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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철수 창업자

안철수 교수가 직접 밝힌 안철수연구소 성장사

4월 25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안철수 교수가 왔다. 늦저녁 봄의 선선한 바람과 무관하게 강연 장소는 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앉을 의자가 없어도 서 있거나 강단에 앉아서라도 안 교수의 강의를 듣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정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그 분위기를 모아 외대에서 있었던 안 교수의 강연 리뷰를 시작하고자 한다. 주제는 '안철수연구소 사례를 통해서 본 국내 벤처기업의 성장과정'.

고민은 자신을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다


“경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경영하면서 겪은 여러 실수들과 엉뚱하게 의대교수를 사표 내고 의사에서 CEO로 가게 된 계기를 말하고자 합니다.” 

강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터진 카메라 후레쉬는 이내 사라지고 학생들은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안 교수가 컴퓨터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순전히 전공을 더 잘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컴퓨터 바이러스를 맞닥뜨리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만들게 됐다.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컴퓨터 연구에 매달리고 나머지 시간은 의사로서 살았다는 안 교수. 시간을 쪼개서 꼬박 7년의 시간을 보낸 안 교수는 7년이 지난 후, 괴로운 고민이 생겼다.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와 의사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 것이다. 당시 바이러스의 수는 증가하고 있었고 지도학생을 받아야 하는 지도교수로서 책임감도 컸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6개월 동안 그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느라 수 없이 고민했다. 그런 과정에서 안 교수는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한다.

“고민은 행복의 열쇠이며 축복이라는 강상준 교수의 말은 맞는 것 같아요. 고민을 하다보면 처음엔 답이 없지만 신기하게도 결국 해결책이 나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바로 고민을 통해서 알 수 있지요.”

또한 힘든 세상 속에 바쁘게 살다보면 무의식에서 자기 기억을 바꾸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안 교수는
“인생에 중요한 선택을 하는 순간에 자기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됩니다. 고민 끝에 선택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즉, 말과 생각이 그 사람을 나타내주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선택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입니다,”
라며 고민이 쓸데없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선택할 때 가져야 하는 마음


안 교수는 6개월 동안 고민하며 깨달은 것이 세 가지 있다고 말했다.

1. 과거를 버려야 한다.
과거의 실패가 사람을 심약하게 만들어 발목을 잡는다고 누누이 말하곤 한다. 그러나 성공이 실패보다 더 세게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정글에서 원숭이를 잡을 때 사탕을 넣은 투명한 병이 사용된다. 이를 보고 원숭이는 병에 손을 넣어 사탕을 집고 손을 빼려 하지만 뺄 수가 없다. 사탕을 놓아야 손을 뺄 수 있는데 원숭이는 끝까지 사탕을 움켜쥔다. 그 상태로 원숭이는 잡히고 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성공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그 범위 안에 제한된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의 실패 뿐 아니라 성공 및 기득권을 잊어야 옳은 판단이 가능해진다.

2.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면 안 된다.
교수로서 매학기 보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부모님이 원하는 과에 들어온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이들은 자신의 전공으로 평생 살 자신이 없어진다. 이를 두고 계속 고민하다가 괴로워한다. 이런 모습을 보는 부모님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즉, 진짜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원한다면 장기간으로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단기간 다른 사람들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은 나중에 타인을 실망시킬 수도 있으며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결과만 갖고 욕심내면 안 된다.
성공은 오직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 뿐 아니라 사회가 주는 여건과 기회도 있었기에 성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성공은 100% 개인화할 수 없는 것이 내 마인드이다. 성공이 독식으로 이어진다면 천민자본주의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성공의 결과는 주위의 몫도 포함되는데 그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가지고 결정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안 교수는 그렇게 6개월을 고민하면서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재미있으며 의미 있는 것에 기준을 두고 선택했다고 한다. 의사도 그 세 가지에 적합했으나 컴퓨터 바이러스가 더 의미 있었기에 안 교수는 선택했다.
“의사는 제가 없어도 별 탈이 없잖아요. 그러나 컴퓨터 바이러스는 그 당시 제가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점을 미뤄 봤을 때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 쪽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안철수 교수가 생각하는 회사의 의미


나이가 들수록 다른 분야로 가기가 더 힘든 이유는 무엇보다도 다시 휴먼 네트워크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근사한 말을 전했다.

“나이 들면 다른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세대로 점점 가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서 전혀 다른 직업으로 가는 것은 당연히 힘듭니다. 그러나 제 경험으론 그것의 유일한 장점 내지 선물이 있습니다. 기존의 일하고 있던, 어릴 때부터 하고 있어 너무나도 당연해 하지 않은 직업에 대한 질문들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요즘 시대에 필요한 차별화를 가지고 옵니다.”

안 교수도 33세에 창업을 하면서 회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됐다. 안 교수가 일명 말하는 초등학생 수준의 회사에 대한 그만의 생각은 이렇다.

1. 회사가 뭘까? 회사에 왜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할까?
회사는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커다랗고 의미 있는 일들을 여러 사람들이 함으로써 이루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2. 회사가 뭔가?
회사의 존재 의미를 고민하면서 이런 역질문을 했다. ‘이 회사가 없으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만약 역질문과의 차이가 크다면 중요한 존재라는 답을 알려준다. 즉,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존재일까?’에 회사의 존재 의미를 두었다.

3. 기업의 목적은 왜 수익 창출일까?
나는 엔지니어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기업의 목적이 수익창출이라는 상식이 납득되지 않았다. 회사가 노력한 것을 소비자에게 인정받아 얻는 것이 수익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수익은 결과이지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물론 이는 가치관의 차이에 의해서 선택할 수 있지만 나는 수익을 목적으로 두지 않았고 결과로 생각했다. 이 생각이 안철수연구소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되었다.

 

운 = 준비 + 기회


“제가 안철수연구소를 경영하면서 운이란 준비와 기회의 만남이라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안 교수는 안철수연구소가 IMF에도 쓰러지지 않았던 이유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준비 덕분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회사의 손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리스크 메니지먼트(Risk Management)' 다시 말해, 회사의 위험(risk)을 줄이는 것이었다. 특히 컨트롤이 가능한 위험에 대해 안 교수는 고민했다.

이를 위해서 한 일은 고정비용을 줄이고 변동비용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렇게 빚을 최대한 만들지 않고 변동비용으로 바꾸려고 노력했기에 빚을 많이 얻은 기업이 죄다 넘어간 IMF에도 쓰려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좋은 인재들이 벤처 기업으로 오기 시작했다. 결국 안 교수의 말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준비밖에 없으며 준비가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성장 정체기를 겪은 안철수연구소는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였을까? 안 교수는 CEO로서 직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어서 뿌듯했는데, 그러나 성장 정체의 순간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럴 때 ‘Turn around management’를 잘하는 것이 진짜 CEO의 능력이라고 안 교수는 말한다.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마인드였다. 안 되고 있을 때 그 위기를 잘 헤쳐나가지 못하면 이전에 쌓아온 모든 성공이 소용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 안 교수는 2년 동안의 고생을 통해 배운 3가지를 언급했다.

1. 유혹에 빠지지 말자.
어려울 때의 편법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와도 같다.

2. 문제를 고칠 수 있는 기회로서의 시간을 보내자.
잘되는 시기에는 교만해지기 쉽고, 앞만 보느라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어려운 시기에 잠시 쉬어가는 마음으로 문제를 고치며 준비단계를 거친다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를 활용하는 셈이다. 문제를 고치고 준비가 된 상태라면, 회사는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다.

3.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낙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동시에 자신과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바탕이라고 본다.

  
이러한 세 가지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안철수연구소는 2004년에 우리나라의 존경 받는 기업 10위 안에 들었다. 이는 결과만으로 평가하던 목적지향적 사회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과정에 대한 정당성을 중시하게 된 사회 풍조가 한 몫을 했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한 경제학자에 의하면, 7년 동안의 백신 무료 보급으로 우리나라가 보유할 수 있던 돈이 10조원 정도라고 한다. 이는 기업의 평균 매출이나 기업 연령에 관계없이 충분히 존경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임을 분명히 느끼게 해준다. 즉, ‘기업에 있어서 수익이란 결과다’라는 믿음으로 쌓은 경영을 통해 인정받은 것이 아닐까?

승장구하던 안철수연구소와는 대조적으로 더 어려워지는 주위 벤처기업을 보면서 안철수 교수가 들었던 생각은 이랬다. '한 회사만 잘되게 하는 것보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 전반에 걸쳐 성공 확률을 높이는 일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새롭게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에 사임을 택하고, 지금은 네 번째 직업인 교수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다. 

Q&A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빠른 결과를 원하는 사회에서 20대는 과연 무엇을 고민하면 좋을까요?

-우리나라 기업 구조가 중견기업이 거의 없는 기형적인 구조인데, 대기업에 대한 우리들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이것에 한 몫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현재 20대들이 힘든 이유가 사회적인 인센티브 시스템 때문인데요. 대학 서열화 등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사회 인센티브 구조를 반영하여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느냐?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일자리가 2000만 개가 필요하다고 가정했을 때 대기업이 제공해주는 일자리는 200만 개가 채 되지 않고, 이 수는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나머지 2800만 개의 일자리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창업도 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창업해서 개인이 담당해야 할 리스크(risk)를 사회가 분담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은 실패하더라고 ‘second chance’를 주지 않는 사회 구조 때문에 창업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대기업들이 불공정 거래 관행 때문에 창업을 해도 실패 확률이 높죠.

그렇다면 중소기업으로 갈 수도 없고 남은 대기업의 200만 개의 일자리로 가야 하는데 또 불행이 무엇이냐 하면 대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창의적인 인재가 아닌 말 잘듣는 인재이므로 사람들이 학력과 스펙 위주로 길들여지게 됩니다. 학벌 위주의 사회는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않은 사회입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간 아이는 대학 시절에 열심히 놀고, 나쁜 대학에 간 아이는 4년 동안 열심히 공부를 했어요. 이렇게 되면 결국 졸업 할 즈음에는 나쁜 대학에 간 아이가 실력이 더 좋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대기업에서 좋은 대학 사람들만 뽑으면 그것은 고등학교 때 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지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불행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개선하려면 정치가 개입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일부는 충청도 사람, 일부는 경상도 사람으로 할당해서 뽑는 다면 지방 대학들이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Best Practice를 만들고 시도를 계속한다면 대학 교육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문제 인식이고 문제 공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인식과 공감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Ahn

대학생기자 류하은 / 강남대 경영학과 
 
거거거중지(去去去中知),  행행행리각(行行行裏覺)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또 행하면서 깨닫게 된다.
- 노자의  <도덕경> -
제 글이 조금이나마 당신이 가는 그 길에 빛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기자 윤수경 /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Whether you think you can or can't, you're Right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스스로에게 무한한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보안세상'에서 긍정 에너지로 소통하는 모습 기대해 주세요!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