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중국 천진에서 '2010 China Food & Wine Festival'이 열렸다. Food & Wine Festival은 미국과 유럽 등지의 해변을 끼고 있는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행사이다.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와 집회의 성격이 강한 서양식 파티를 공산주의인 중국에서, 그것도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와 연계하여 개최하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파티는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면 중국의 파티는 어떠할까? 오후 2시부터 9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이 파티는, 파티 구역 내에서 여러 종류의 와인을 자유롭게 시음할 수 있으며 각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요리까지 계속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메인 무대에서는 총 8명의 유명 쉐프들이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그 요리를 시식할 수도 있다.
시간대 별로 다른 쉐프를 만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구성 |
사실 평범한 우리에게는 누가 유명한 쉐프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해당 홈페이지에 방문해보니 아주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아래는 쉐프 별 시간대와 순서이다.
Chef. Dadong은 중국의 주방장협회에서도 인정 받은 최고의 베이징 카오야(오리구이) 주방장이다. 그리고 Chef. Lim Hock Siong은 말레이시아 출신 주방장으로서 세계 각국 호텔에서 10년 간 쉐프 자리를 지냈다. 또한 Chef. Leong은 싱가폴 출신으로서 New Asian Cusine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 열린다고 하여 중국 쉐프에만 국한된 축제가 아니라 전세계 각국의 쉐프들을 초청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얼짱 New Orleans 출신 쉐프의 요리엔 김치가 들어간다. |
왼쪽 사진은 New Orleans 출신의 Chef. Max Levy이다. 남자가 보기에도 훈남인 그의 요리에는 아주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것이 있었다. 그가 선보인 것은 생선 요리였다. 그런데 생선이 아닌 다른 것이 눈을 끌어당겼다. 언뜻 보기에 김치처럼 생겼으나, 우리나라 김치라고 하기에는 배추가 너무 작다고 해야 하나? 그가 조리하는 내내 '저게 과연 김치일까?' '김치라면 진짜 김치 맛일까?' '쉐프는 저게 한국 음식인 걸 알까?' 라는 생각을 계속 하였다.
Max Levy 쉐프의 요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냥 생선을 오븐에 구운 것이다. 그런데, 그 생선의 촉감과 맛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살아있다. 조리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1. 생선을 진공 포장된 팩에 넣고 50~60도 사이의 물에 중탕한다.
2. 김치와 채소류, 조미료를 함께 섞어 믹서에 간다.
3. 생선 위에 방금 갈아 놓은 재료를 무덤처럼 빈틈없이 쌓은 다음에 오븐에 넣어 굽는다.
쉐프는 한국의 김치를 사용함은 물론이거니와 김치를 소개까지 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선 위를 재료들로 덮은 뒤에 오븐에 넣으면 수분 손실 없이, 생선 껍질은 바삭하게 굽히고 살은 수분을 가진 그대로 익기 때문에 맛의 풍미가 한층 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맛보니, 수분을 그대로 머금은 생선 속살의 부드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일본인 쉐프는 있는데 왜 우리나라 쉐프는 없을까? |
왼쪽 사진은 일본인 쉐프로 초청된 Chef. Masayasu이다. 일식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단연 스시이다. 그래서 중국 땅에서 제대로 된 스시를 먹을 수 있겠구나 기대했다. 그러나 그가 준비한 것은 튀김 요리였다. 일식에 친근한 한국인에게는 색다를 게 없는 그저 튀김 요리였다. 하지만 파티에 참석한 서양인들은 열광했다.
그 이유를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보니 이렇다. 첫째는 일식의 성공적인 마케팅이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일식은 고급 요리로, 그리고 웰빙 음식으로 각광받는다. 둘째, 재료 손질을 직접 그들 앞에서 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서 다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일본인인데도 영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아주 평범한 튀김 요리를 선보이고도 큰 호응을 얻는 일본인 쉐프가 있는 반면, 이런 자리에 초대조차 받지 못한, 전세계 어디에서도 밀리지 않는 맛과 미를 가진 한국 음식을 만드는 한국 쉐프들도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언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쉐프들이 타지에서 한식을 알리고 있지만 아직까진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문과생에게는 과학을 가르치지 않고, 이과생에게는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이상한 교육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의 교육이 직업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뭔가 하나를 할 줄 알면 나머지는 필요 없다는 인식이 우리 한식의 세계화를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쉐프들의 뛰어난 솜씨에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더해진다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 손을 거쳐야만 진짜 음식이다. |
Chef. Donald는 원래 딤섬(일종의 만두)으로 유명한 쉐프이다. 하지만 며칠 뒤에 다가오는 중추절(한국의 추석)을 맞이하여 딤섬에서 월병(Moon cake)으로 바꾸었다. 우리가 추석에 송편을 먹듯이 중국인은 중추절에 월병을 먹는 관습이 있다. 이날 난생 처음 먹어본 월병은 겉은 아주 얇은 반죽이고 속이 앙금으로 꽉 찬 빵이라고 할까? 앙금은 우리에게 친근한 재료는 물론 다소 생소한 견과류로 만든 것 등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언뜻 보기에는 특별할 게 없어 보였지만, 북경으로 돌아와 다른 곳에서 파는 월병을 먹어본 결과, '아... 이래서 쉐프 쉐프 하는구나...' 싶었다. "음식은 사람 손으로 하는 것이지 기계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대부분의 월병이 기계로 만들어지는데 이걸(쉐프가 만든) 드셔보면 그 이유를 아실 겁니다." 라고 쉐프는 말했다.
여자는 쉐프가 될 수 없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
짧은 머리, 강한 인상. 바로 Chef. Leong의 첫 인상이다. 외모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할 수 없는 그는 분명 여자이다. 얼마 전 '파스타'라는 드라마에서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라는 대사가 자주 나왔다. 그만큼 주방이라는 곳이 여자와 맞지 않다는 소리일까?
통설이 어떠하든 눈 앞에는 11th FHA International Salon Culinaire 최고로 뽑힌 여자 쉐프가 서 있었다. 그의 손놀림은 남자 쉐프와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더 섬세하다고 할까? 오늘 그의 음식은 바베큐 폭립이었다. 그런데 소스가 특이했다. 우리가 흔히 먹던 것이 아니라 오렌지 껍질을 갈아 넣어 오렌지 향이 흠뻑 밴 소스였다. 오렌지 속살이 아닌 껍질을 이용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신대륙과 구대륙의 와인을 비교하다 |
위 사진처럼 각 부스에서 여러 종류의 와인을 시음해 볼 수 있었다. 파티 참석자 대부분이 외국인이어서 와인 판매상들이 홍보를 위해서 많이 참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와인부스는 신대륙과 구대륙의 와인을 각각 마셔보고 비교할 수 있는 부스와 레드 와인 3종류와 화이트 와인 3종류를 비교할 수 있는 부스였다. 또한 와인뿐 아니라 각종 중국 차도 시음할 수 있으니, 외국인인 우리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와인 세미나가 있어서 강의까지 들을 수 있어 교양을 위해서도 좋은 자리였다.
이젠 중국에서도 이와 같이 서양식 파티가 널리 퍼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참석한 대부분의 손님은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지만 앞으로 더 널리 퍼질 문화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파티에 대한 잠재 수요가 많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파티를 경험해 보면 좋겠다. Ahn
대학생기자 최시준 / KAIST Mangement Science
안철수연구소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가고 있듯이,
저, 최시준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 길을 향해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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