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것을 돈에 맡겨도 괜찮을까

문화산책/서평 2014.03.09 17:27

오늘날 우리가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 최근 KAIST에서는 졸업식장 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졸업생들에게 입장권을 2장씩 지급했다. 하지만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졸업식 입장권을 구매하려고 했고, 무료로 나눠준 입장권이 1장에 최고 4만원에 거래되었다. 학교에서 관련 거래를 하지 말라는 권고는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게다가 학생들의 성적 역시 돈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서남표 총장 시절 학생들을 일찍 졸업시키겠다면서 계절학기 수업료, 재수강료, 등록금을 엄청나게 인상시켰으며, 평점 3.0 미만인 경우 0.01점당 6만 3천원이라는 수업료를 납부하게 하여 한 학기에 최대 800만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내도록 한 적도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돈을 이용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작년에 영국에서 열린 TEDGlobal 2013에서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마이클 포터 교수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마이클 포터의 경우 비즈니스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거라는 얘기를 하며, 실제로 그러한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샌델은 그와 반대로 우리 사회에서 시장을 신뢰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대로 시장 사회에 내버려두어도 괜찮은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당시 강연장에서는 현재 전 세계가 변화하고 있는 방향과는 반대로 샌델 교수의 의견에 대해 동의하는 의견이 더욱 많았고, 관련된 내용을 15분의 강연으로만 듣기에는 너무 짧았다. 그래서 귀국 후 돌아와서 관련 내용을 찾다가 마이클 샌델 교수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짧은 강연에서 들었던 내용보다 책에서는 좀 더 세부적이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사회에서는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며, 이것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든 것을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다. 과거에는 시장 경제라는 이름으로 생산활동을 조직화하는 효과적인 도구로만 사용되었다면, 현재 사회의 모습은 '시장 사회'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고, 시장적 사고와 가치가 우리의 인간 관계, 건강, 교육, 정치, 시민 생활 등 모든 것을 지배하도록 말이다.


샌델은 우리가 이렇게 시장사회로 가도록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설명한다.

첫번째로는 불평등이다. 돈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회일수록 돈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게 된다. 단순히 돈이 많다는 것이 요트나 스포츠카를 사는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충분한 의료 서비스,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 정치적 영향력, 안전과 같은 본질적인 행복한 삶에 영향을 주게 되면 돈이 모든 차별의 근원이 되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두번째로는 가치의 변질, 부패이다. 이상적인 시장 경제에서는 시장이 단순히 재화를 분배하는 역할을 하고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에 의해 매겨진 가격이 그 대상의 가치를 변질시키고, 오염시켜서 우리가 소중히 해야할 것이나 지켜야 할 것을 잃게 만든다. 샌델은 TED 강연에서 참가자들과 토론식으로 강연을 이어가며 교육의 예를 들었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게 하기 위해서 책을 읽을 때마다 현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아이들이 더 많은 책을 읽는 효과는 있었지만 대신 더 얇은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성적을 올리고 학습 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해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대부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처럼 돈이라는 시장사회적 요소가 교육에 개입함으로 인해 교육의 목적과 가치를 변질시켜버렸다.


지금까지 많은 경제학자들은 시장은 그 자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거래하는 대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했다. 물론 이것은 유형의 물건에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기존에 돈으로 살 수 없던 가치들까지 시장의 범위로 확장되어 그것이 가졌던 비상업적 가치, 사람들이 내면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까지 확장되어 상품의 특성이나 사회적 행위의 의미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변화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때에 조금씩 침투하여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 부유한 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하나의 공간에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는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으며 불평등이 커지고,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삶이 분리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에도 옳은 방식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시민들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하도록 한다.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과 사회적 위치, 태도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타협하고 협상하여 공공의 것에 관심을 갖게 한다.


마지막으로 샌델은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묻는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를 원하는지, 아니면 공공 도덕이나 시민이 가져야 할 태도와 같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는 사회를 원하는지. 어떤 명쾌한 대답을 내놓기보다는 지금의 변화가 옳다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한다.


이처럼 우리는 지금처럼 시장 사회가 우리의 삶을 잠식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할까. 돈으로 구매할 수 없어야 하는 것까지 시장에 내놓아도 괜찮을까. 현재 한국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이 문제에 대해 샌델은 한 번 더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그런 고민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샌델의 강연과 그의 책「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나온 많은 사례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우리는 어떠한 사회에서 살기를 원하고, 그것을 위해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할지에 대해.





대학생기자 방기수 / KAIST 항공우주공학전공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gisu.bang@kaist.ac.kr