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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여행

겨울 백두산,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느끼는 그곳

외국인에게 가장 가고 싶은 산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어디라고 대답할까? 에베레스트? 록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묻는다면 그 대답은 무엇일까아마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백두산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나 역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다 보니 역사 의식이나 구체적인 이유는 없으나 백두산, 한 번은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그래서 혹독하기로 유명한 겨울 백두산을 가보기로 결정했다단지 그 절경에 감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슴 깊은 곳에서 화산처럼 끓어 나오는 무언가를 느끼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겨울 백두산, 갈 수 있다? 없다?

 

겨울에는 왜 백두산을 갈 수 없지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직접 가보니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약간의 모험이 필요하다.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산더미 같은 눈을 헤치고 4륜 구동 지프차와 생애 최고의 베스트 드라이버에 의지한 채 천지를 향해 가야 한다. 이마저도 기상 상황이 나쁘면 운행을 안 하니, 말 그대로 하늘의 뜻에 달린 것이다. 또한 원래 백두산 천지는 날씨가 변덕스러워 보는 것 자체가 하늘의 운이라는 말이 있는데, 겨울철에는 눈과 눈보라 때문에 그 확률이 더 낮다. 하지만! 그래도 백두산은 갈 수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모든 것을 보상해주는 백두산 천지

문제는 지프차를 내려서부터 더 심각해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강풍과, 얼굴을 칼날로 베는 듯한 눈보라, 그리고 꽁꽁 얼어붙은 빙판길은 300m도 남지 않은 천지까지의 도보 길을 3km처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좋은 점 한 가지는 있다. 완전 비수기이기 때문에 관광객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즉 시끄러운 백두산이 아닌, 나만의 백두산 천지를 즐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투명도 100%를 자랑하는 백두산 천지의 파란 물을 기대했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도 있다. 10월부터 내리는 눈으로 인해 겨울 백두산 천지는 꽁꽁 얼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망스러운 건 또 아니다. 아무리 꽁꽁 얼어있더라도, 여름철에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 매력 때문인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무거운 장비를 메고 겨울 백두산을 오르고 있었다

 꽁꽁 얼어버린 장백폭포는 아픈 현실 같아

장백폭포
, 이는 중국식 명칭이다. 한국식 명칭은 비룡폭포.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백두산을 가려면 백두산이라는 명칭 대신 장백산(백두산의 중국식 명칭)이라는 말을 더 많이 해야 하고, 비룡폭포보다는 장백폭포라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우리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겨울 백두산은 천지뿐만 아니라 비룡폭포(장백폭포)마저도 꽁꽁 얼어 있다.
또한 여름철에는 직접 천지 물을 만져볼 수 있는 곳에 갈 수 있지만
, 겨울철에는 안전 때문에 그 길도 막혀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여름철 백두산 여행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과 더 닮은 것은 겨울 백두산이 아닐까


 민족의 정기를 받을 수 있는 노천온천과 먹을거리

백두산의 중요 포인트만 둘러보는데도 5~6시간이 필요하다중간에 점심 시간이 어쩔 수 없이 끼일 수밖에 없는데, 백두산 내에는 먹을 것이 없다. 아쉬운 대로 비룡폭포(장백폭포) 가는 길에 있는 온천 계란과 옥수수로 요기를 할 수 있다정직하고 순수한 계란 맛과 옥수수 맛일 뿐이지만, 백두산에서 먹는, 백두산의 온천물로 삶았다는 의미를 생각하면 부족하지만 충분히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다

그리고
온천 계란을 먹으면서 조금만 내려오면 백두산에서 나오는 82도의 온천수로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다. 그 어떠한 인위적인 처리도 하지 않은 순수 백두산 온천수를 그대로 끌어올린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비룡폭포의 모습과 설산의 위엄은 그 어떠한 경험과도 맞바꿀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Ahn

해외리포터 최시준 / KAIST Mangement Science

안철수연구소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가고 있듯이,
저, 최시준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 길을 향해 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