼 여행을 오게 된 미국인 부부가 기부를 하여 지은 학교로, 이 동네에 사는 빈민가정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스님들이 교육을 해주는 학교라고 한다. 칠판에 수학 공식을 쓰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스님들의 모습이 사뭇 새롭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학교에 일주일동안 머물고 있었던 호주인 할머니가 계시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 역시, 여행으로 미얀마 바간에 오게 되었는데, 이 곳에 온 뒤, 자신의 여행을 뒤로 한채 이 곳에서 약 보름정도 자원봉사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우연히 따라와 아이들과 놀고만 있는 필자도, 이 아이들에게 뭔가 나눠주고 싶어 급히 동네 시장에가서 연필과 종이를 한무더기 사와서 수업이 끝난 스님과 선생님들께 드렸다. 사실 필자의 할아버지도 그 옛날 전쟁 이후, 배우고자하는 열정에 굶주린 배를 참고 몇시간을 걸어 학교에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마치 필자가 할아버지의 어린시절에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필자가 나누었던 작은 연필, 종이가 이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번 여행은 충분히 성공한 여행이 아닐까?

 

타나카를 바르고, 미얀마인들과 친해지기 

 미얀마를 여행하다보면, 대부분의 미얀마인들이 얼굴에 진흙 같은 것을 바르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진흙'은 진흙이 아니라 '타나카'라는 나무를 갈아서 바르는 것인데, 피부에도 좋고 뜨거운 햇빛으로 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효능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나카를 바르면 예쁘다는 것이다. 타나카를 예쁘게 바르는 것도 미얀마 여성들에게는 필수 기술로 그 이유는 미얀마를 여행하다보면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다. 타나카를 곱게 바른 미얀마 여성이 서양의 화장품을 곱게 바른 여성보다 훨씬 참해보이고 예뻐보인다고 배낭여행객들이 셋이상만 모이면 항상 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필자도 미얀마에서 지내는 한달동안 타나카를 항상 얼굴에 바르고 다녔는데, 그 때마다 미얀마 현지인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자기네 풍습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는 외국인이 있다면, 너무나 고맙지 않을까? 그래서 필자는 항상 여행을 가면 최대한 그 곳의 문화를 직접 몸으로 따라해보려고 한다. 혹시 미얀마에 가게 된다면, 꼭 타나카를 바르고 다녀보자. 미얀마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마치 내가 미얀마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일 것이다.

 신들의 세계와 인간 세계의 경계에서

 이곳 미얀마 바간에서는, 모두가 엄숙해지고 숙연해지는 때와 장소가 있다. 바로 '올드 바간'이다. 말 그대로 옛 바간 왕조 시대에 지어놓은 수천개의 사원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을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몇일을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사원이 있으면 올라가서 이렇게 일몰을 바라보게 된다. 사실 필자가 미얀마를 가게 된 것도, 바로 바간에서의 일출과 일몰 때문이다. 해가 지기 전 사원 위에 모인 배낭여행자들은 저마다의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고 정신이 없지만, 노을이 어스름하게지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조용히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일몰을 감상한다. 이 순간 만큼은 그 어떤 말 소리도,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고 모두가 나 자신과 그리고 저 사원, 그리고 일몰의 신비로움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느낌을 필자는 '숭고하다'라고 당시에 표현하였는데, 이 느낌은 마치 내가 인간 세상과 신들의 세상의 경계점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대학생기자 최시준 / KAIST Mangement Science


안철수연구소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가고 있듯이,

저, 최시준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 길을 향해 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