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엔 없는 88만원 세대 향한 위로 '불청객'

문화산책/컬처리뷰 2010.10.18 05:00

얼마 전 동아리 후배로부터 한 편의 영화를 소개 받았다. 제목은 '불청객'.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소개된 68분 짜리 영화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정보를 찾아보지 않은 채 시사회장인 서대문구 대신동의 소극장 '필름포럼'으로 향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기괴하기까지 한 포스터. '88만원 세대의 심금을 울리는 영화'라는 문구가 영화의 성격을 말해준다.

줄거리

만년 고시생 진식은 시험을 앞두고 슬럼프에 빠져 있다. 진식과 같이 반지하 자취방에 사는 취업준비생 강영과 응일은 폐인처럼 잠만 자며 인생을 허비한다. 이 집에 어느 날 큰 폭발음이 나며 정체 모를 소포 상자가 떨어진다. 진식이 상자를 열자 4차원의 포인트맨이 나타나 은하연방 론리스타 수명은행과 계약이 성립됐음을 알린다. 포인트맨의 초능력에 의해 집과 함께 우주로 납치된 세 사람.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포인트맨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데…

영화를 만든 사람들

영화의 주연 배우들은 모두 전문 배우가 아니다. 심지어 감독 이응일은 배우로서도 활약하며 응일, 포인트맨 1인 2역을 소화한다. 프로가 아니기에 이들의 연기는 매우 부자연스럽고 조잡스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이러한 아마추어틱한 모습은 영화에 나타나는 코믹한 상황들을 부각하고,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출처: 연합 뉴스>

사실 14회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숱한 화제를 뿌리며 관객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바 있는 이 작품은 신예 이응일 감독의 재기 넘치는 첫 장편 영화이다. 극장 앞에서 나누어준 팜플렛은 이응일 감독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응감독(본명 이응일) 그는 대체 누구인가?"
- 그는 외로운 솔로... 그는 디씨인사이드의 찬양자.. 그는 유치함 속에 숭고함을 추구하는 B무비의 수호자... 피터 잭슨도 한때 친구들과 함께 명랑하게 <고무인간의 최후>를 찍었다. 응감독 그의 거대한 행보를 기대하시라.

영화의 제작과정 또한 흥미롭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은 채 제작한 관계로 감독은 영화 동아리 지인과 친구들을 포섭하여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년 남짓한 회사 생활 동안 모은 돈과 적금을 털면서 아침에는 토스트로 끼니를 때우고, 창문이 깨지는 효과를 내는 슈가 글래스를 만들 돈이 없어 직접 설탕을 녹여 만드는 고난 속에서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그 중 압권은 431컷에 달하는 CG를 위해서 다른 감독의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부천영화제 시작 하루 전에야 상영본을 넘겨주었다는 것.

 


<출처: 네이버 영화>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포인트맨. 포인트맨을 연기하기 위해 감독은 직접 내복을 파랗게 물들여 입고 파란 수영모를 쓰고 파란 물감을 얼굴에 칠하고 연기했다.

 

영화의 주제의식

감독은 2006년에 <불청객>의 시나리오를 쓸 당시 '론스타 사태'를 보며 초국적 금융자본의 힘이 우리의 일상마저 잠식하는 모습에 충격과 분노를 느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고시는 아니지만 자격증 준비를 위해 약 2년 간 신림동 고시촌에 기거하면서 고시생, 공무원 준비생, 프로게이머 지망생 등의 생활과,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기이한 이상행동 등을 유심히 관찰했다. 준비하던 자격증 시험에서 낙방하고 포기한 후에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더 싸고 작은 고시원을 찾아 전전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무기력한 백수의 생활을 그대로 체험한 것이다. 고시촌 체험은 영화 속 인물들의 생생한 연기에 그대로 투영되어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다.

우주에서 미숫가루를 타먹는 백수들의 모습은 이 시대 룸펜들의 찌질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포인트맨의 대사와 몸짓은 신자유주의의 주체인 마초적 보수 중년 남성을 모방하여 설정되었으며, 시종일관 영어로 말하는 설정도 미국 중심주의를 풍자하는 측면이 있다. 포인트맨에 맞서 세 백수와 우주에 떠다니는 다른 백수들이 힘을 합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배경과 사건, 대사 하나하나가 관객에게 와닿는 것은 갈수록 삶이 힘들어진다는 사람이 늘어가는 시대의 상황을 매우 잘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 논리, 성공을 향한 푸른 꿈 등의 이상과, 날로 줄어만가는 일자리, 치솟는 물가 같은 현실 사이의 부조화는 이 영화를 단순히 웃고 즐기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러기엔 어깨에 짊어질 짐이 너무 많은 현 세대를 영화는 대변한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불청객'은 많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에 비해 분명 조악하고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본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이다. 수십, 수백 억을 들여서 만든 영화들에 흔히 빠져있기 쉬운 현실 비판과 정곡을 찌르는 위트, 감독의 열정까지. '불청객'은 비록 형식적인 측면에서 허술하고 단관 개봉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볼록버스터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의 획일화한 안녹을 업그레이드해줄 명작임에 틀림 없다. Ahn

대학생기자 이재일 / 연세대 경제학과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했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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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DON'T WASTE YOUR TIME LIVING SOMEONE ELSE'S LIFE.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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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시 2010.10.18 18:58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흠..어디선가 본 포스턴데요?ㅎㅎ
    남자의자격에서 본것같은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