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임지선 기자를 인터뷰한 후
컴퓨터가 이상하다 싶으면 Ctrl+Alt+Del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는 컴맹 문과생이 대한민국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의 사보를 만든다니! 생각해보면 참 우습고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무릎팍 도사’를 보고 안철수란 이름 석 자에 속된 말로 ‘꽂혀서’ 지원했다. ‘V3 만드는 회사’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회사’라는 막연한 이미지 외에는 안철수연구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제 나에게 안철수연구소는 ‘사람이 중심에 놓인 회사’로 기억된다. 컴퓨터 괴짜들만 모였을 것 같았던 이 곳은 사실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일터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이런 안철수연구소의 분위기는 대학생기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대학생기자를 외부인이나 홍보 수단이 아니라, 또 하나의 ‘안랩인’으로 여기고 동등하게 존중해준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각종 기업 주최 대외활동 중에서도,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는 ‘레알’이고 ‘티오피’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싶다. 초반에 우려했던 나의 ‘컴맹’ 기질도 생각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모르면 독자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며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쓰면 되는 거였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언제든 SOS 외칠 수 있는 든든한 이공계 친구들을 알게 된 것도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 덕이고.
“참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
세간을 뒤흔든(?) 산수유 광고 카피. 이 카피 앞에 주어만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로 바꿔 끼워 넣어도 썩 그럴싸한 문장이 될 것 같다.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 6기라는 이름으로 보낸 지난 1년의 시간을 글로써 온전히 전달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것뿐. 해보니, 참 좋더라. 여러분도 해 보시라.
혼자서 음악 파일 하나 제대로 다운받지 못하는
어쩌다보니 서두를 미래의 대학생기자 7기에게 겁을 줄 수도 있는 내용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모든 글은 '반전'이 생명이 아닌가. 물론 벌써 10살을 훌쩍 넘어버린 영화 '식스센스'나 2000년대 전세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댄 브라운의 여러 소설만큼 가슴을 뒤흔드는 반전은 아니지만^^
보안1 (保安) [보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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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1 (世上) [세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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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발견한 반전 첫째는 바로 <보안세상>의 숨겨진 모토는 '보안의 세상(The World of security)'이 아닌 '세상의 보안(Security on the world)'라는 점이다. 이 약간의 말장난을 풀어 얘기하자면, <보안세상>은 ‘보안’ 이야기만으로 가득 찬 세상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 세상 구석구석의 안녕(安寧)을 나누는 곳이다. IT 보안뿐 아니라 대학생의 우선 순위인 취업, 세미나, 강연; 그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여행이나 맛집; 새로운 제품 이야기; 그리고 우리나라 정보의 안전지기인 안철수연구소의 하루까지. 그러니 혹시 IT에 약하다는 이유로 대학생기자 지원서 작성을 고민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고민은 이 자리에서 바로 없애버리자.
둘째 반전은 내가 지금껏 만날 수 있던 사람들에 대한 부분이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안철수 교수님. 안철수 교수님의 청렴함은 보안세상 블로그 외에도 ‘무릎팍도사’나, 내가 녹취했던 ‘차정인 기자의 뉴스풀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해져왔다. 안철수 교수와 나눈 대화
셋째 반전은 얼마 전 서희태 감독님 자택에서 한 인터뷰이다. 서희태 감독님은 인기리에 종영된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분이다. 직접 만나뵈어 여러 이야기도 나누고, 교훈도 듣고, 저서에 사인도 받고!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오랜 고사성어가 무색하게 추위가 계속되던 날, 마음까지 녹아내리던 만남이었다. (이에는 인터뷰 끝나고 함께 인터뷰한 기자들과 마신 커피도 한 몫 했다.)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를 하는데 왜 서희태 감독님을 만나냐고 물으신다면, 앞서 말하지 않았는가. <보안세상>은 IT 보안만 다루는 폐쇄적 공간이 아니라 이 세상을 다루는 개방적 이야기장이라고.
넷째 반전은, 내가 이 이상으로는 반전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회대생의 <보안세상> 기자 활동이 마치 반전의 연속인 것처럼 서술했으니 뜬구름 잡는 듯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앞서의 반전에 곧 익숙해진 것일까. 우리 대학생기자들과 함께 해준 안랩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컴퓨터만 다루는 '기계'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당연하게만 다가온다.
물론 사무실을 돌아다니다 보면 밤낮없이 인터넷 보안을 위해 모니터 앞에서 힘쓰시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군 시절부터 돈독한 우애를 자랑하는 선후임 동료나, 함께 안철수연구소로 이적한 동료, 함께 헬스장도 다니고 마라톤에도 참가하는 동료까지 사내 인터뷰를 하며 느낀 IT 보안 대가들의 엄청난 동료애와 인간미는 더 이상 내게 반전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다음 학기에 교환학생을 가게 되어 추가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못내 아쉬워 자판을 계속 두드리게 되는데, 너무 길어지면 읽는 사람도 지칠 테니 여기서 마칠까 한다. 그럼 이만 Happy New Year! Ahn
대학생기자 오정현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
주위가 어두워질수록 별빛은 거세게 흔들립니다. 그러나 그 만큼 더욱 밝게 빛나죠. 여러 기사와 소식이 당신의 세상을 어둡게 비출지라도 더욱 밝게 빛나고, 그리고 그 빛들로 그 세상을 더욱 밝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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