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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서평

가정의 달 맞아 동생에게 선물한 책 세 권

 

좋은 책을 읽을때면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많이 접했다. 내 인생의 많은 책들이 있었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들도 많았지만, 직접 선물을 준 '누군가'는 많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친동생이다. 친동생과는 2살 터울로 싸우기도 정말 많이 싸웠다. 그래도 동생이기에 힘내라는 말은 늘 하고 싶었다.

군대를 전역한 후, 다시 사회에 발을 내딛는 동생에게 소설 2권과 자기계발서 1권의 책을 선물해주었다. 어른 세계를 동경했던 한 소년의 성장통 소설인 '19세(이순원)'와 내 인생의 소설인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펜클럽(박민규)' 그리고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반말(?)편인 '건투를 빈다(김어준)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두 재미있고 유쾌하다. 그 안에는 내가 동생에게 하고 싶던 말들을 작가들이 대신 해주고 있었다. 그 책들을 보안세상에게도 선물해주고 싶다.

 

 

첫 선물, 19세 - 이순원

농촌에 사는 한 사춘기 소년의 성장을 보여준다. 교과서에서나 가르쳐주던 성장소설의 묘미와 교훈을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제목에서 주는 뭔가 야시스러운(?) 느낌으로 시작한 책이었지만 19세가 가지는 근원적인 의미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한다. 성인이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반항과 고뇌는 이 책은 물 흐르 듯 보여준다. 모두 반드시 지나쳐야 할 이 시기를 그린 이 책은 모두의 이야기이다. 가끔은 야한 농담도 사춘기 소년의 귀여운 장난으로 느껴진다.

성장통의 동생에게, 책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와 많은 면에서 갈등한다. 학교와 진로 앞에서 갈등하는 아버지와 소년의 모습에서 나와 아버지, 그리고 나와 동생의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다르겠지만 소년은 어설프지 않은 사회 속에서 아버지와의 갈등과 위로를 얻으며 성장한다. 분명 내 동생도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왔던 성장을,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 책의 또 재미난 점은 다른 책처럼 '아는 척'하는 각주가 아닌 재밌고 유쾌한 각주가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명님할게요라는 각주에 [이건 아버지한테 배운 말이다. 할아버지가 뭐라고 시키듯 지시하는 말엔 아버지가 꼭 르허게 대답을 했다. "명님하겠습니다." 나도 분위기의 엄숙함에 맞추어 그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식이다. 각주에는 단어에 대한 소설 속 주인공의 수다가 들어 있기도 하고 변명 혹은 에피소드가 있을 때도 있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이다.

 

 

두번째 선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펜클럽 - 박민규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책의 제목을 보면 읽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책을 읽었다. 책의 제목처럼 한국 프로야구에서 만년 꼴찌로 불명예의 이름을 남겼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펜클럽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매일 꼴찌를 하는 팀의 펜들을 얼마나 우울할까 하는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면 지나친 편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쉴틈도 없이 웃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어쩌면 횡성수설 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는 작가의 수다에 웃으면서 책을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난잡할 수도 있는 수다 속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담겨있었다. 절대 설득하려는 의도는 없었을테지만 유쾌한 이 책을 읽고 몇일동안이나 진지한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작가의 수다 속에 농담과 진담이 무엇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게 섞여 있는 코미디지만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고민하는 동생에게, 누구에게나 많은 고민을 하는 시기에 이 책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너무나 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싫어하는 잔소리가 아닌 아주 유쾌한 코미디로 말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선물하지 않을 수 없었다.

252p,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264p,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을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세번째 선물, 건투를 빈다 - 김어준

이 책을 읽고나니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의 반말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하는 누군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자존감일 것이다. 딴지일보의 김어준 작가는 그 자존감의 중요성을 반말로 조언한다. 반말이란 것이 누군가에게는 기분 나쁠지 모르겠지만 나는 진심과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진심을 다해 건투를 빌어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했던 행동이나 생각들의 이유을 알려주고, 스스로의 고민을 많이 하게 해준다.

성장하는 동생에게, 모든 생각과 행동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장하는 동생에게 가장 가지고 있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자존감이다. 자존감의 중요성을 이 책은 잘 말해준다. 자신의 본질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직장, 연인의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소개된 많은 사연들이 동생의 사연이 아닐지라도 많은 부분에서 힘을 얻길 바란다. 

25p,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의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다.
28p, 자존감이란 그런거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부족하고 결핍되고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다 받아들인 후에도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굳건하게 유지하는거, 그 지점에 도달한 후엔 더이상 타인에게 날 입증하기 위해 쓸데 없는 힘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누구의 승인도 기다리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하고 싶고 재밌는 것에만 집중한다.
158p, 그러니 중요한건 선택의 이유다. 나머지는 그 이유를 붙들고 감당하는 거다.
213p, 나이 들어 가장 비참할 땐 결정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을 때가 아니라 그때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단 걸 깨달았을 때다.
257p, 사랑이란 모든 걸 내 뜻대로 할 수 있어 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건만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어서 하는거다.

 

 

아쉽게도 선물을 해준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동생은 1권밖에 읽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동생에게 하고싶은 말과 힘내라는 말을 담은 책들을 선물할 수 있었다는게 기분이 좋다. 언젠가는 분명 다 읽을거라는 믿음도 가진다. 독자들도 응원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Ahn

 <사진 출처: 네이버 책>

대학생기자 노현탁 / 건국대 기술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