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적 소프트웨어 기업인 안철수연구소는 올해 3월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기업이 1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은 약 0.1%. 1000개의 기업이 생겨 1개가 살아남는 셈이다. 그 확률을 뚫고 안철수연구소가 지금껏 존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얼마 전에 열린 '안랩 스쿨'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려울 때 돌아볼 초심, 즉 확고한 창업 철학과 핵심가치가 있고, 그것을 실천해온 안랩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랩 스쿨'은 창업자인 안철수 의장이 회사의 역사와 핵심가치를 설명하고, 세 가지 핵심가치-자기 개발, 상호 존중, 고객 만족-에 해당하는 내용을 김홍선 대표, 조동수 전무, 임영선 상무가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순서로 진행됐다.
안철수 의장은 2000년 말에 명문화한 안철수연구소의 존재 의미와 핵심가치는 경영층이 정해서 일방적으로 내려준 것이 아니라, 1995년 창립 이래 6년 간 그때까지 회사가 지켜왔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돌아보고 향후 지켜갈 가치를 논의한 결과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경영자로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편안하게 설명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까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주위에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안타깝게도 그 모든 일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인간의 머리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기억들도 정확하지 않은 것들이 상당하다. 그런데! 이렇게 정확하지 않은 기억들은 과연, 많고 많은 기억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리가 나빠서 그러는 것일까? 맞다..(?!) 역시 인간의 머리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기억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합리화한다. 내가 가진 기억, 지식들의 절반은 가짜라고 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지난 일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것이 이와 같은 이유라고 한다.
공감이 되고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발전하려면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기억 합리화는 행동,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독서, 공부, 연구 등으로부터 얻어지는 기억, 지식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좀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고 발전하려면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 생각이 유연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아는 명확한 것이라도 무조건 옳다는 생각보다는,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의견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발전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전공은 컴퓨터가 아닌 의학이었고,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전공을 접목하면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 이러한 선택은 유효하여 실제로 전공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던 중 열심히 기계어(어셈블리)를 공부하고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을(이라고 쓰고 마스터했다고 읽는다) 무렵 바이러스를 접하게 되었다. 만약 기계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만났다면 당연히 제대로 분석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계어 공부를 일찍 시작해서 이미 오래 전에 마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를 분석하지 못했을 수 있다. 오래 전에 습득한 기술을 가지고 더 복잡한 공부나 작업을 하는 중이어서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고, 바이러스를 그냥 시시한- 재미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운이 좋아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역시 준비된 상태여야 하는데.. 그렇다면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진다'라는 말을 '어떠한 기회는 적당히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진다' 정도로 바꿔볼 수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 사명감을 갖고 재미있게 일하라
본업인 의학과 백신 제작을 병행할 당시 하루에 3시간 정도 자면서 생활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백신 제작, 버그 수정, 문의 처리 등의 일을 하고, 이후 일과 시간에는 의학에 전념하는 쉴 틈 없는 나날을 7년이나 보냈다. 지금의 안철수연구소로 보면 분석, 개발, 고객 대응 등을 혼자서 다 한 것이다. 7년이나 하면서, 마지막까지 힘들었였지만 남들을 도울 수 있고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안철수 의장에 이어 김홍선 대표는 '자기개발'에 관한 열정적인 강연을 해주었다. 흥미 있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은 어떠한 방향으로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해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먼저, 스크린에는 1980년대 초반부터 오늘날까지 여객선의 크기 변화를 그린 그래프가 나타났다. 1930년대까지는 꾸준히 증가하다가 1980년대까지는 거의 변화가 없고(만들어지지도 않음) 1990년대부터 다시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이었다. 장거리나 해외 이동 시 주요 교통수단이 여객선이던 때는 점차 증가하다가 비행기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하면서 감소한 것이다. 그러다 다시 증가한 이유는 여객선이 여가 문화에 이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즘의 여객선은 주로 교통수단 기능보다는 다양한 행사와 놀이, 휴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되며, 이로 인해 더욱 큰 규모의 여객선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초기에는 소니 등 다국적 기업과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품질이 문제라는 판단을 내리고 끊임 없이 개선해 결국 최고의 품질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공항과 한국 항공사는 일본에서 해외로 여행할 경우, 더 편하고 저렴하게 이용토록 하여 많은 일본인이 일본 공항 대신 인천공항을 이용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JAL 주식이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기술과 창의력이 중요한 글로벌 시대이고, 글로벌 시대에는 기존 개념과 틀이 무너지며 변화 속도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셀프 리더십의 시대이기도 하다고. :)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어떻게 자기개발을 해야 할까? 김홍선 대표의 조언은 자신의 강점을 더욱 더 살리라는 것. "타이거 우즈는 최고 수준의 드라이브와 아이언, 퍼팅 기술을 가졌지만 벙커샷은 80위 이하의 실력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기술을 더 열심히 연습했다. 또한, 샤킬 오닐은 센터 포지션 특성상 자유투를 던질 기회가 많지만, 성공률이 42% 정도로 저조했다. 하지만 감독은 자유투 연습보다는 센터 본연의 기술 연마에 초점을 두어 훈련을 시켰다. 이러한 선택은 결국 각자 최고의 골프선수와 농구선수로 만들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선택과 집중'이 뜻하는 것처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자신감을 갖고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자신이 못하는 것에 너무 기죽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라" 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부족한 부분도, 잘하는 부분도, 못한다고 포기하지 말고, 잘한다고 자만하지 말라! ^^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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